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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산 숨은 명물 갈대 평원과 고백스타…무왕,김대건,황진이 숨결도
성당포 바람개비길-웅포의 낙조, 힐링의 아이콘
한국 첫 신부 김대건, 서품 받고 첫발 디딘 익산
구도심 고백스타 거리 놀거리 포토존, 공방 가득
미륵사지와 왕궁지는 이제 정담 나누는 소풍터
미스테리 익산, 더 알아가고픈 마은 들게하는곳

[헤럴드경제=함영훈 여행선임기자] 미래의 희망을 품은 미륵산과 그로부터 발원한 탑천, 금강, 만경강에 둘러싸인 익산은 여행의 삼위일체를 이룬 곳이다.

데이트족, 하이킹족들이 광활한 갈대 습지를 내려다 보며 걷거나 달리는 성당포구 둑방길. 역사문화유산의 도시 익산은 청정생태와 놀거리·즐길거리도 갖춰 여행즐거움의 3요소를 모두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연생태-역사문화-오락&식도락, 여행 행선지 결정의 3요소가 ‘V’자 대형으로 연결돼 있고, 곳곳에 보석같은 원포인트 볼거리·즐길거리가 있다.

백제의 서동 무왕과 신라 선덕왕 동생 선화공주 간 나제결혼동맹, 황진이가 유일하게 깊은 사랑을 나눈 남자 소세양(전라관찰사)의 고향이라는 점 때문에 사랑의 도시로도 불리고, 50년 된 대한민국 보석가공산업·예술의 메카로서 결혼동맹의 징표인 예물의 원조 집산지이기도 하다.

동아시아 최대 석탑을 가진 한국 최대 불교사원터, 국내 처음으로 글로벌 서품을 받은 김대건 신부의 첫 귀국지, 가장 많은 개신교회를 비롯해 인구 당 종교시설 수가 전국 최다 수준이라는 점 등에서 정신문화가 남다른 곳이다.

▶큰 곰이 금강물을 마시는 웅포= 금강과 맞닿는 익산의 북서쪽 강변마을은 청정 생태 속에 낭만과 여유를 찾는 곳이다.

11년간 해외 신학공부를 마친 김대건 신부는 1845년 늦여름~초가을 상하이에서 목선을 타고 불안한 표정으로 귀국하고 있었다. 그는 금강을 거슬러 노를 젓다 서해 5대 낙조명소인 익산 웅포 곰개나루, 산들바람이 싱그러운 성당포구의 광활한 갈대 습지를 지나고, 강경 어시장을 오가는 상인들의 눈인사를 접하면서 그제서야 안도하며 밝은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는 조력자가 있다는 익산 화산에 상륙한다.

포구 모양새가 곰이 금강물을 마시는 형국인 웅포 곰개나루의 석양은 장판 같은 강 물결을 짙게 물들이기에 해변의 그것보다 더욱 붉다. 철새가 많은 곳이라 셔터 누를 손가락만 성하면 동양화 같은 앵글을 어렵지 않게 얻는다.

강변 하이킹족들의 페달이 힘차고 먹거리를 준비하는 캠핑족의 어설픈 손길이 정겹다. 일반캠핑장, 오토캠핑장, 족구장, 농구장, 잔디광장이 있고 낮은 곳엔 용왕사 팔각정, 높은 곳엔 금강정이 우뚝 서있다.

익산 금강변 바람개비길

▶바람개비와 갈대밭 둑방길의 서정= 바다와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바람 좋은 성당포구 ‘바람개비길’옆엔 파도가 친다. 여의도 면적 보다 약간 크고 길죽한 강변 습지에 갈대가 가득 채워져 일렁인다.

데이트족, 하이킹족들이 광활한 갈대 습지를 내려다 보며 걷거나 달리는 둑방길가엔 형형색색의 바람개비가 길 좌우에 도열해 5㎞를 호위하는데, 바람개비들이 빨리 돌면, 갈대파도가 요동치며 ‘싱크로 2중주’ 몸짓과 소리를 낸다.

길가에 문득 서서 산들바람을 느끼며 드넓은 갈대밭을 내려다보기만 해도, 사랑할 것 같고, 미안했던 것 같고,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경세제민의 기본, 성스러운 세곡을 관리하던 곳이라 성당(聖堂)포라 부르는데, 익산 사람들은 풍부한 산물에다 보석산업으로 택택한데도, 여행자들을 위해, 황포돛배타기, 생태탐방, 고란초자생지·수리부엉이·철새 관찰 등 좋은 프로그램 많이도 준비해뒀다.

나바위 성당

▶나바위 마을의 문명 공생= 성당포 동쪽엔 화산(華山)마을이 있다. 한국 1호 신부 김대건은 우암 송시열(1607~1689) 선생이 ‘너럭바위(나바위) 가진, 작지만 화려한 산’이라고 칭송한 화산 주변 마을 사람들의 보호 속에 지내다 용인으로 향한다.

카이로의 성가족피난교회에 견줄 바는 아니지만, 김대건신부가 들렀다 간 자리엔 나바위 성당이 세워졌다. 고딕양식과 한옥 건축양식이 만난 첫 성당이다.

농사와 어로를 하다 종이 울리면 기도하고, 예배시간 늦어도 마루(지금은 회랑으로 바뀜)에 앉아 예를 갖췄다. 동화같은 스태인드글라스가 이채롭다. 1997년 송현섭 신부가 백주년기념때 그렸다가 지난해 동네아이들과 다시 채색했다.

