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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꼰대인턴’ 김응수, 신세대에게 소비되는 이유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배우 김응수(59)는 1981년 연극으로 데뷔해 많은 역할을 해왔다. 14년전 영화 ‘타자’의 곽철용 캐릭터가 신세대에게 소환돼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로 인해 CF 제의가 120개나 들어왔을 정도. 60세를 코 앞에 두고 드라마의 주인공까지 맡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얼마전 종영한 MBC 수목극 ‘꼰대인턴’이다. 최악의 꼰대 부장 이만식(김응수)을 부하직원으로 맞게 된 남자 가열찬(박해진)의 통쾌한 갑을체인지 복수극이자 시니어 인턴 이만식의 잔혹 일터 사수기를 그린 코믹 오피스물로 시청자의 큰 사랑을 받았다.

대학로의 카페에서 김응수를 만나기 위해 가던 지하철 혜화 역에도 김응수의 광고가 걸려있었다. 이전에도 김응수를 인터뷰 한 적이 있는데, 독서가 바탕이 돼있는 그의 말은 청산유수다.

“지난 1월 신소라 작가와 남성우 PD를 만났다. ‘꼰대인턴’이라는 제목이 주는 울림이 있어 잘되겠다 싶었다. 자기 취향을 남에게 강요하는 게 꼰대이고, 직위, 직책을 이용해 남한테 강요하면 갑질이다. 이런 건 우리 사회의 화두라서 된다고 봤다. 대본 없이 첫 만남에서 하겠다고 했다.”

김응수는 작가와 감독이 별 말이 없었다고 했다. 감독은 촬영때도 첫 컷에 OK 사인을 했다. “대충 하는 것 아냐? 찍어놓은 걸 보니 천재였다. 이만식 캐릭터에 대해 작가와 PD가 확신이 서 있었던 거다.”

김응수는 박해진이 가열찬 역에 캐스팅됐다는 소리를 듣고, 더욱 좋았다고 했다. “해진이는 신체 사이즈는 나와 비슷한데, 나보다 키가 크다. 나보다 작은 사람을 괴롭히면 야비해보일텐데 큰 친구를 갑질하면 재밌겠다 싶었다. 박해진은 촬영전 대본리딩에서 캐릭터 해석을 정확히 한 걸 보고 놀랐다.”

김응수가 맡은 이만식은 옹골식품 인턴사원으로 입사한 박해진에게 일을 못한다며 “너는 일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고 말하며 괴롭힌다. 하지만 박해진 팀장 밑에서 시니어 인턴으로 일하게 됐을때의 심정은 어땠을까?

“수치수럽다. 내가 인턴으로 부려먹던 애가 나의 부장으로 서로 입장이 바뀌었다. 이걸 시청자들이 가장 보고싶었을 거다. 나는 통쾌하고 능청맞게 연기했다. 만약 서럽게 연기했다면 별로 였을 것이다. 나도 인턴부터 옹골식품 부장까지 오를때, 많이 당하고, ‘회사가 곧 나’라는 철학을 가지고 일했다. 물론 박해진을 상사로 인정해준다. 항명하지 않는다. 판을 깨는 자는 패배자다. 당하고 있는 이만식에 대한 공감. 우리 세대들이 재밌게 볼 수 있다.”

이런 내공의 시니어 인턴이니 젊은 부장이 복수는커녕 마음대로 부려먹을 수 없다. “가열찬 부장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나에게 ‘어른 대접안합니다’라고 했지만 불안한 거다. 앙갚음의 쾌감은 있었지만 구미호 같은 늙은 인턴때문에 힘들어진다.”

가열찬 부장(박해진)은 그럴수록 이만식을 더 세게 다룬다. 가열찬이 강도를 높이는 순간, 자신이 가장 싫어하고 경계했던 꼰대의 모습이 그대로 나오게 된다. “자신이 가장 싫어하던 것을 이제 자기 직원에게 하고 있다. 이등병때 많이 당한 병사도 병장이 되면 그렇게 안한다고 했지만, 그렇게 되버리지 않나. 이런 자기모순이 ‘꼰대인턴’을 보는 묘미다.”

