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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그 얼굴?…뮤지컬 ‘겹치기 출연’

  • 티켓파워 강한 스타배우·아이돌 전면 배치
    캐스트 끼워넣기 ‘더블·트리플’ 캐스팅 예사
    후진적 제작관행에 짧은 기간 흥행 노림수

    ‘예측 가능한 연기’ 판단땐 기대치 떨어져
    새 얼굴 육성 문화 비즈니스 가치 높여야
  • 기사입력 2020-07-01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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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퀴리’

뮤지컬배우 김소향은 대표적인 다작 배우다. 올 상반기 ‘웃는 남자’(1월 9일~3월 1일), ‘마리 퀴리’(2월 7일~3월 29일)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현재는 ‘모차르트!’(6월 16일~8월 9일) 10주년 무대에 오르고 있다. 동시에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6월 30일~9월 27일), ‘마리 퀴리’(7월 30일~9월 27일) 개막도 앞두고 있다. 탁월한 가창력과 탄탄한 연기, 본인만의 작품 해석력을 갖췄다는 점이 제작사들이 자주 찾는 이유다. ‘브로드웨이42번가’(6월 20일~8월 23일)에 출연 중인 김환희와 ‘렌트’(6월 13일~8월 23일)에 출연 중인 최재림은 나란히 ‘킹키부츠’(8월 21일~11월 1일)에 출연하며 숨 고를 틈 없이 무대를 바꾼다. 뮤지컬 연습이 보통 개막 두 달 전 시작되는 걸 고려하면 이미 동시에 두 작품을 오가는 중이다.

뮤지컬배우들의 ‘겹치기 출연’이 여전하다. 뮤지컬산업은 해마다 성장하고 있지만 한 배우가 동시에 여러 작품에 출연하는 ‘겹치기’는 국내 뮤지컬업계의 취약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배우들의 이런 현실을 “업계의 고질병”이라고 꼬집는다. 원종원 순천향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배우들의 겹치기 출연은 어느 개인이나 한 제작사의 문제가 아닌, 업계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지혜원 경희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역시 “뮤지컬산업의 제작 관행 문제”라는 지적이다.

배우들의 겹치기 출연이 가능한 것은 지난 10년 사이 ‘멀티 캐스팅’이 늘었기 때문이다. 원 교수는 “스타 캐스팅 위주로 작품이 돌아가다 보니 한 작품에 3, 4명이 주인공으로 이름을 올린다”고 지적했다. 탄탄한 실력과 티켓파워를 가진 스타 배우, 강력한 팬덤의 아이돌이 전면으로 배치된 캐스팅으로 이젠 ‘더블’을 넘어 트리플, 쿼드러플 캐스팅이 일반적인 상황이 됐다. 현재 공연 중인 대작 뮤지컬 ‘모차르트!’나 ‘브로드웨이42번가’도 트리플 캐스팅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지 교수는 “제작사 입장에선 기존에 했던 배우들을 안정적으로 가져가면서 새로운 캐스트를 맞춰 넣는 경우가 많다”고 봤다.

멀티 캐스팅이 관례처럼 자리 잡은 이유로 원 교수는 ‘단기 공연’을 꼽았다. 그는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선 같은 작품을 10년 이상 하고, 한 배우가 오랜 기간 하나의 역할만 해도 수입이 보장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는 사정이 다르다. 1400~1700석에 달하는 대극장에 공연을 올린 뒤 평균 두 달 관객을 만난다. “해외처럼 하나의 배역만 해서 완성도 있는 무대를 선보인다 해도 공연 이후엔 돈벌이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니 한 공연에 출연한다 해도 배우의 입장에선 먹고살아야 하고, 제작사 입장에선 티켓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 해소되지 않는다.

원 교수는 “공연을 단기로만 하다 보니 큰 극장에 스타 배우와 아이돌을 세워 일종의 ‘부동산 떴다방’ 같은 환경을 만든다”며 “짧은 기간 안에 비싼 티켓을 팔아 승부를 보려고 하니 대중 인지도가 높은 여러 배우를 쓰게 됐다. 결국 빈곤의 악순환이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배우의 풀이 적은 것도 겹치기 출연의 요인으로 꼽힌다. 제작사들은 “관객을 동원할 수 있으면서 주연급 배우로 내세울 만한 얼굴은 한정돼 있다”는 입장이다. 여배우의 경우 옥주현 등 일부 톱스타를 제외하면 티켓파워에 대부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런데도 같은 얼굴이 동시에 여러 작품에 등장하는 것은 배우 발굴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지 교수는 “여자 배우의 경우 워낙에 풀이 적어 파격적으로 기용하지 않으면 겹치기 출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겹치기 출연의 피해는 결국 관객 몫이다. 여러 작품을 동시다발적으로 하다 보니 완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제작사는 “배우들이 겹치기 출연을 한다 해도 작품마다 온전히 소화해 완벽한 연기를 보여주면 문제 없다”지만 관객도 같은 생각은 아니다. 몰입도가 떨어지고, 잦은 출연을 하는 배우의 캐스팅은 자연스럽게 꺼리게 된다. ‘예측 가능한 연기와 노래’를 보여준다고 판단하면 기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겹치기 출연’을 줄이고, 뮤지컬시장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새로운 스타 발굴이 필요하다. 원 교수는 “기존의 스타 캐스팅이 성숙되면 새 얼굴을 발굴해야 하는데 우리 뮤지컬시장은 여전히 인지도 높은 스타 활용에만 집중한다”며 “스타를 세우는 것만이 아니라 새로운 스타를 발굴하고 키워야 문화산업으로서 비즈니스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극장의 경계를 허무는 것도 중요하다. 국내 뮤지컬업계에선 남자 배우들과 달리 여자 배우의 경우 중소극장에서 대극장으로 넘어가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지 교수는 “대극장에 서는 여자 배우들은 중소극장 규모의 작품에서 공연하지 않고, 중소극장 규모의 배우들은 대극장 작품에 기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모든 극장을 넘나드는 배우로는 김소향이 유일하다시피 했고, 최근에는 옥주현이 ‘마리 퀴리’ 출연을 확정하며 1000석 이하 규모 무대에 서는 파격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 교수는 “극장 규모로 경계를 나누지 말고, 파격적으로 기용할 수 있는 캐스팅의 유연성을 발휘해야 겹치기 출연도 사라지고 뮤지컬시장도 발전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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