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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 민사·가사 사건 70% 이상 ‘판결 내용 확인 불가’
기각 이유 확인 되지않는 ‘심리불속행’
작년 1만6990건 중 1만2258건 처리

대법원에서 지난해 처리한 민사·가사·행정 사건 중 판결 이유도 확인할 수 없는 ‘심리불속행’ 사건 비율이 70%가 넘은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민사·가사·행정 본안 사건은 1만6990건이 처리됐다. 이 중 ‘심리불속행’ 기각은 1만2258건이었다. 비율로는 72.1%였다. 심리불속행 기각률은 2015년 62.2%였으나 2016년 71.3%에 이어 2017년 77.4%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2018년 76.7%를 기록하며 70%대를 유지하고 있다.

심리불속행은 민사·가사·행정 사건에서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이 헌법이나 법률, 대법원 판례 위반이나 중대한 법령 위반에 관한 사항 등을 포함하지 않는 경우 더 이상 심리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다. 판결문에는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은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에 해당해 이유 없다. 위 법 제5조에 입각해 상고인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는 문구가 짤막하게 적혀 있을 뿐이다. 소송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선고일을 미리 알 수도 없고, 어떤 이유로 기각됐는지 확인도 되지 않는다. 사람을 처벌하는 형사사건에는 심리불속행 제도가 없다.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을 지낸 황정근 변호사는 “심리불속행의 기준이 없다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에는 ‘중대한 법령 위반’ 등의 경우엔 심불기각 하지 못하도록 돼 있는데, 그 중대한 법령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한 근거가 무엇인지 내부 규정이 없고, 이에 대한 구제 수단도 없다. 소송 액수를 기준으로 잡거나, 혹은 1·2심 결론이 다른 경우 등등 심불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한변협 관계자도 “심리불속행 기각은 변호사들과 사건 당사자들에게 한 번 더 재판 받을 기회를 박탈 하는 셈이라 안타깝다. 곧 있으면 김명수 대법원장의 취임 3년인 만큼 상고심 개혁이 적극적으로 추진 되길 바란다”고 했다.

심리불속행 제도가 운영되는 이유는 대법원에 너무 많은 사건이 몰리기 때문이다. 2015년 4만1850건의 상고사건수는 2016년 4만3694건, 2017년 4만6412건, 2018년 4만7979건으로 증가했다. 그러다 지난해 대법원 본안사건수는 4만4328건으로 소폭 감소했다. 대법원의 한 실무 담당자는 “심리불속행 기각 비율에는 대법관 구성. 사건 접수 건수, 재판연구관 변화 등 다양한 영향이 있다. 어떻게 해야 심리불속행이 늘어나고 줄어드는지 분석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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