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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복 분신’에 법원 접근금지명령도 ‘무용지물’…“가해자도 함께 관리돼야”

  • 가해 남편, 지난 14일 접근금지 등 법원 명령받고도 아내 피신처 찾아가 범행
    전문가 “피해자 아닌 피의자 관리에 초점 맞춰야” “보호명령 위반 시 처벌 강화 필요성”
  • 기사입력 2020-06-0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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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로고.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가정폭력으로 피신한 부인을 찾아가 보복성 분신을 한 50대 남성이 법원으로부터 접근금지 등 ‘피해자보호명령’ 처분을 받은 와중에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 보호 명령이 사실상 무력화된 것이다. 특히 피해자는 스마트워치 지원 등 경찰의 신변 보호 지원도 거부한 상태라, 경찰도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피해자와 함께 가정폭력 가해자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A(53)씨는 5월 14일 법원으로부터 피해자 보호 명령 2·3호 처분을 각각 받았다. 법원의 명령으로 A씨는 아내 B씨의 주거 장소와 직장 등에서 100m 이내로 진입하지 못하도록(2호), 휴대전화 등 모든 통신도 이용하지 못하도록(3호) 접근금지됐다.

앞서 지난 4월 15일 아내 B씨는 폭행 혐의 등으로 남편 A씨를 대구 강북경찰서에 고소했다. 경찰은 고소장이 접수된 날부터 같은 달 18일까지 만 사흘 동안 B씨에게 임시 숙소를 제공했다. 이후 같은 달 21일 기소 의견으로 A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B씨는 경찰의 권유로 피해자 보호 명령을 법원에 신청했고, 법원의 명령서는 경찰은 물론 A씨와 B씨에도 각각 한 부씩 송달됐다.

하지만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에도 A씨는 지난 5월 31일 오후 9시46분께 아내가 사는 대구 북구의 한 원룸을 찾아가 아내와 자신의 몸에 인화성 물질을 뿌린 뒤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이 원룸은 A씨 부부의 아들이 사는 집으로 알려졌다. 이 불로 B씨는 얼굴과 양쪽 팔 등에 1∼2도 화상을 입었다. A 씨도 왼팔과 가슴 등에 2도 화상을 입었다. 불은 원룸 복도 1층 10㎡를 태웠다. 이 불로 주민 5명이 대피하기도 했다. 피해자 보호 명령이 사실상 작동을 하지 않은 것이다.

경찰의 피해자 지원도 범행을 막지 못했다. 법원의 피해자 보호 명령서를 받은 경찰은 B씨 사건에 대해 재발 우려가 높다고 판단, 관리 대상 A급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A급으로 분류돼도 피해자 보호 명령을 받은 피해자에 대한 지원은 ‘한 달에 1회 이상 전화’ 수준이라, 경찰은 지난 5월 19일 B씨에게 한 차례 전화를 한 것에 그쳤다.

당시 B씨는 경찰과 통화에서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한 단계 낮은 등급인 B급으로 분류하면 두 달에 한 번 피해자에게 확인 전화를 한다.

경찰의 설명에 따르면 대구 강북경찰서는 피해자 고소장을 접수하러 온 B씨에게 112 출동과 연계된 스마트워치 지급 등 신변 보호 요청을 했지만 B씨는 이를 모두 거절, 임시 숙소만 제공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거부할 경우 방법이 없다”고 했다. ‘보복 분신’ 당일이었던 지난 5월 31일 있었던 112 신고도 피해자 본인이 아닌 이웃에 사는 사람이 신고 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는 피해자 보호 명령 이후, 지난 5월 19일을 제외하고 112신고를 하거나 경찰과 연락한 적은 없다.

가정폭력의 특성상 피해자가 신변 보호 지원을 거부할 경우가 많은 만큼 피해자 관리가 아닌 피의자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소현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법률구조2부장은 “피해자에게 우선해 가정폭력 가해자에 대한 위치 추적을 하는 시스템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피해자 보호 명령이 사실상 무력화된 가운데 피해자 보호 명령 위반에 따른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보복 범죄가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피해자 보호 명령을 위반했을 경우 얻는 불이익이 더 크도록 처벌 수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경찰도 좀 더 적극적인 피해자 지원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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