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바라보는 보수진영의 시선이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보수정치세력의 심장부 격인 미래통합당 최근의 행보가 그렇다. 통합당 지도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5·18 묘역을 찾을 예정이다. 하지만 그 분위기가 이전과는 사뭇 다르다.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도 별개로 광주 방문 계획을 논의 중이다. 통합당과 한국당은 기념식 참석은 물론 5·18 유가족과의 간담회 등도 계획하고 있다. 특히 통합당 청년세대들은 최근까지 이어졌던 당내 인사들의 ‘5·18 망언’에 대한 사죄도 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동안 관행적 연례 행사로 떠밀리듯 기념식에 참석해 왔던 것과 달리 진정성이 묻어난다.

5·18민주화운동이 우리 현대사에서 차지하는 의미는 굳이 설명이 더 필요없을 정도다. 법적 역사적 판단도 이미 끝난 상태다. 더욱이 5·18을 ‘민주화운동’을 공인한 건 지금도 통합당 대표실에 사진이 걸려있는 김영삼 대통령 재임 시절이었다. 그러나 통합당 일각에서는 이를 둘러싼 왜곡과 망언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5·18을 폭동이라고 하거나 관련 유공자들 ‘괴물’에 비유하는 상식이하의 발언들도 부지기수였다. 편협한 역사인식은 둘째 치더라도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그런데도 지도부는 이렇다할 징계나 제재조치를 내리지 못해 판을 더 키웠다. 이 같은 행태들은 국민적 공감을 결코 얻을 수 없다. 지난 총선에서 통합당이 유례없는 참패를 당한 요인 중 하나도 여기에 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나 이제라도 통합당이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여러 면에서 다행이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 갈등을 해소하고 정치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5·18민주화운동은 애초 진영 논리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와해 위기에 놓인 보수정치 세력을 재건하고 당의 외연을 넓히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호남 유권자들의 통합당에 대한 인식도 앞으로는 많이 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정치의 고질적 병폐는 협치의 부재다. 무소불위 힘으로 독주하는 여당과 발목잡기에 급급한 야당의 소모적 대결만 난무하는 게 작금의 정치판 현주소다. 통합당의 달라진 5·18 시선은 야당으로부터의 협치 제스처라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크다. 180석을 갖게 된 거대 여당 더불어민주당도 야당을 국정운영의 한 축으로 받아들이고 더 포용하는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 그래야 국민 대통합이 이뤄지고 코로나 위기를 벗어날 동력도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