김응수는 이만식 캐릭터를 연기하며 자신도 얻은 게 많다고 했다. “사실 마영팀(마케팅영업팀)내에서는 이만식이 노하우나 커리어가 많다. 중국 바이어 삥하오도 다룰줄 안다. 부장(박해진)이 마영팀을 잘 끌고가려면 상부상조해야 한다. 원수지만 상부상조하는 모순이 있고, 또 양자간 충돌이 직장인에게도 설득력 있게 전달됐을 거다. 이만식도 신제품 개발 명목으로 지방에 갈 때 놀러가듯이 갔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부장시절 해보지 못한 자료조사와 필드에서의 고생을 해보며 직원들의 고충을 이해한다.”

김응수는 박해진과 박기웅, 한지은 등 배우들이 연기를 잘했지만, 박해진 부장에게 긴장감을 주기 위해 투입된 차형석 과장 역인 영탁이 연기를 너무 잘해 감짝 놀랐다고 한다.

“나는 영탁의 이름도 몰랐다. ‘미스터트롯’도 안봤다. 대사 하는 걸 보니 10년 이상 배우를 한 것 같았다. 가열찬을 궁지로 몰아넣는 연기를 능청받게 하더라. 배우가 두 발을 땅에 세우고 연기를 할 줄 알고, 그곳에서 놀았다. 카메라가 4대인데도 다 알더라.영탁의 분량을 늘려주길 원했다. 왜냐하면 가열찬 부장의 운명이 차과장으로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만식 캐릭터를 잘 소화한 김응수는 실제 자신은 꼰대 짓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꼰대는 나이 많은 높은 사람인데, 나도 나이로는 꼰대 레벨2는 된다. 내가 배우를 안하고 직장생활을 했다면 꼰대가 됐을 것이다. 나는 성실하니 젊은 친구들이 오면 잔소리를 했을 것이다. 나는 배우를 한 덕에 꼰대질 할 여건이 안됐다. 두 딸들도 일찍 집을 떠나 공부를 하고 있다. 나도 엄격한 목화 극단 선배들 밑에서 오래 지냈다. 선배들이 연기를 못하면 혼내지만, 후배를 괴롭히지는 않았다. 나도 성지루, 정은표, 임원희 등 극단후배들과 편하게 지낸다.”

김응수는 “병기 형. 후배기자들이 헤맬때, ‘기사를 이렇게 쓰면 어떨까’ 하고 예의있게 얘기해야지, ‘육하원칙도 몰라. 학교에서 뭘 배웠어’ 하면 안되잖아. 나도 절대 남의 인생 간섭안해. 상대방의 얘기에 귀기울이려고 해”라고 했다.

김응수는 곽철용과 이만식으로 신세대에 친근한 이미지로 소비되는데 대해 “행복하다”고 했다. ‘강제전성기’가 이어졌으면 좋겠단다. 김응수라는 인간은 기본적으로 유쾌하다. 그는 "예술의 첫번째 본질은 재미라고 생각한다. 내 연기를 보고 웃는 재미, 우는 재미가 다 있었으면 좋겠지만 결국 예술작품은 재밌어야 한다. 사는 것도 힘든데, 예술마저 재미가 없으면 어떻게 하나"고 말한다.

“곽철용과 이만식의 공통점은 남성성이다. 조금 권위적이고, 폭력적이다. 이것을 ‘꼰대인턴’ 이만식은 유머와 재미로 잘 버무려야 겠다고 생각했다. 14년전 곽철웅을 지금 젊은 친구들이 왜 좋아할까? 공부 열심해 해 좋은 대학,좋은 직장,좋은 배필 만나 행복하게 살고 싶은 게 희망인데, 취직이 잘 안된다. ‘묻고 더블로 가’가 신세대에게 인기가 있는 건 기성세대에 대한 반발이다. 그들이 행복하지 않다는 증거다. 좋은 대학을 나와도 아파트 하나 못사는 현실에 대해 말하는 거다. 곽철용이 고니(조승우)에게 2억원을 잃고, 만회하려면 판세를 뒤집을 수밖에 없다. 온라인에게 신세대 자신들이 신세타령한 거다. 날 가지고 재미있게 논 것은 좋지만, 기성세대들이 너무 많이 가져간다. 기성세대가 그들에게 잘못한 부분을 생각하면 씁쓸한 점도 있다.”

김응수는 다음 작품에 대해 묻자, “KBS에서 2016년에 방송된 사극 ‘임진왜란 1592’을 영화로 만드는 ‘귀선’을 내년에 한다. 도요토미는 천민 출신으로 서른 개가 넘는 직업을 가졌고 바늘 장사도 했다. 도요토미에 대해 더 많은 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든 대사를 일본어로 소화해낸 그가 영화에서 만들어내는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또 어떨지 궁금하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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