오래도록 이 마을 수호신이던 산꼭대기 마애삼존불 옆에 조선시대 유생-농민들의 쉼터 전망대 망금정이 세워지고, 그옆엔 십자가 답이 섰다. 유-불-천 문명은 그렇게 화산마을에서 공존했다.

미사포와 히잡 구분이 없는 남동 유럽과 북부 아프리카에 있는 정교회들 처럼, 퇴색되지 않는 가르침을 유지하고, 정치와 이기심에 좌우되지 않은 채, 모두를 포용하는 마을 공동체의 중심축이었다는 점에서 나바위성당은 ‘코리아정교회의 본부’라 불러도 무방할 듯 싶다.

▶상인 떠난 자리 문화예술인 장악, 고백스타= 익산은 놀터다. 이제 대한민국 남서부 교통중심 익산역 주변 중심가로 놀러 간다. 2000년대 신도시 개발과 함께 상인들이 하나둘 떠나자 익산시는 역앞 구도심에 예술인들을 끌어들였다.

창작 공간, 갤러리와 공방을 열고, 닥터 독립운동가의 병원을 개조해 익산근대역사관을 만들더니, 익산아트센터 익산 컨셉트로 사랑놀이 하는 ‘Go100Star(고백스타)’를 조성했다. 배트맨이 여러건물 꼭대기에서 엄호한다.

교복입은 남녀학생 조형물이 있는 포토존에서 인증샷 안 찍으면 익산 안 간 것이다. ‘꽃을 보듯 너를 본다’는 글귀에 걸맞게 남학생의 순진한 눈빛, 잘도 묘사했다. 트릭아트 즐기듯, 프러포즈의 방, 사랑의 감옥, 천사가 지켜주는 사랑 등 서동-선화의 후예 익산사람들의 끼부림이 놀랍다. 익산문화관광재단은 K팝 알리미 유투버 걸그룹 아트비트를 키우는 등 청년의 끼를 키워주고 있다.

고백스타 내부 테마포토존
익산 문화예술거리 고백스타
익산문화재단이 육성한 유투버 K팝알리미그룹 아트비트가 익산교도소체험세트장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교도소 배경의 영화 단골촬영지이자 수갑에 언약을 새기는 교도소체험장,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이자 이제 문화공간으로 바뀐 춘포역, 이화여대 진입로 같은 지하요새에 3만여점의 신비로운 문화재를 소장한 국립익산박물관도 익산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다.

▶아주 오래된 연인의 공원, 미륵사지·왕궁터= 익산의 ‘V’자 매력의 스테디셀러, 동쪽 미륵사지와 왕궁리 여행자들의 모습은 탐사 보다는 소풍 나온 청소년들 같다.

“왕궁의 구불구불한 수로가 비스듬하게 서서히 아래쪽으로 내려가네, 예술적이다”, “수세식 화장실이 1400년전 한국에 있었다니..서양 보다 낫네”, “미륵 동탑은 공장에서 찍어낸 것 같아”, “28년전 나름 고증해서 새로 만들었거든~”, “서탑은 왜 더 멋질까?”, “원래 28m인데, 지금은 15m만 남았대. 고풍스러우니까”, “한복판에 40m, 16층짜리 빌딩 만한 목탑이 있었다고? 대박!”, “석탑도 목탑 기법으로 만들었대. 구부린 모양도 살리고, 되게 힘들게 했겠다”, “야, 근데, 너 지난번 왜 날 힘들게 했니?”, “어...미안”, “의젓하게 언덕에서 왕궁 지키는 5층탑 좀 보고 배워라, 배워.”

이곳은 이제 할 말이 그리 많지 않은, 서로에게 잘 길들여진 부부와 가족, 아주 오래된 연인들, 이제 막 우정과 사랑이 피어나려는 사람들이 유물들의 자취를 보면서, 이런 식의 정담으로 산책하기 좋은 공원이다.

미륵사지석탑
익산왕궁지 오층석탑

▶서동과 죽고못살던 선화는 왜 익산을 떠났을까= 11년전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그 전까지 무왕의 부인은 신라 선화공주라고 알았는데, 건축 기록 ‘금제사리봉영기’에 기재된 왕후는 백제 부총리급 귀족인 좌평 ‘사택적덕’의 딸이었던 것이다.

미륵사지석탑 사리장염구

무대는 강원도 동해시로 옮겨진다. 동해안 감추사에 가면 ‘선화공주가 무왕과 결혼한후 몹쓸병에 걸려 사자사 법사의 권고로 동해로 가 기도와 치유 테라피를 했으며, 병이 낫자 그곳에 감추사를 지은뒤 은덕을 기리다 말년을 보냈다’고 적혀있다.

당시 백제 왕실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선화는 권력투쟁에서 밀렸나. 나제 전쟁 때문에 멀어진 부부관계? 익산 천도 이후 측근 강화를 위한 서동의 정무 전략?

서동은 19세에 무왕에 즉위한다. 서동과 선화의 나이 차는 7~10세로 추정된다. 경쟁국 수도 한복판에서 고3 짜리가 초등학교 2~5학년쯤 되는 소녀를 상대로 벌인 서동요공작은 실제 어떤 모습이었을까.

더 알아가고 싶은 익산이다. 역사유적 말고도 여러 매력을 감추었다 내놓으니, 더 발굴하고픈 도시이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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