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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풀어도 돌지 않는 돈…美 ‘유동성 함정’에 빠졌나
은행 5월 초과지급준비금 3조2000억弗
2월 1조5000억弗서 석달새 배 이상 폭증
‘놀고 있는 돈’ 물꼬 안트면 경제회복 걸림돌
소비·투자 촉진 위한 부양책 미세조정 필요

미국의 중앙은행격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향후 2년간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경제를 떠받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10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낸 성명에서 적어도 2022년까진 기준금리를 제로(0.00~0.25%)수준으로 맞추겠다고하면서다. 각종 채권 매입도 지속할 뜻을 밝혔다. 3월 이후 이미 2조8000억달러의 자산을 사들였는데 멈추지 않겠다는 뜻이다.

통화정책 측면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촉발한 경제위기 방어를 위해 진력하는 셈이다.

바꿔 말하면 경제 회복까진 갈 길이 멀다는 ‘엄중한’ 판단을 내린 것이다. 공은 미 행정부에 넘어온 모양새다. 시중에 풀겠다고 의도한 돈이 고여있지 않게 적절한 재정정책을 펼쳐야 연준의 노력이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자금이 회전하지 않는 ‘유동성의 덫(liquidity trap)’에 빠졌다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몇 주 안에 끝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정부발(發) 경기부양책을 미세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경제통계(FRED)에 따르면 5월 1일 기준 미 예금 취급기관의 초과지급준비금(excess reserves)은 3조2176억달러(약 3832조원)에 달한다. 2월엔 1조5186억달러였는데 불과 석달만에 배 이상 폭증했다.

금융기관이 비상상황에 대비해 예금액의 일정 비율을 의무적으로 중앙은행에 예치토록 한 액수(지급준비금)를 훨씬 넘어 ‘놀고 있는’ 돈이 지천에 깔렸다는 얘기다. 금융위기로 인한 대침체가 한창이던 2019년엔 1조달러대였다.

불황 땐 가계든 기업이든 현금을 쥐고 있으려는 경향이 나타나지만 이 정도의 과도한 유동성은 금융투기 유발 등 되레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주식시장을 봐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변동성 장세가 연출되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이다.

블리클리금융그룹의 피터 부크바 최고투자책임자는 워싱턴포스트(WP)에 “주식시장이 잘 움직이고 있는데 연준은 왜 여전히 주(週)당 200억달러의 국채를 사고 있나”라며 유동성 공급을 통한 거품을 우려했다.

결국 돈의 물꼬를 제대로 터주지 않으면 가계의 소비도, 기업의 투자도 위축돼 경제 회복은 더 어려워진다는 결론이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정부가 제대로 된 경기부양책을 고안해야 한다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조언했다.

주로 소비와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방안에 초점을 뒀다. 그는 “예컨대 정부 보증으로 가계가 차를 구입하고, 6개월 동안 전염병 곡선이 일정 수준으로 유지되면 차 할부금을 면제해주는 걸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득조건부대출과 담보대출 등도 주택을 포함해 자동차·TV 같은 내구소모재 구입을 북돋우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가 하는 것처럼 유효기간을 설정한 소비쿠폰 발행도 선택지에 올려 놓을 수 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형편없이 짜여진 부양책은 단지 효과가 없는 게 아니라 위험하다”며 “나쁜 정책은 불평등에 기여하고, 사회 불안정의 씨를 뿌린다”고 정부가 대안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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