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남산산책] 큰 위기 큰 차익의 추억

‘주식 농부’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는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큰 파동에 올라타 주식투자만으로 2000억원대 자산을 일궈낸 사람이다. 박 대표의 투자자산이 급증한 때는 서너 차례 있었는데, 2001년 9·11테러, 2008년 금융위기, 2013년 남유럽 재정위기 당시 ‘퀀텀점프’를 했다. 그는 “위기가 오면 주식가치가 급락하는데 그때 업종 내 1~2등 종목을 사두면 위기가 지난 뒤 그 종목들은 시장 지배력이 더 커지고 주가도 큰 폭으로 오른다”며 성공 비결을 설명한다. 박 대표는 좋은 씨앗을 골라 심어서 키우듯이 투자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신중하게 선택한 종목이라면 주가 변동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믿고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장기 투자 전도사’로 유명한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주식투자는 재테크가 아니다’고 말한다. ‘테크닉’이 아니란 뜻이다. 주식은 사고파는 것이 아니고 꾸준히 모으는 것이라고 설파한다. 좋은 회사를 찾아 그 주식을 오랫동안 보유하고 열매를 공유하는 것이 주식투자라는 얘기다. 외환위기 후유증에 시달리던 지난 1999년 1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20년 동안 코스피지수는 498포인트에서 2162포인트로 568.5% 상승했다. 한국 주식의 대표격인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3354% 올랐다. 2003년에 상장한 게임회사 엔씨소프트는 16배 뛰었다. 장기 투자의 위력이다.

‘큰 위기 속에 큰 기회가 있다’는 말은 주식과 함께 2대 자산시장인 부동산에도 적용된다. 외환위기 후 1998년 한 해 14.6% 떨어진 서울 아파트값은 1999년부터 2002년까지 4년간 82.9% 뛰며 ‘V’자 반등했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 대장주로 꼽히는 대치동 은마아파트 84㎡(전용면적)는 외환위기 때의 5배 수준인 12억3000만원에서 2008년 8월 금융위기를 맞았다. 4개월 뒤 10억5000만원까지 떨어졌다가 1년 뒤인 2009년 9월 12억6000만원으로 이전 가격을 회복했다. 2013년 2월 8억6000만원까지 긴 내리막을 내려온 뒤 2016년 6월 다시 12억4000만원으로 금융위기 전 수준을 되찾았다. 코로나 사태로 지금 가격이 조정받고 있지만 지난해 말에는 금융위기 이전의 두 배 가까운 23억원에 거래됐다. 잠실 주공5단지 아파트도 은마와 비슷한 궤적을 그리며 ‘W’자로 반등했다.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투자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높아졌다. 주식이 됐든, 부동산이 됐든 펀더멘털이 튼튼한 상품이라면 큰 위기 때가 오히려 큰 차익을 누릴 저가 매수 기회라는 ‘학습효과’다. ‘동학개미’들이 삼성전자를 사 모으고 코로나 여파로 3억~4억원 떨어진 서울 강남 재건축 급매물들이 나오기 무섭게 팔려나가는 현상이 잘 말해준다.

이런 움직임들이 일확천금을 노리는 도박이나 투기가 되지 않고 장기 투자라는 바람직한 패턴으로 이어지려면 세제 혜택 등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주식의 경우 65세 이상 은퇴자들은 배당소득세를 면제해 노후자금으로 활용토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이라면 4·15 총선 때 여당 인사들이 공언했던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을 들 수 있겠다.

우리나라는 코로나 사태를 먼저 겪으면서 이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재난관리 선진국이라는 칭송을 받고 있다. 한국 경제의 복원력에 긍정적이라면 코로나 사태에서도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단, ‘장기 투자’여야 유효하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