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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산산책] 18연패보다 두려운 것

지난주 말 모든 야구팬의 관심은 대전으로 쏠렸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35년 만에 18연패 수렁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과연 한화가 연패 기록을 이어갈 것인지, 아니면 극적으로 연패를 끊고 탈출할 것인지 초미의 관심사였다.

한화의 상대는 지난해 우승팀 두산 베어스. 평소였다면 공수 모두 열세인 한화의 승리를 점치기 어려웠지만, 막다른 골목에서 필사즉생의 각오로 나선 한화의 결기가 변수였다. 결국 한화는 전날 비로 중단됐다 속개된 경기에서 극적인 끝내기 안타로 승리한 뒤 이어 벌어진 경기에서도 승리하며 2연승을 달리는 드라마를 연출했다.

꼴찌팀이 1위팀을 이길 수 있는 것이 야구라지만 후보 선수들이 대거 포진한 한화가 야구도사들이 모여 있는 두산에 연승을 거둔 건 기적에 가까웠다. 게다가 두산은 올 시즌 단 한 번도 연패를 당한 적이 없다.

하지만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면서 야구팬들의 관심은 두산으로 옮겨졌다. 두산 선수의 트레이드설이 돌면서 야구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뜨거운 논란이 오갔고, 두산은 사실무근이라며 루머를 부인해 상황은 종료됐다.

그러나 두산팬들은 물론 야구팬들의 입맛은 쓰다.

두산은 2010년대 최고의 강팀으로 자리 잡았으면서도 주축 선수들이 줄줄이 빠져나가는 아픔을 겪고 있다. 모기업의 경영난 탓이다. 여러 해 전부터 어려움을 겪다 보니 야구단은 거액을 안겨줘야 하는 FA선수들을 눈물을 머금고 떠나보내 왔다. 김현수(LG) 양의지(NC) 민병헌(롯데) 등 두산을 챔피언 자리에 올려놓았고, 보통의 팀이라면 ‘칙사대접’을 받으며 두산에서 야구를 하고 있었을 선수들이 모두 FA가 된 뒤 두산을 떠났다. 그들을 잡을 여력이 두산엔 없었다.

올 시즌이 끝나면 무려 10명의 선수가 FA가 된다. 팬들은 ‘과연 몇 명이나 잡을 수 있을까’ ‘최소한 이 선수는 잡아야 한다’며 모기업 상황과 팀 상황에 안타까워하고 있다.

스포츠단은 기업의 홍보대사라 할 수 있다. 사실 생산력이나 기업에 경제적으로 기여하는 부분은 없거나 미미하다. 스포츠단 운영비도 적다고는 할 수 없다. 야구단은 한 해 약 200억~300억원을 쓴다. 중계권료나 입장 수익, 용품 판매수익도 많이 늘었지만 대부분의 팀은 모기업의 지원으로 운영된다. 물론 기업 홍보와 이미지 제고 면에서 효자인 것은 분명하다. 소비재도 없는 두산이 많은 사람에게 좋은 이미지로 어필하고 있는 이면에는 두산 베어스 야구단의 역할이 크다.

하지만 기업이 경영난을 겪거나 위기를 맞으면 가장 먼저 철퇴를 맞았던 것이 스포츠단이다. IMF 당시 실업농구팀들이 줄줄이 없어졌고, 프로야구에서도 태평양, 해태 등이 200억~400억원에 매각됐다. 팔아봐야 수백억, 해체해도 운영비 100억~200억원 아끼는 것에 그치지만 메시지는 크다. ‘푼돈에 불과한 스포츠팀을 없앨 정도로 자구책 마련에 애쓴다’는 효과를 기대하는 기업도 있었다.

3조6000억원가량 지원을 받은 두산은 현재 채무를 갚기 위해 계열사 매각에 나서는 등 긴박한 상황이다. 두산은 야구단 매각 의사가 없다고도 하고, 팔려고 하지만 사려는 원매자가 없다고도 한다. 실상이 무엇이든 OB와 두산시대에 이르기까지 6번의 우승을 차지하고, 많은 팬의 사랑을 받아온 두산 베어스의 운명이 안갯속에 빠져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야구팀이 야구 잘하는 것 외에 뭘 더할 수 있을까.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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