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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년 고서·희귀본 품고 완주군민 인생신문 만들고 문화공간 변신한 ‘쌀창고’
삼례책마을·삼례문화예술촌 ‘감성여행’
마량진첨사(오른쪽 두번째)와 비인현감이 영국 두 함대 관계자를 조사하고 진술서를 받는 장면은 영국측에서 그렸고, 삼례책마을이 소장하고 있는 ‘조선서해안 항해기’에 한국어 어휘와 함께 수록돼 있다.
삼례책마을박대헌 이사장

완주 삼례책마을에는 영국 넬슨제독에게 패해 세인트헬레나섬에 유배된 프랑스 나폴레옹 황제가 한국에 대한 얘기를 전해듣고 그림을 본 뒤, 한국을 극찬했다는 내용의 고(古) 서적이 소장돼 있어 눈길을 끈다.

나폴레옹 황제와 서제임스홀 경은 사관학교 동기이지만 각각 프랑스와 영국으로 활동영역을 달리했다. 홀 경의 가족 바실 홀 중령은 1816년 리라호를 몰고 서해안을 항해하다 낯선 뱃길에 그만 충남 서천 마량진에 표착(漂着)하게 된다.

이때 수염을 길게 기른 조대복 마량진첨사(지역군사총책)와 마량진 관할 행정청인 비인현의 이승렬 현감으로부터 조사(문정)를 받게 된다.

의심스런 항해가 아니고, 상호 정중한 태도를 보이며 우정을 교환할 의지가 확인되자, 조선측은 영국측의 초대를 받아 서양배에서 포도주와 서양음식을 먹고 성서 한권을 선물로 받았다. 리라호와 함께 표류하던 알세스트호의 맥스웰 선장도 동석했다.

영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홀은 잘 아는 삼촌뻘 나폴레옹을 알현하고는 한국에서 본 얘기와 조대복 첨사 일행과의 추억이 담긴 그림을 보여준다.

이때 나폴레옹은 “조선의 이 분들은 정말 멋진 인물이다. 얘기를 듣고 그림을 보니, 이들은 세계 어느 민족 보다도 뛰어난 민족임에 틀림없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이 일화는 홀이 쓴 ‘조선 서해안 항해기’편에 기록돼 있고, 이 서적을 완주 삼례책마을에서 소장하고 있다고 박대헌 이사장은 전했다. 이 책에는 ‘눈(eye)’, ‘좋다(好타)’ 등 당시 채록된 한영 어휘 비교표도 들어있다.

삼례책마을에는 괴테전집 초기 간행본, 용주골기지촌 취재사진집, 탁상용 램브란트 초상화, 100년 가량 된 일본 참의원문서, 나폴레옹의 임종을 그린 회화 등 희귀 서적과 작품이 2층짜리 옛 양곡창고에 가득하다.

삼례책마을 도로 건너편에는 일제의 우리 쌀 수탈 창고들을 2013년 문화공간으로 재생한 삼례문화예술촌이 있다. 예술촌 내에는 모모미술관, 디지털아트관, 소극장 시어터애니, 김상림목공소 등이 있어, 여행자의 정서를 풍요롭게 해준다.

퇴출을 눈앞에 둔 옛 출판기계는 완주군민 한명 한명의 일대기를 피규어 톱기사로 하는 신문을 찍어냈다. 나폴레옹 부럽지 않은 군민 개개인의 스토리와 인생철학이 깃든 완주인생보 신문은 여행자의 감성을 파고든 최고의 문학이었다.

함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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