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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1년…“입법 보완·의료 시스템 필요”
모낙폐 “현행법, 수술만 다뤄…인공유산유도제 도입 필요해”
산부인과 전문의 “의료인 재교육·의료전달체계 등 구축 시급”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관련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만 1년이 된 지난 11일 시민단체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측이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제공]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지난해 4월 11일 낙태 수술을 받은 여성과 의료진을 처벌하도록 한 형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지만 입법 보완과 의료 시스템 마련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이 여성계와 여성 단체에서 나오고 있다.

30일 여성계와 여성 단체 등에 따르면 형법상의 ‘죄’만 사라졌을 뿐 현행 모자보건법 14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인공임신중절 수술 이외 범위와 그에 맞는 의료 체계에 대한 논의는 아직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계는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1년 이후 변화’에 대해 여성들에게 임신중절 접근성은 그대로”라며 “입법 공백을 틈타 인공유산유도제 암시장만 커졌다”고 지적했다.

윤정원 전 녹색병원 산부인과장은 최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검찰이 임신 기간 12주 이내 임신중지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리기로 했지만 인공임신중절을 위한 의료인 재교육이나 인공유산유도제 도입이 논의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병원 접근이 어려워졌고 이를 틈타 인공유산유도제 암시장만 커졌다”고 설명했다.

여성 단체는 법 개정 이전에 여성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가능한 범위 내에서 대책을 마련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모낙폐)의 문설희 집행위원장은 “모자보건법 14조에는 인공임신중절 ‘수술’에만 예외를 두고 있다”며 “인공유산유도제를 도입해 임신중절을 유도하는 방안을 가능한 범위 내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미소프로스톨이 포함된 약물은 우리나라에서도 위장약으로 쓰이고 있는데 이를 인공임신중절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모낙폐는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1년을 맞은 지난 11일 국회 앞에서 관련 법 개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20대 국회에서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별다른 논의가 없자 임신중절에 관해 보건의료 전달체계를 만들어야 하는 보건복지부도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 출산정책과 관계자는 “법이 없는데 행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계, 법조계, 여성계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라며 “내부적으로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국민건강보험법과 인공유산유도제 수입과 관련한 약사법에 대한 검토만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는 5월 30일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21대 국회는 헌재 결정에 따라 12월 31일까지 관련 법을 개정해야한다. 이에 여성계 등에서는 불과 여덟 달밖에 남지 않은 기간 동안 임신중절에 대한 소극적 허용 논의가 아닌 여성의 건강과 안전을 고려한 의료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윤 전 과장은 “법 통과 이후에는 안전한 임신중절을 위해 의료인 교육 방안과 유산 전후 상담안을 수립해야 한다”며 “복지부도 미프진(인공유산유도제)의 도입, 임상시험, 일반인 대상 정보 제공 방안 마련을 강구해야 한다”고 전했다.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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