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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리로 종 친 꿩, 금강송의 치악산 청정 공기, 속세에 닿는다
원주시, 기상학까지 고려해 200억원 짜리 연결 숲길 조성

[헤럴드경제=함영훈 여행선임기자] 공기 좋고, 물 좋은 산에서 수련하던 한 선비가 어느날, 구렁이에게 잡혀 먹히려던 꿩을 구해준다. 벌써 부터, ‘어디서 많이 들어본 얘기’이다.

구렁이는 그날 밤 산중 오두막 여인으로 변신해 잘 곳을 찾던 선비를 미리 기다린다. 아니나 다를까 어여쁜 여인으로 둔갑한 구렁이는 삼경에 이르자 선비를 해치려든다.

한국의 동화도 이집트 신화처럼, 이때쯤 가해자는 피해자가 실현해 내기 힘든 내기를 건다. 조선 8도 절(寺) 중에서 해발고도가 가장 높은 절의 종이 해뜨기 전 세 번 울리면 살려주겠다는 것이다. 동지섣달 꽃 보기 보다 더 어려운 이 내기는 그냥 “내 사냥을 방해한 너, 죽으라”는 얘기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영문인가. 불가능하리라던 종이 한밤의 정적을 뚫고 ‘댕’, ‘댕’, ‘댕’ 소리를 우렁차게 내며 세 번 울린다. 낮에 선비가 살려준 꿩이 자기 머리를 종에 부딪쳐 소리를 내고는 속절없이 땅바닥에 떨어지고 만다.

바로 대한민국 가장 높은 지대에 있는 치악산 상원사 동종이 울려 사람을 살렸고, 적악산(赤嶽山)이었던 산 이름은 이때부터 ‘꿩 치’ 자를 써 치악산(雉嶽山)이 됐다.

원주 치악산 금강송 숲길
원주 치악산 상원사

치악산에 대해 시조시인 이금자는 이렇게 노래한다. ‘침엽수 사이로 빗살같은 아침햇살/ 통통 튀는 물방울은 보석처럼 고와라/ 버들치 향연을 벌린 맑고 맑은 구룡연/ 울울한 금강솔은 천년 세월 병풍이요/ 상목련, 찔레향은 계절의 향기려니/ 매순간 푸른 영상에 마음이 머무는 곳.’

한국관광공사를 품고 있기에, 청렴 상피(相避)하느라 역차별을 받았을까. 오히려 등잔 밑에서 진면목을 알리지 못했던 대표적인 곳이 원주 치악산이다. 원주의 이미지는 혁신,신도시,미래산업이라, 청정 생태와 연결시키지 못하는 우리 국민의 선입견 역시 보약 같은 치악산의 매력을 드러내지 못하게 했다.

치악산 구룡연의 오뉴월 아침, 햇살은 금강송 사이를 뚫고 지나와 연못 수면 위 옅게 드리워진 물안개와 조우하고, 봄 햇살과 아침이슬, 금강송의 하모니는 치악산 숲길에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여기서, 들숨은 보약이고, 날숨은 해방이다.

초입인 ‘금강송 소나무숲길’ 부터 정상인 비로봉까지, 치악산의 청정 기운이 머지 않아 현대인들이 사는 속세에도 전해진다.

원주시는 연말 폐선 예정인 중앙선 철도 원주역∼반곡역 9㎞ 구간을 활용한 치악산 바람길 숲을 조성하기로 했다.

치악산 정상 비로봉

원주시청 관광과 직원들이 한국관광공사의 도움을 얻는다 한들 청정 공기 까지 운반할 수 있을까?

1일 원주시에 따르면, 나랏돈과 원주시민의 세금, 반반씩 200억원을 들여, 앞으로 2년간 치악산 청정공기가 도심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바람길을 만들게 되고, 최근 설계용역에 들어갔다.

바람길 숲은 치악산 맑은 공기를 도심으로 유입시키는 것이 목표다. 대기 흐름 등을 고려한 지형 분석으로 바람 도심 유입 경로를 파악할 방침이다. 참 요즘 관광당국, 행정학, 식물학, 생태학, 인문학에 기상학, 지질과학 까지 고려하니, 제갈공명 보다 낫다.

철도 정원 숲길, 자연풍경 숲길, 단풍숲길에 만들어지는데, 추가로 식재될 이팝나무, 미루나무, 메타세콰이어 등이 치악산 청정공기의 이동을 호위하기 위해, 이집트 신전의 스핑크스 처럼 도열한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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