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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역금융 사기극에 국내 최대은행도 당했다
신한은행 신탁서 판매한
아름드리 7호 보험 불가
9호도 회수 가능성 희박
검증 없이 ‘묻지마’ 판매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아름드리 무역금융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이 안심할 수 있었던 건 사고시 현지 보험사가 위험을 보장하는 ‘안전장치’ 때문이었다. 신한은행이 선착순까지 내세우며 상품을 적극 권유했던 배경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매출채권 원매자가 사기·기망 혐의에 휘말리면서 이는 모두 물거품이 됐다. 최근 환매 중단이 잇따르고 있는 무역금융펀드도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어 유사한 피해가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아름드리 대체투자 7·9호는 싱가포르 소재 원자재 무역업체인 아그리트레이드 인터내셔널(Agritrade International PTE.LTD, 이하 AIPL)이 제품 구매자(바이어)에게 받을 매출채권에 투자한다. 투자등급은 4등급(보통위험), 만기 1년에 세전 연 3.7% 안팎으로 설계됐다. 7호 (240억원), 9호(230억원) 등 판매고만 470억원에 달했다. 전체 고객수는 90명 안팎으로 이 중 법인고객도 10곳이 훨씬 넘는다.

최소가입금액 3억원이 넘는 금액, 아름드리자산운용이라는 신생 운용사 상품임에도 자금이 몰렸던 건 안정성을 믿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2019년 5월 처음 상품을 판매할 당시 ‘선착순 가입’을 내세우며 판매에 열을 올렸다. 마케팅 포인트의 핵심은 단연 ‘매출채권이 부실화된 경우 AIPL 및 보험사가 최종 보상’한다는 것이었다. 보험에 들었다는 사실이 '원금전액보장'과 같은 식으로 홍보되고 판매된 셈이다. 이밖에 핵심적인 장치는 아니지만 AIPL 대표이사 지급보증, AIPL의 매출채권 재매입 등도 안심하게 된 요인이었다. 하지만 회사는 모라토리움을, 대표이사는 파산을 신청했다.

문제는 최후의 보루처럼 믿었던 보험 자체가 아예 무용지물이 됐다는 점이다. 7호 펀드의 보험사인 중국타이핑보험은 AIPL의 사기 및 기망 혐의가 있다며 240억원 전액에 대해 지급불가 판정을 내렸다. 이 회사는 9호 펀드 잔액의 약 39%에 대해서도 동일한 판정을 내렸다.

무역금융펀드의 경우 통상적으로 계약 분쟁, 사기 등이 발생할 경우 면책사항이 작동한다. 보험사기에 보험사들이 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사기 문제가 불거졌던 또 다른 무역금융펀드인 라임크레디트인슈어드(CI)펀드 또한 제안서에 이같은 내용을 기재해놓고 있다.

AIPL은 복수의 제품구매자(바이어) 측이 아예 돈을 갚지 않는다며 분쟁을 겪고 있다. 일부 바이어들은 매출채권 허위를 주장하며 대금 지급을 거절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AIPL이 4곳의 바이어와 거래한 것 중 절반은 보험사 지급거절, 절반은 아예 보험사 청구불가 판정을 받았다. 환매연기 초기 알려졌던 분쟁금액(50억원) 만큼의 손실이 아닌, ‘0%수익률’이 언급된 것을 보면 매출채권 진위 또한 확신하기 어렵다.

신한은행 측이 보험금 지급 불가 사실을 어느정도 예상했을 것이라는 정황도 있다. AIPL의 채무불이행 소식이 외신을 통해 보도됐을 시점은 지난 3월 경으로 5개월 전이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만 보험이 작동한다는 특성을 금융사들이 몰랐을리가 없기 때문이다.

보험청구 시기가 비슷한 9호 펀드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9호 펀드와 7호 펀드는 바이어가 절반 겹친다. 9호펀드 잔액 중 약 78%에 대해 보험사들이 각각 사기·기망혐의, 청구불가를 근거로 지급 거부를 밝혔다. 나머지 22%에 대해 보험사 심사를 진행 중이다. 아름드리자산운용은 9호펀드의 만기가 올해 12월 24일이지만, 일찌감치 보험금 청구에 들어간 바 있다. 추가운용의 실익이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9호펀드 투자자 또한 “7호와 비슷하게 PB로부터 회수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는 얘길 들었다"며 “오히려 은행 PB가 운용사에 직접 전화해보시라고 운용사 번호를 건넸다”고 말했다.

원금 전액 손실 위기라는 초유의 사태를 앞두고 불완전판매 등을 둘러싼 투자자들의 소송도 이어질 전망이다. 신한은행이 투자자들에게 제시한 자료를 보면 유독 ‘보험사가 최종보상(100%)’, 목표수익률, 분배금 지급 등 장점만 붉게 강조돼있다. 시끄러웠던 다른 무역금융펀드에 비해 투자자들이 조용했던 이유도 이런 점을 믿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금융정의연대를 통해 피해자들을 모으고 있다. 이미 몇몇 투자자들은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투자자는 “소송 및 분조위 신청 등 여러가지를 검토 중”이라며 “일부 고객들은 판매 당시 제안서나 설명서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해당 사안에 대해 사기 등 문제가 없던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상황을 다시 파악해보겠다”고 밝혔다.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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