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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플러스]아마존과 네이버의 평행이론…韓 종착역은 빅테크 독점(?)
강력한 플랫폼으로 생태계 창조
금융규제 회피 제휴전략 닮은 꼴
빅데이터 축적해 무형자산화
韓서는 SNS·미디어까지 장악해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 “아마존 생태계는 매일 더 커지고 더 강해지고 있다” -포브스

미국을 대표하는 빅테크 기업인 아마존은 일찌감치 금융에 발을 들였다. 2011년부터 대출 업무를 시작했다. ‘캐시’와 기프트카드를 이용해 넓은 의미에서의 ‘예금’ 상품도 운영하고 있다. 지급결제 수단인 아마존페이 역시 아마존의 금융 진출 전략이다. 지난 2018년에는 버크셔헤서웨이, JP모건체이스와 제휴해 헬스케어 플랫폼에 진출하겠다고 발표했다.

10여년 전의 아마존은 2020년 대한민국의 빅테크 기업들과 평행선에 서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11월 ‘네이버파이낸셜’을 설립하고 금융 비즈니스를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현재까지 드러난 네이버 금융의 핵심 축은 ‘계좌’와 ‘대출’ 두 가지다.

우선 지난 6월 미래에셋대우와 제휴해 일명 ‘네이버통장’이라 불리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만들었다. 최근에는 미래에셋캐피탈과 함께 대안신용평가(ACSS)를 이용, 소상공인 대출을 진행한다고선언했다. 추후 보험업에도 나서겠다고 밝히며 금융시장 전반에 파란을 예고했다.

네이버는 아마존과 닮았다. 직접 금융업 면허를 취득하지 않는다. 금융규제를 피하기 위해 철저히 제휴를 활용한다. 유통에서 강점이 있는 온라인 사이트를 바탕으로 자체 지급결제 플랫폼 보유하고 있다. 예금과 유사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수단도 있다. 아마존이 운영하는 대출인 ‘아마존랜딩’도 소상공인을 위한다는 운영 목적을 갖고 있다.

핵심은 ‘데이터’다. 아마존은 일련의 금융 서비스를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설계했다. 아마존이 수많은 개인사업자들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는 이유다.

네이버파이낸셜도 네이버 플랫폼을 통해 켜켜이 쌓인 막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금융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아마존의 현재는, 네이버파이낸셜의 미래일수도 있다. 또는 아마존의 시행착오를 피할 수 있는 ‘반면교사’가 될 수도 있다.

▶아마존 대출, 선택받은 자만이 누린다 = 아마존랜딩은 아마존에 출점한 업체들이 물품을 구매하는 데 부족한 자금을 지원해주는 대출 수단이다. 아마존이 자체 평가를 통해 초대장(대출 제안)을 보내고, 이를 받은 업체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통상 이 초대장은 최소 1년간 아마존에 판매 기록이 있는 판매자에게만 전달된다. 전년도에 최소 1만달러(약 1185만원) 이상의 매출이 있어야 하며, 이와 함께 아마존의 판매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야 한다. 최근 6개월 이내 고객 불만이나 저작권·상표권 침해도 고려된다.

대출 금리는 천차만별이다. 평균 연 6%~14%로 집계된다. 다만 일부 우량한 판매자는 2%~3% 금리가 책정되는 경우도 있다. 아마존 대출은 제반 수수료를 요구하지 않고 기간은 최대 1년까지로 제한한다. 처음 대출을 받는 판매자들은 6개월 이내로 기간이 더 짧게 정해지기도 한다.

아마존은 자금 대출이 이뤄진 후 대출금이 상환될 때까지 아마존이 판매자에게 지급하는 금액에서 매월 정해진 지급액을 자동으로 차감한다.

2018년 말 기준으로 아마존 대출잔액은 50억 달러가 넘으며, 연 10억 달러 이상 대출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소상공인 데이터 유용?=지난 5월 기준 아마존은 소매 전자상거래 판매 점유율에서 38%를 차지하며 월마트(5.8%), 이베이(4.5%)를 큰 폭으로 제쳤다. 아마존은 이같은 독점력을 바탕으로 소상공인의 데이터를 유용해 자사 제품을 만들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4월 아마존에 출점한 소상공인들의 데이터를 아마존 직원들이 이용해 자체 PB제품을 만드는 데 이용했다고 보도했다. 아마존을 이용하는 소상공인들이 일정 기간마다 영업 내용을 보고해야 한다. 아마존 직원들이 이 제출 데이터에 접근해 출시가 예정된 자체 브랜드 상품이 경쟁력을 갖도록 했다는 것이다. 차 트렁크, 쿠션 등 여러 사례가 증거로 제시됐다.

이 사건은 지난달 말 진행된 미국 하원 반독점소위 청문회에서도 화두가 됐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는 이에 대해 “아마존 이익을 위해 소상공인 데이터에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사내 규정 있지만, 직원들이 접근하지 않았다고 확답할 수 없다”고 답하며 의혹을 증폭시켰다.

우월적 지위의 남용은 금융서비스로 확대됐을 때 더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아마존의 소상공인들이 아마존에 대한 금융의존도가 높아지게 된다. 특히 기업 자금현황은 경영상의 기밀이다. 아마존이 이같은 금융의존도와 정보력을 바탕으로 자체 이익을 극대화할 가능성이 크다.

▶아마존 전철 밟는 네이버는? = 아마존과 네이버의 금융 비즈니스 전략이 ‘데칼코마니’처럼 똑 닮진 않았다. 아마존과 달리 네이버는 소상공인에게 데이터를 따로 요구하지 않고, 네이버 결제망에서 이뤄진 매출이나 판매 패턴 등을 빅데이터로 축적한다. 네이버 결제 금액은 분기마다 1조원 이상씩 불어나는 상황이다. 2018년 상반기와 2020년 상반기를 비교하면 결제 규모가 두 배 가까이늘었다.

네이버에 입점한 ‘스마트스토어’는 8월 초 기준으로 35만개 정도다. 연 매출 1억원이 넘는 판매자도 2만6000명을 넘어섰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소상공인(SME)대출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매출 뿐만 아니라 단골 고객 숫자, 고객 재구매율, 배송실적 등의 데이터를 반영해 신용평가시스템(CSS)을 구축하고 있다. 유통에서 본격 금융으로의 터널을 뚫는 셈이다.

금융권에선 네이버의 금융 확장을 경계한다. 금융의 기본은 대출이고, 자산과 신용에 대한 평가가 핵심이다. 네이버는 막강한 데이터 파워는 기존 금융사들에게는 비대칭전력이다. 기존 금융사들은 결코 가질 수 없는 정보다. 과점 형태의 기존 금융시장 질서가 빅테크 플랫폼의 독점 구조로 바뀔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빅데이터를 앞세운 서비스를 하나씩 내놓으면서 네이버가 금융까지 자사 생태계에 편입하는 걸 우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nature6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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