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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빙그레 왕국의 후계자 ‘빙그레우스’ 식품 출시된다 (빙그레우스 인터뷰)
[헤럴드 비즈니스 스페셜⑴]

SNS 홍보 위해 쓰였던 ‘빙그레우스’ 큰 인기 끌어
팔로어 숫자 늘고, 제품 홍보 효과도 만점
결국엔 ‘빙그레우스’ 전면 내세운 상품도 출시예정
코로나19 정국 속 이런 마케팅 계속 이어질듯
[빙그레우스 SNS 캡처]

“나는 빙그레나라의 후계자,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맛있어).

빙그레 우유 같은 뽀-오얀 피부와 딸기맛우유를 닮은 적발의 부드러운 머리칼 길쭉하게 뻗은 긴 다리, 무릇 아름다운 이목구비를 갖고 있소.”

그리스로마신화 속 나르키소스를 보는 것 같았다. 자기애가 ‘흠뻑’ 묻어난 자기소개에는 본인이 얼마나 ‘미남’인지에 대한 이야기만이 담겨 있었다. 인터뷰 질문지를 받고서 ‘이걸 어떻게 다뤄야 하나’ 한참을 고민했다. 고민 끝에 자기소개를 있는 그대로 담기로 결정했다.

“Mbti는 B.I.N.G형 혈액형은 당신의 이상형!”

허허. 참 부끄러움이란 갖고 있지 않나 보다. 말문이 막혔다.

헤럴드스토리 | ‘빙그레우스’를 직접 만나고 왔습니다

기사의 주인공은 빙그레가 지난 2월 내놓은 인스타그램 마케팅용 캐릭터 ‘빙그레우스’다. 빙그레우스는 빙그레가 내놓은 설정 속에서 가상의 나라 ‘빙그레왕국’의 후계자다. 빙그레왕국 지도자인 부친의 지시에 따라 지난 2월부터 빙그레를 홍보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도 하다.

빙그레는 빙그레우스를 활용한 마케팅으로 최근 많은 재미를 보고 있다.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등을 중심으로 빙그레우스에 대한 소문이 퍼져 팬덤이 형성될 정도다. 이를 활용한 팬들의 2차 창작물들도 등장하고 있다.

이에 빙그레는 빙그레우스의 이름을 딴 ‘신제품’ 출시까지 앞두고 있다. 빙그레우스가 뭐길래 새 상품에 빙그레우스 이름을 붙이고 관련 굿즈까지 준비할 정도인 걸까? 빙그레는 왜 이처럼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을 내놓은 것일까?

빙그레우스, 그는 누구인가?

빙그레가 빙그레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한 빙그레우스 관련 사진. 빙그레우스는 빙그레에서 나오는 다양한 상품들을 자신의 굿즈로 착용하고 있다. [빙그레 인스타그램 캡처]

빙그레는 앞서 신제품 홍보 채널로 쓰이던 자사 인스타그램 계정에 지난 2월 빨간머리에 바나나우유 왕관을 쓴 만화 캐릭터, ‘빙그레우스’ 그래픽을 선보였다. 그래픽은 마치 빙그레우스가 직접 셀카를 찍은 것같은 구도로, 빙그레우스의 얼굴이 가득 차게 그려졌다. 당시 게시물에 달렸던 상태메시지는 ‘안녕’. 이는 소비자들에게 던진 첫 번째 메시지였다.

누리꾼은 난데없이 등장한 이 캐릭터에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셀카와 인삿말이 달린 해당 게시물에는 16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팬들의 반응은 ‘신선하다’로 통일됐다. 기업 인스타그램 계정인데 갑자기 만화 캐릭터 사진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빙그레는 이후 기다렸다는 듯 추가적인 캐릭터를 선보였다. 빙그레우스와 얽힌 세계관도 함께 소개됐다. 빙그레우스를 보좌하는 인물은 오랜 시간 빙그레왕국에 충성을 바쳐온 ‘투게더리우스 경(투게더 캐릭터)’, 빙그레왕국의 열쇠기술자 이름은 ‘끌레도르’, 빙그레왕국의 유력 가문의 대표자 중 하나인 ‘메로나 공작’ 등이 소개되는 방식이다. 이들 전부가 식품기업 빙그레가 출시하는 ‘스테디셀러 제품’군이다.

