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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바로보기] 후지산과 일본 百名山

후지산(富士山) 등산로를 관리하는 시즈오카현과 야마나시현은 지난주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통행로를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후지산은 매년 7~8월 두 달 동안 일반인들의 정상 등정을 허용해 왔다. 후지산 입산이 전면 금지되는 것은 공식 기록으론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불(火)의 산으로 알려진 후지산은 전설과 신앙의 산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정토신앙을 구하는 수행자들이 주로 찾았다. 지금도 깊은 산속 곳곳에 오래된 신사와 절들이 있다. 후지산 정상에 한번 오르는 것을 일생의 소원으로 꼽는 일본인들도 많다. 매년 국내외에서 30여만명에 이르는 관광객들이 후지산을 찾는다.

2006년 7월 초 지인과 함께 후지산을 오른 적이 있다. 전날 밤 10시쯤 출발해 7시간을 걸어 해 뜰 무렵 정상에 도착했다. 그날 두 가지에 놀랐던 기억이 또렷하다. 35도를 넘는 폭염 속에도 정상 인근은 만년설로 덮여 있었다. 8개 봉우리로 둘러싸인 분화구는 깊이 200m, 폭 700m 규모로 장대했다. 졸리고 지친 몸으로 좁은 전망대에 발을 딛고 보니 주변 많은 사람이 한국인이었다는 점도 신기했다.

후지산(3776m)은 일본에서 가장 높다. 1707년 대분화한 적이 있는 활화산이다. 당시 화산 폭발로 수백km 떨어진 에도(도쿄)까지 화산재가 날아가 2~3cm나 쌓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사실 후지산은 오를 때보다 멀리서 볼 때 아름다운 산이다. 출발 지점은 북동쪽 요시다구치(吉田口) 등 4개이다. 보통 등산객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5부 능선(표고 2400m) 주차장에서 내려 산행을 시작한다. 이곳에서 정상까지 6~10시간 정도 걸린다. 고산이기 때문에 초보자들은 1박2일 코스로 오르는 게 안전하다.

국토의 70% 정도가 산악지형인 일본에는 거칠고 험한 산들이 많다. 혼슈(본섬) 중부에는 기타다케(3193m), 야리가다케(3180m), 다테야마(3015m) 등 3000m급 산들이 줄지어 있다. 이 고산지대를 유럽의 알프스와 비교해 ‘일본 알프스’로 부른다. 후지산과 기타다케 등 전국을 대표하는 산들이 ‘백명산(百名山)’에 들어간다.

백명산은 문인이며, 산악인인 후카다 큐야가 1964년에 펴낸 단행본 ‘日本 百名山’에서 유래한다. 후카다는 도쿄대 재학 때부터 30여년에 걸쳐 이들 산의 정상에 오른 뒤 등정기를 썼다. 그는 백명산 선정 기준으로 ‘산의 품격’ ‘산의 역사’ ‘산의 개성’을 꼽았다. 무조건 높은 산이 아니라 웅장하고 아름다우면서도 인문학적 가치가 있는 100개를 골랐다.

올여름 휴가시즌을 앞두고 나온 후지산 입산금지 조치는 등산 애호가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여행 패턴이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유명 맛집이나 인기 관광지 대신 인적이 드물고 힐링이 되는 자연생태 여행이 주목받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깊은 산속에서 마음의 평화를 찾으려는 등산객들이 늘어날 듯하다. 내년 여름에는 코로나가 종식되고 후지산 등정 길이 다시 열리길 기대해 본다.

최인한 시사아카데미 일본경제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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