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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일본의 버블붕괴 악몽이 오버랩되는 이유

모든 이의 화두가 집에 쏠려 있다. 부동산 이슈는 바야흐로 정국의 블랙홀이다. 지난 6·17 대책 이후 7월과 8월 매달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고 있다. 시장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정부와 여당의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연일 쏟아지는 부동산 대책을 바라보고 있자니, 불현듯 과거 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의 역사가 머리를 스친다. 우리나라 집값이 일본과 같은 버블 붕괴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이야기가 아니다. 시장 상황에 대한 오판과 정책 당국의 잘못된 대응이 화를 키울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함이다.

일본 경제의 버블 붕괴는 일본 중앙은행(BOJ)의 무능에서 비롯됐다는 게 대체적인 정설이다. 일본은 부동산 버블 붕괴와 이로 인한 잃어버린 20년의 후유증을 겪기까지 승승장구했다. 일본은 미국이라는 거대 소비국에 저렴하고 품질이 좋은 제품을 수출해 막대한 흑자를 일구며 성장가도를 이어갔다. 하지만 무역적자의 급증에 신음하던 미국이 플라자합의를 통해 일본의 통화 가치를 대폭 절상시키자 상황이 달라진다. 결국 미국의 압박과 통화 절상에 따른 수출 경쟁력 악화에 직면한 일본은 내수 부양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금리가 내려갔고, 시중의 유동성은 부동산으로 쏠렸다. 가계는 물론, 기업들마저 부동산 투자에 올인하던 시기였다. 자산 버블이 심화됐으니 BOJ는 금리 인상을 통해 시중의 유동성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했다. 하지만 안정된 물가와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에 BOJ는 금리 인상을 미룬다. 결국 자산 버블이 극에 달한 뒤에야 BOJ는 뒤늦게 부랴부랴 금리를 올렸다. 그런데 너무 과했다. 1989년 2.5%에 불과하던 금리가 1990년 중반에 6%까지 수직 상승했다. 이후 상황은 우리 모두가 주지하듯, 일본은 부동산 시장을 필두로 가파른 자산 버블 붕괴의 길을 걷는다.

우왕좌왕하던 BOJ의 모습은 작금의 부동산 가격 급등에 대처하는 우리 정부와 여당의 모습에 오버랩 된다. 지속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에 20번이 넘는 대책을 쏟아내던 정부는 급기야 극단적인 세금 폭탄 정책으로 시장을 맹폭하고 있다. 압도적인 의석수를 바탕으로 ‘7·10 부동산 대책’을 위한 부동산 세법 개정안 3건이 지난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지난달 통과된 ‘임대차 3법’과 ‘부동산 3법’이 모두 국회의 문턱을 넘었다.

시장에선 집값과의 전쟁에 쫓기다 쏟아낸 규제책이 어떤 부작용을 자아낼지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다양한 시나리오별 시뮬레이션 작업이 생략된 채 추진된 정책들이라 더욱 그렇다. 게다가 정부는 일관성까지 잃었다. 임대사업자에 각종 세제 감면 혜택을 약속하며 임대사업자 등록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더니, 돌연 매물 잠김이 심화되자 투기의 주범으로 몰아가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까지 연출하고 말았다. 정책의 중심을 잃으니 원칙이 있을 리 없다.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이 일본과 같은 자산 버블 붕괴의 최악의 상황을 야기할 것이라고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미숙한 대응으로 일관하다 뒤늦게 금리를 가파르게 올린 BOJ의 과잉 대응이, 막대한 세금 부담으로 시장에 큰 충격을 예고한 정부의 강경 드라이브와 너무나 흡사해 보인다.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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