현재 빙그레는 빙그레우스와 관련된 큰 세계관을 완성해뒀다고 한다. 아울러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빙그레는 자사 인스타그램을 통해 새로운 캐릭터를 추가한다는 방침이다. 빙그레우스를 담당하는 조수아 빙그레 미디어전략팀 차장은 “준비한 캐릭터가 아직 다 공개되지 않았다”면서 “빙그레를 대표하는 식품들을 스토리 진행에 맞게 순차적으로 SNS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헤럴드스토리 | 빙그레의 대박 마케팅 ‘빙그레우스’에 숨겨진 비밀

뜨거운 빙그레우스 인기, 빙그레 측 “덕분에 소비자와의 소통도 늘어났다”

빙그레우스가 공개된 이후 빙그레 공식 인스타그램은 큰 히트를 쳤다. 팔로어와 댓글 숫자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자료=인플루언서, 빙그레 공식인스타그램 캡처]

빙그레우스가 등장한 이후 빙그레 공식 인스타그램 몸값이 껑충 뛰었다. 빙그레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은 빙그레우스가 등장하기 전 팔로어 수가 9만7000명이었지만 17일 기준으로 14만1000명까지 증가했다. 인스타그램 인터렉션 수치(좋아요+댓글수)는 빙그레우스 등장 전 월평균 3000개였지만 현재는 월평균 8000개 수준까지 올라왔다. 평균 댓글 숫자는 200여개 수준이다.

‘빙그레우스 효과’에 힘입어 빙그레 인스타그램 계정은 식품업계 공식 계정 사이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1등 빙그레와 2등 SPC(팔로어 수 약 12만명)을 제외하고는, 식품업계 인스타그램 계정 대부분은 팔로어 수가 10만명 아래에 그치고 있다.

빙그레 인스타그램 계정은 식품업계 다른 유튜브 계정들과 비교했을 때 팔로어 수에서 단연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료=인스타그램]

빙그레우스의 등장 이후 빙그레와 소비자 사이 소통이 크게 활성화했다. 이는 공식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에 묻어난다. 공식 인스타그램에는 신제품 출시를 요구하는 팬들의 질의부터, 빙그레우스 관련 팬아트, 빙그레우스 세계관에 대한 질문까지 다양한 궁금증들이 올라온다. 공식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팬들의 DM 개수는 이전과 비교했을 때 확연히 증가했다.

팬들의 메시지는 빙그레우스의 ‘신하’를 자청하는, 빙그레우스 기획자들이 직접 답변해준다. 빙그레우스 기획자들은 팬들의 DM에 대답할 때도 빙그레우스 세계관을 깨지 않으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예컨대 기획자들이 답하는 내용이더라도 실제 세계관에 착안해 “빙그레우스님도 엄청 좋아하실 거 같습니다” “빙그레우스님이 부재 중이라 대신 답변 드립니다” “빙그레우스님을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사족을 붙인다.

빙그레 관계자는 “한 나라의 원수급 인물에게 보좌진·비서진이 있듯이 빙그레우스의 세계에서도 이에 대응하는 관리들이 있다”면서 “각 분야를 맡은 직원이 질문에 맞는 메시지를 보내며 고객과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빙그레 공식 인스타그램의 팔로어 숫자는 빙그레우스가 등장하고 약 2주 새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팔로어 숫자 증가가 가장 많았던 지난 2월 25일은 빙그레우스 관련 게시물이 처음으로 올라온 시점이다. [자료=인플루언서]

빙그레, ‘빙그레우스’ 이름 딴 상품까지 출시한다

빙그레우스에 대한 높은 호응도에, 빙그레는 빙그레우스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 출시까지 준비하고 있다. 앞서 상품을 소개하기 위해 캐릭터를 만들었던 단계에서 벗어나 캐릭터가 잘되니 이름을 딴 캐릭터까지 나오는 방향으로 상황이 변한 것이다.

17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빙그레가 새롭게 내놓는 식품은 직접적으로 빙그레우스 이름을 담게 된다. 새 상품이 나오는 시기는 오는 8월이 될 것으로 보인다. 8월께 내놓은 식품이라는 상황에 맞게, 새 상품은 ‘빙과류 제품’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빙그레는 빙그레우스를 활용한 ‘굿즈’도 준비한다. 한 빙그레 관계자는 “상품을 출시하는 것은 확정이 됐지만 굿즈 관련된 것들은 아직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빙그레우스가 착용하는 소품들을 활용한 굿즈나 그외 캐릭터 팬시제품들의 출시를 놓고 내부적으로 검토를 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는 상당히 보기 드문 사례라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해 만든 SNS 캐릭터가 실제 해당 브랜드의 식품으로 출시된 것이 이례적이다.

