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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연예톡톡]‘청춘기록’에 생긴 몰입 요인 두가지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tvN 새 월화드라마 ‘청춘기록’이 4회까지 방송됐다. 지난 15일 방송된 4회 수도권 시청률이 9.6%까지 올라갔다. 새로운 역할을 맡은 ‘박보검 효과’만이 아니다. 인물들의 감정선이 세밀하게 풀어지고 있다.

특히, 두가지의 몰입요인이 생겼다. 하나는 사혜준(박보검)이 집에서 반대하던 ‘배우’의 꿈에 도전하면서 작은 배역으로 주인공인 박도하(김건우)를 압도하는 상황이 생겼다. 이후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사혜준(박보검) 아버지는 왜 모델, 배우 일을 우습게 여길까? “애초에 걸으면 돈주는 일이라는 게 말이 되냐?”라더니 “나는 너의 ‘잘 생긴 얼굴’이 제일 걱정이야. 땀 흘려 힘들게 돈 벌어야 세상 힘든줄 아는 거야. 니가 한번 걷고 돈 주면 세상을 만만하게 볼 거 아냐”라고 한다.

목수로 일하다 어깨를 다치고도 현장을 떠나지 않는 사혜준 아버지는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구세대, 꼰대의 대표주자다. 대중 문화 영역에서 ‘잘 생긴 얼굴’만한 경쟁력을 찾기도 쉽지 않은데. 물론 주인공이 쉽게 꿈을 성취하면 재미가 없으니까, 모델협회의 항의(?)를 무릅쓰고 아들이 하는 일을 반대하는 아버지를 더욱 고루하게 설정했을 것이다.

또 하나는, 사혜준과 안정하(박소담)의 관계 변화로, 앞으로의 전개에 궁금증을 높이고 있다. 사혜준과 안정하는 현실의 무게를 버티며 느꼈던 아픔을 공유하며 가까워졌다. 안정하도 힘들기는 사혜준 못지 않다. 진주 디자이너(조지승 분)의 괴롭힘을 견뎌내는 과정을 보면 직장 새내기들은 충분히 공감할 듯 싶다.

둘의 본격 관계 시작은 사혜준에 대한 안정하의 ‘덕질’이다. 안정하는 사혜준에게 ”덕질이 아름다운 건 현실이 아나라서야. 환상과 현실이 만나면 엉망진창이 돼”라고 말한다. 또 “덕질과 주사(酒邪), 이 두 가지 다 갖고 있는 게 뭘 뜻하는지 아냐. 슬픔이다. 난 지금까지 어떤 남자도 사랑한 적 없어”라면서 “팬과 스타는 인간적인 관계를 갖지 말아야 된다고 생각해. 더구나 우리는 이제 친구 관계로 설정됐잖아. 나 ‘덕질’ 때려치우기로 했어”라고 선언했다.

안정하의 이 선언은 요즘 젊은 세대들의 감성을 잘 건드리면서, 두 사람의 새로운 관계 변화를 예고하며 궁금증을 고조시켰다. “하고 많은 스타 놔두고 왜 사혜준을 좋아하는지 오늘 확실히 알았다. 그는 특별한 공감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하며 ‘재입덕’ 회전문에 갇혀버린 안정하의 입장까지 포함해, 둘은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낼 것이다. 그것이 사랑이건, 인간에 대한 신뢰건 딱 분리해 말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

‘청춘기록’은 현실의 벽에 절망하지 않고 꿈과 사랑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청춘들의 성장기록을 그린다. 부잣집과 가난한 집이 함께 있는 드라마의 배경인 ‘한남동’이라는 동네의 고유한 매력을 담으면서 서사를 풀어낸다. 꿈꾸는 것조차 사치가 되어버린 이 시대의 청춘, 저마다의 방식으로 꿈을 향해 직진하는 이들의 뜨거운 기록이 설렘과 공감을 선사한다.

청춘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풀어내고 있는 박보검과 박소담의 시너지는 기대 이상이다. 하명희 작가는 “박보검은 뛰어난 감성의 소유자이자, 감정연기로 마음을 움직이는 배우다. ‘박보검=사혜준’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캐릭터에 몰두해서 생동감 있는 인물을 만들어 줬다. 박소담은 ‘안정하’를 구축할 때 가장 먼저 떠올랐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면서 갈등을 인내와 대화로 풀려고 하는 모습을 보며 박소담이 그렇지 않을까 생각할 만큼 완벽한 싱크로율이었다”고 말했다.

'흙수저' 혜준과, 모델과 배우라는 혜준과 같은 길을 걷는 친구이자 '금수저'인 원해효(변우석)와의 관계와 어울림도 흥미롭다. 관계가 극단적인 형태로 가는 것보다는 우정과 충돌속에서도 디테일한 감성을 잘 그려내고 있다.

빈부의 차이가 제법 많이 날 정도로 서로 다른 배경을 가졌지만, 같은 꿈을 가진 청춘의 부모로 또 다른 이야기를 그려가고 있는 하희라(한애숙 역), 신애라(김이영 역)를 한 작품에서 만나는 것도 드문 기회다.

하명희 작가는 “숫자가 아닌 삶에 대한 열정, 열려있는 사고가 청춘의 중요한 특성이라고 본다. 이러한 청춘의 특징을 정리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청춘들이 처한 현실의 고단함을 말하고자 한 것이 아닌, 이겨내고 이기는 이야기다”라며 차별점을 설명했다. “20대를 지나는 사람들에겐 ‘당신들은 옳다’라는 것을, 20대를 지나온 사람들에겐 자신의 20대를 기억하고 함께 해줬으면 하는 의도로 ‘기억하고 함께해줘’라는 부제를 덧붙였다”고 했다.

안길호 감독은 “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20대 청춘들의 이야기다. 그들이 생각하는 꿈과 사랑, 그 곁을 지키는 가족들의 모습, 더 나아가 세대와 격차를 아우르는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보통의 청년들이 성장하면서 겪는 갈등과 화해의 과정을 통해 ‘나의 청춘’을 떠올려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안 감독과 하 작가는 서로를 칭찬했다. 안길호 감독은 “대본이 참 따뜻했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몰입감이 좋아 단숨에 재미있게 읽었다. 캐릭터들의 설정이 디테일하고, 대사 하나하나 고심한 흔적과 진정성이 느껴졌다”며 극찬했다. 하명희 작가 역시 “드라마는 결국 인간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는데, 안길호 감독은 등장 인물에게 집중하고 돋보이게 만들어 준다”고 신뢰를 보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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