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실제 공급 절반은 될까”…희망물량 잔뜩 담긴 8·4 공급대책
전체 물량의 절반 이상 ‘민간 호응’에 달려
추산 근거 “초기 사업장 20% 참여 전제”
신규택지도 지자체 반발…진통 예상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정부가 ‘8·4공급대책’을 통해 2028년까지 서울권역에 13만가구 이상을 신규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여기에는 사전 수요조사 없이 산정된 목표치가 다수 포함돼 실제 공급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민간의 호응에 따라 결정될 수 있는 물량만 전체의 54.5%인 7만2000가구에 달한다.

5일 정부에 따르면 전날 발표된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은 ▷신규택지 발굴 ▷3기 신도시 등 용적률 상향 및 기존사업 고밀화 ▷정비사업 공공성 강화 ▷규제완화 등을 통한 도심공급 확대를 통해 13만2000가구를 추가 공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여기에 지난 5월 6일 내놓은 서울 도심 내 주택공급 방안(7만가구)과 공공분양 물량 사전청약 확대(6만가구)로 확보할 수 있는 물량을 포함하면 총 26만2000가구가 된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모습 [연합뉴스]

이번 공급 확대 방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정비사업 공공성 강화다. 정부는 우선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을 도입해 5년간 5만가구 이상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이 참여한 민간 재건축 사업에 용적률 500%, 최대 50층 등을 허용하되, 이에 따라 늘어난 주택 일부를 거둬들여 공공분양·임대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물론 재건축 단지 내 주택소유자의 3분의 2가 동의해야 사업이 시작된다.

그런데 이를 통해 확보할 것이라고 언급한 5만가구는 정부의 기대감이 반영된 목표치에 불과하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추산 근거에 대해 “서울에서 안전진단을 통과하고 사업시행인가를 받기 전인 사업장 93곳, 26만가구 중 20%가 사업에 참여한다고 가정했을 때 나온 수치”라며 “과학적 산출이나 조합의 의사를 타진해 작성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전날 한 방송에 출연해 “(공급대책) 발표를 보고서 사업장마다 의견을 낼 것으로 생각한다”며 사전 여론조사는 거치지 않았다고 했다.

정부의 공급방안 중 정비예정·해제구역에서 공공재개발 활성화(2만가구), 공실 오피스·상가 주거용도 전환(2000가구) 등으로 확보할 수 있는 물량 역시 목표치일 뿐이다. 정부가 지난 5·6대책에서도 공공재개발로 2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던 점을 고려하면, 해당 목표치는 총 4만가구가 된다.

공급 물량의 추산 근거가 막연하다는 지적은 이번 공급대책을 함께 준비한 정부·지방자치단체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다. 관계 기관의 한 관계자는 “논리적인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토부가 산정한 결과를 들고온 것이어서 이를 두고 추가적인 논의가 이뤄지진 않았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전문가는 “정부가 임대사업자 정책만 하더라도 제도를 만들었다가 없애는 등 오락가락하는 양상을 보였다”며 “재건축 사업장에서는 정책 신뢰도가 떨어진 상태에서 이제 와 믿고 해보자는 것 자체가 의심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등 대규모 재건축 단지들은 ‘사업성 없는 방안’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시장에선 일부 강북권의 15층 이상 재건축 단지가 공공재건축에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나마 신규택지 발굴로 공급될 3만3000가구는 확정적인 물량으로 여겨지지만, 마포·노원구와 과천시 등 지자체의 반발이 커 실제 공급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가 공급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예상 물량은 공개했으나, 공급하려는 주택이 어떤 형태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공급가구 크기 기준이 전용 84㎡인지 전용 39㎡인지도 불명확하다”며 “일단 공표되는 주택 수를 늘리는 데 주력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y2k@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