캐릭터를 활용한 ‘내러티브’ 전략은 최근 큰 이목을 끌고 있다. EBS가 내놓은 캐릭터 펭수가 ‘대박’을 터뜨린 뒤나온 트렌드다.

EBS는 지난해 ‘자이언트 펭TV’라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마스코트 캐릭터 펭수를 내놨다. 펭수는 본래 어린이와 학부모를 상대로 한 캐릭터였지만, 입소문을 타고 MZ세대(밀레니얼, Z세대)에까지 알려졌다. 펭수가 내놓은 ‘B급 감성’과 ‘블랙코미디 유머’는 젊은 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펭수는 어린이·학부모 대상 콘텐츠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매체에서 소비되고 있다. 펭수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자유경제원이 2015년 발표한 ‘뽀로로’의 경제적 효과는 5조7000억원, 브랜드 가치는 8000원인 것으로 추산됐는데 펭수의 열풍은 뽀로로를 뛰어넘는 수준까지 커졌기 때문이다.

펭수 등장 후 마케팅에서 캐릭터를 활용하는 트렌드가 확산됐다. 사진은 빙그레가 붕어싸만코 모델로 펭수를 선정했을 당시, 자사 캐릭터인 빙그레우스와 펭수를 컬래버레이션하고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물 사진. [사진=빙그레인스타그램]

유통업계는 소비자 트렌드에 민감하다. 이에 자연스럽게 펭수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동원F&B는 참치캔의 모델로 펭수를 선택했고, SPC삼립은 ‘펭수빵’ 을 내놨다. 빙그레도 ‘붕어싸만코’ 모델로 펭수를 내세웠다. 붕어싸만코 매출은 올 2~4월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40% 상승했다.

이후 유통업체들이 직접 캐릭터를 선뵈는 경우도 나왔다. 빙그레우스도 그 예시 중 하나다. 그 외에도 야쿠르트가 지난 6월 선보인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의인화 캐릭터인 ‘야쿠르트D20’, 지난 5월 CJ제일제당이 내놓은 햇반 캐릭터 ‘쌀알이’가 있다.

‘온라인 판매’ 늘어난 식품업계…캐릭터 활용 계속 늘 듯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정국 속에서 기존 유통채널들은 실적 악화로 고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식품업계는 되레 유례없는 호황을 맞았다. 좋든 나쁘든, 실적이 함께 움직였던 기존 유통업계 트렌드 분위기에서 벗어난 게 최근의 양상이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비대면’ 열풍이 불었고, 외식과 오프라인 쇼핑이 준 대신 온라인 쇼핑을 활용한 식품 구입이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빙그레는 빙그레우스를 활용한 새로운 시도를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이같은 시도로, 빙그레 공식 인스타그램은 꾸준히 팔로어 숫자가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빙그레 모델로 발탁된 아이유와 빙그레우스를 묶어서 만든 인스타그램 홍보게시글. [자료=인플루언서, 사진=빙그레]

하나금융투자가 지난 9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식품업계의 2020년 2분기 합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2%와 18.6%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무디스는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온라인식품 쇼핑시장이 점차 커질 것으로 봤다. 무디스가 예측한 2020~2021년 온라인 식품시장의 매출액 성장률은 35~40% 사이, 2020 년 영업이익 증가율은 20% 수준이다. 오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식품업계의 매출 신장률이 눈에 띌 것으로 예측하면서, 3분기까지 이 같은 호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은 온라인상품 판매에서 빛을 발할 수밖에 없다. 상품을 구입하는 데 배송료가 드는 ‘온라인 식품유통’은 ‘브랜드’를 중심으로 소비가 이뤄지는 경향이 강하다. 캐릭터를 통한 브랜드 지명도 상승은 중장기적으로 매출 증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온라인 유통의 주된 소비계층이 MZ세대인 것도 한 가지 이유가 된다. 한국여성정책원이 지난 17일 내놓은 2019년도 인터넷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20대와 30대의 인터넷쇼핑 이용률은 96.9%, 92.4%였다. 그 외 10대와 40대, 50대 이상 계층에서의 인터넷쇼핑 이용률은 70%대를 넘지 못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은) 기업이 여력만 된다면 해도 좋을, 긍정적인 마케팅 기법”이라면서 “이를 통해서 소비자와 호흡한다는 데서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도 “이런 마케팅 기법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라고 이야기하고 싶다”면서 “젊은 세대를 겨냥한 바람직한 마케팅 전략으로 보인다”고 했다.

배두헌·김지헌·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안경찬·이소진 CP(콘텐츠 프로듀서)

이주섭 애니메이터

권해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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