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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칼럼] 신은 마음속에 함께하신다

본래는 개신교였는데 군대에서 훈련받던 중 가톨릭으로 개종했다.

큰아버지가 목사이실 정도로 독실한 개신교 집안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 다닐 때는 당시 국내에서 가장 큰 교회에서 학생회장도 했다. 이런 환경에서 가톨릭으로의 개종은 집안에서 충격이었다. 하지만 고맙게도 그 누구도 개종을 탓하거나 철회를 강요하지 않았다.

개종의 계기는 아주 단순하다. 군 입대 전 하루에도 몇잔씩 마시던 커피를 기초군사훈련 기간에는 마실 수 없었다. 그런데 성당에 가면 커피를 한 잔씩 준다는 말에 찾아갔다. 처음 가본 성당 분위기는 커피보다 더 매혹적이었다. 20년이 넘게 다녔지만 낯설게 느껴지던 교회의 예배 분위기보다 성당의 차분한 미사가 성향에 맞았다.

간혹 왜 개종했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커피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으니 나름 개종의 그럴듯한 이유를 찾기 위해 고민했다.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어차피 하나님은 나의 마음속에 계시는데, 교회나 성당이라는 장소나 예배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종교의 본질은 사랑과 평등이다. 언제 어디서든 이를 실천하면 신의 뜻에 따르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강화됐다. 전쟁은 겪어보지 않아서 모르나 살면서 이처럼 큰 어려움과 두려움은 처음 경험한다. 국민의 일상이 완전히 변하고 엄청난 제약이 가해지고 있다. 정확한 원인이야 오직 신만이 아시겠지만 확산과 재확산의 불을 지핀 정황은 모두 교회의 예배에서 비롯됐다고 강하게 추측되고 있다.

이 와중에도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해석을 달리하고 있지만 국민의 안전을 위해 헌신해온 방역 당국의 지금까지의 모습에 비춰 볼 때 검사 결과를 조작한다는 말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원인이 방역지침을 위반한 종교단체의 모임에 있다는 말이 훨씬 설득력이 있다.

지난 8월 27일 문재인 대통령은 교회지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일부 교회의 대면예배 강행으로 인한 국민과 기독교의 피해를 언급했다. 특히 특정 교회의 방역 방해로 확진자가 확산되는 현실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대해 기독교계 대표는 교회에서 감염자가 많이 나오는 상황에 대한 사과와 더불어 신앙인에게 종교의 자유는 목숨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임을 강조했다고 한다.

방역지침을 준수하는 대다수의 종교단체는 정부의 집회 금지 조치가 억울할 수 있다. 장기간 대면예배를 못하는 어려움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법조인이자 신앙인의 한 사람으로서 정부의 방역 원칙에 동의한다. 헌법 제20조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만 기본권에는 한계가 있다. 다른 국민의 생명, 신체의 안전을 위협하면서까지 보장되는 자유가 아니다. 신앙의 자유는 절대적으로 보호돼야 하지만 예배처럼 그것을 표현하는 행위는 헌법 37조 제2항에 따라 필요한 경우에는 제한이 가해질 수 있다.

법을 떠나서 신앙적으로도 “네 이웃을 네 자신같이 사랑하라”는 성경말씀이 떠오른다. 하나님은 교회에 모여서 예배를 드릴 때만 함께하시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교회를 찾아 예배드리지 못하는 고통을 감수하며 이웃을 위해 홀로 기도하는 아름다운 마음속에 함께하실 것이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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