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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모펀드, 단두대가 아니라 회초리가 필요하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
자산관리, 저금리 시대 포기 어려워
글로벌, 현지 노하우 학습부터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국내 시중은행들의 상황은 그야말로 ‘사모펀드와의 전쟁’이다. 비이자수익 확대를 위해 판매한 사모펀드에서 탈이 나면서 각종 소송, 선보상 등으로 값비싼 수업료를 내고 있다. 급기야 자산관리 사업에 대한 회의감까지 흘러 나온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사진)은 ‘그럼에도 다시 한 번’을 말했다. 기준금리 0% 시대에 고객들이 찾게 될 것은 결국은 투자상품이기 때문이다. 정 소장은 “사고 터지는 게 무서워 사모펀드 등 투자상품을 외면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규제를 풀었다 조였다를 반복하면 오히려 금융시장이 퇴행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을 죽이는 대신 따끔한 회초리를 통해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갈 방향을 고민해야한다는 소리다.

그는 금융권이 상품 조사, 분석 기능을 대폭 강화에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추후 사후분쟁 조정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한다고 조언했다. 여기에 펀드런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운용사들의 기초 체력도 구축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의 경우 사모펀드 내에 고유동성 자산을 15% 이상 가지고 있다”며 “현 사모펀드 구조로는 편입자산에 문제가 없어도 갑자기 펀드런이 발생할 경우, 파산할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가 금융상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여기에 금융사들의 미래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은행들은 저금리·저성장 뿐 아니라 신규 경쟁자의 진입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테크핀’을 바탕으로 금융시장으로 진격하고 있다.

정 소장은 “자산관리 사업은 결국은 고령화 시대 연금 사업과도 맞닿아있다”며 “이번 사모펀드 사태를 계기로 고객들의 자산을 굴리고, 지켜야하는 연금신탁 시장을 어떻게 이끌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니치 마켓을 찾으려는 시도가 이어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지역별로 보면 아세안 국가의 투자금융(IB), 중소기업금융 등에서 경쟁력이 생길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아세안 지역은 산업구조 변화, 해외진출 과정에서의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자본수요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며 “자국내 기업 대출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지역 등에서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갖춰야할 중요한 자질은 현지화다. 그는 “가능성 있는 지역에 재무적투자자로 진입해 현지에 대해 충분히 파악할 시간을 가져야한다”며 “그동안 금융사들이 1990년대부터 글로벌 진출을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한 것도 이런 부분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 소장은 일본의 미쓰비시UFJ금융그룹(MUFG)이 벤치마킹 할만한 모델이라고 봤다. MUFG는 전통적인 일본 커머셜 뱅킹 모델로는 성장하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글로벌 영역을 넓혀갔다. 2008년 미국 유니온뱅칼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데 이어 2010년대에는 베트남, 태국, 필리핀 등의 주요 은행들의 지분을 인수하며 글로벌 입지를 넓혀갔다. 그룹 차원의 일관된 서비스 제공을 위해 중장기 전략 토대 하에 해외법인고객 커버리지 모델을 개발하고, 은행·증권 등 계열사 간 업무 통합 등을 꾀해온 결과다. 실제 사업 비중을 보면 자국사업부문보다 글로벌사업이 더 크다.

그는 “MUFG가 성공할 수 있었던 건 회사가 힘들 때에도 글로벌 시장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장기 관점에서 지금융기관과의 제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기회를 찾아서 경쟁력을 키우길 바란다”고 말했다.

lucky@heraldcorp.com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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