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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소부장’ ‘넘사벽’은 없다

2019년 여름, 일본의 전략물자 수출규제는 한국 제조업은 긴장했다. 오랫동안 일본에 의존해온 소재·부품 장비(소부장)의 규제는 곧 한국수출길이 막히는 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 참에 소재·부품 산업을 키우자는 목소리가 컸다.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소재부품총괄 서기관으로 일본 현안 대응업무를 담당한 저자는 일본의 산업현장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와 지식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걸 알고, 일본의 소부장 우량기업들에 대한 사례를 모아갔다. 일본 경제산업성 선정 ‘글로벌 틈새 1등 기업 100’, 일본 중소기업청 선정 모노즈쿠리 기업 300개, 일본정책투자운행 밸류체인 코어 기업 60개 등 총 460개의 소부장 기업들을 조사했다.

일본의 소부장은 세계적으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분야로, 212개 소재·부품이 세계시장의 60%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추격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전자산업에서의 점유율은 하락했지만 편광판, 유리기판, 포토레지스트, 광학장비 등과 같은 분야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일본경제가 침체의 길을 걷는 와중에도 세계 3위의 경제규모를 유지할 수 있는 게 소부장 덕분이라는 얘기다.

저자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주도권은 소부장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한 예로, 세계 전기차 시장의 선두주자인 테슬라 사의 모델 S 롱 레인지 플러스는 2020년 한 번 충전으로 최대 주행거리 646km를 달성, 시장을 놀라게 했는데 강력한 배터리와 엔진 등 복합소재 부품을 사용한 경량화의 결과다.

삼성전자의 폴더블 스마트폰과 LG전자의 롤러블 TV는 가볍고 얇고 유연하며 열과 화학물질에 강한 첨단소재인 폴리이미드 필름, 그리고 일종의 경첩 역할을 하는 힌지와 같은 혁신 부품 없이는 접고 둘둘 마는 IT혁신이 불가능하다.

저자는 일본이 소부장 강국이 된 요인으로, 정부의 거대 과학기술 투자와 강력한 국산화 정책에 힘입어 압축성장을 했다는 데 주목한다. 이는 종래 전쟁과 장인정신, 장수기업 등 일본의 특수성을 경쟁력으로 본 것과 다르다.

저자는 일본의 전략물자 수출규제가 일회적 이벤트로 그치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 일본은 소부장을 일본 경제 부활의 핵심 분야로 안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요 이슈로 규정, 꼭 지켜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대일 소재부품 적자가 141억달러에 달한다. 전자부품이 45억달러, 화학물질 36억달러, 플라스틱제품 14억달러 등으로 수출완제품 생산에 필요한 핵심부품과 소재를 일본에 의존하고 있어 부가가치의 상당부분을 일본이 가져가는 구조다. 저자는 소부장 육성을 통해 국산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특히 기능성 화학산업이 한일 양국 소부장 경쟁의 승부처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책은 460여개 일본 업체들의 성공과 실패 이야기부터 소부장 정책과 경영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전략, 창업, 기술, 위기관리, 협력, 고객관리 등 11개 주제로 나눠 정리했다. 본문에 다 담지 못한 개별적인 기업경영 사례들은 부록의 ‘소부장 경영 노트’에 담았다.

일본의 대기업 성공신화에 쏠렸던 시각에서 벗어나 일본 경쟁력의 원천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포스트 한일경제전쟁/문준선 지음/스마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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