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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쟁예측, 지난 130년간 거의 빗나갔다”
속전속결·첨단무기 의존 오판 불러
베트남전 등 기술외적 요인 고려안해
프리드먼, 한반도 전쟁 가능성 제기
美, 동맹체제 포기땐 국제질서 위험
거짓정보·해킹 등 사이버테러 기승
미래는 전면전 대신 ‘하이브리드형’예측

“우리는 지난 과거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였을 때 그것이 어떻게 보였는지 말함으로써 왜 사건들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는지, 개개인이 어떻게 자기 경험의 포로가 되고 후세대에는 너무도 명백해 보였던 것을 왜 놓쳤는지(…)이해할 수 있다.”(‘전쟁의 미래’에서)

1891년 영국의 ‘블랙 앤드 화이트’란 잡지가 ‘유럽에서 일어날 다음 번 전쟁’을 전망하는 기획물을 연재했다.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퇴역 장교 필립 콜롬 제독이 이끄는 전략그룹의 예상이 관심을 모았다. 이들은 다음 번 전쟁이 발칸 반도에서 페르디난트 대공을 겨냥한 암살 시도로 촉발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작은 나라들 간의 충돌로 시작해 대국들이 참여하면서 확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23년 후, 비교적 예상은 근접했는데, 사라예보에서 오스트리아 황태자 페르디난트 대공이 피살된 사건을 계기로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게 된다.

‘앞으로 전쟁은 어디서, 왜, 어떻게 일어날까?’

군사전략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로렌스 프리드먼(킹스칼리지 런던 명예교수)은 ‘전쟁의 미래’(비즈니스북스) ‘한국어판 서문’에서, 잠재적 위협이 존재하는 한반도에서 새로운 한국전쟁 가능성이 있음을 언급한다. 그는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동맹 체제를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기존 국제질서는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1870년 프랑스·프로에센 전쟁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미래의 전쟁을 어떻게 예측해 왔는지, 실제 전쟁 양상은 어땠는지 살핀 책은 지난 150년 간 사람들이 제대로 전쟁을 예측한 경우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가령 제1차 세계대전때 결정적인 전투가 될 것으로 생각한 서부전선은 대포와 라이플총의 사거리 향상으로 참호전으로 고착되고 만다.

프리드먼은 특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전투에서 전력을 집중해 빠르게 치를 경우, 갈등 해결은 물론 패권을 쥘 수 있어 전쟁은 매혹적으로 여겨졌다며, 속전속결에 대한 지나친 낙관주의가 오판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한 예로, 일본이 진주만에 있던 미 태평양 함대를 공격한 것은 일본이 기습공격을 잘 수행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과거 청일전쟁, 러일전쟁에서 일본은 기습의 효과를 톡톡이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주만 습격은 전술적으로는 성공했지만 소련의 대반격과 미국의 참전을 불러오는 등 치명적인 결과를 낳았다. 기습공격 선호는 첨단무기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 기인하는데, 전략 무기가 앞섰다고 전쟁에서 승리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은 미국의 베트남전이나 아프가니스탄전 등에서 드러난다. 기술외적인 요인을 고려하지 않은 탓이라는 분석이다.

저자는 전쟁의 양상이 20세기 말 부터 달라지고 있음에 주목한다. 공산권의 붕괴로 세계는 평화의 시대가 도래한 것으로 여겼지만 이후 대규모 전쟁은 줄어든 반면 아프리카와 발칸반도 등 내전은 곳곳에서 벌어졌고, 테러라는 새로운 양태가 출현했다.

지난 40년간 분쟁의 대부분은 바로 이런 내전이나 반란 형태라는 점에서 과거의 전쟁과 다르다. 그렇다고 피해규모가 작은 건 아니다. 르완다 학살사건으로 50만명이 사망하고, 멕시코 마약 갱단간의 폭력으로 지난 10년간 12만명이 죽었지만 이를 전쟁으로 여기지 않아 관심을 받지 못했다. 저자는 이와 관련, 전쟁의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한다고 말한다.

21세기 전쟁은 더 복잡해지고 있다. 가공할 파괴력을 지닌 핵무기의 사용을 억제하면서 적국에 효율적으로 무력을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은 내전, 테러과 함께 전쟁을 더 다루기 힘들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전면전 대신 정규군과 비정규군이 혼재되고 거짓정보, 가짜뉴스, 해킹 등 사이버 테러리즘이 가미된 소위 ‘하이브리드’ 양상을 띤다.

특히 강국 간 충돌이 되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데 저자는 우려를 나타낸다. 전통적인 군사작전이 벽에 부딪히면서 사이버 공격, 드론과 같은 원격살해 방식이 도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쟁의 미래를 예측하는 건 수많은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에 간단치 않다. 무엇보다 미래의 전쟁이란 바로 현재에 관한 일이기도 하다. 프리드먼은 전쟁을 재촉하거나 억제하는 방법은 지금의 행동에 있음을 강조한다. 즉 “원칙적으로 옹호되는 행동 방침을 따르면 더 낙관적인 결과가 실현되는 동안 가장 비참한 결과를 피할”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적의 풍부한 자원들, 예비병력을 찾고 동맹을 확보할 적의 능력을 거의 의도적으로 낮게 평가”할 경우, 전쟁을 재촉하는 상황을 만들어내게 된다는 것이다.

프리드먼은 문명화로 폭력은 사라질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과 달리, 전쟁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될 것 이란 점을 강조한다. 전쟁의 양상은 달라져도 전쟁이 일어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는 얘기다.

그는 전쟁을 활동하는 지진대에 비유, “국제 체제에는 국가 간에 혹은 국가 내부에 알려진 단층선이 있으며, 언제든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경종을 울린다.

프리드먼은 전쟁 기록과 전쟁사 뿐 아니라 전쟁을 예고한 다양한 소설들도 살피는데, 헥터 바이워터의 소설 ‘대태평양전쟁’을 인용, “전쟁은 어느 국민의 관점에서도 결코 수지맞는 사업이 아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전쟁의 미래/로렌스 프리드먼 지음, 조행복 옮김/비즈니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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