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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승연의 현장에서] 제2의 원유ETN 광풍 온다

최근 원유 선물 연계 상장지수증권(ETN), 상장지수펀드(ETF) 투기 과열의 중심에는 30대 ‘주린이(주식+어린이, 초보 주식 투자자)’들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여의도 여기저기에서 나오고 있다. 30대인 기자도 주식투자 경험이 많지 않은 지인들로부터 원유 ETN 투자는 어떻냐는 질문을 심심찮게 받기 시작하면서 그런 짐작이 영 틀린 것만은 아니겠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30대가 많이 하는 인터넷 주식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보면 원유 ETN 가격과 유가 움직임이 거의 실시간으로 중계되며 참여자들의 가장 큰 관심을 받는 모습이었다.

유가 등락에 따라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에 들뜬 30대 주린이들은 당국의 연이은 경고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오히려 거래량은 폭증했다. 한 원유 레버리지 ETN의 경우, 2월 거래량 대비 3월은 4982%, 4월은 1만5930% 증가할 정도였다. 지표가치 대비 시장가격의 괴리율이 1000% 이상 확대되는 상황도 빚어졌다. 유가 전망이 안갯속인 상황에서 거품만 끼고 있었던 것이다.

기본적으로 선물 투자는 위험성이 크다. 상품의 미래 가격을 예측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위기에 처할 때는 예측이 더 힘들다. 미국 원유업체들의 파산이 이어질 정도로 원유 수요가 극도로 줄고 있는데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 상황에서 원유 선물가격의 방향성을 맞혀야 하는 원유 ETN으로 되레 위험을 끌어안는 ‘불나방’ 행렬에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비트코인 광풍에 탑승했던, 위험을 선호하는 젊은 투자자들이 원유 ETN에 뛰어들었다는 얘기도 그래서 나온다.

젊은 투자자들이 도박처럼 높은 수익률을 좇는 것은 더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과거 세대처럼 예·적금, 부동산 등 전통적인 재테크로는 돈을 벌기가 점점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시중 예금금리는 제로 수준이고, 부동산은 대출규제 강화로 젊은 세대들의 신규 진입이 거의 불가능하다. 자산을 불려나가야 할 시기에 사다리를 잃고 ‘티끌 모아 티끌’이라는 자조가 익숙해진 30대가 고위험·고수익에 끌리는 것은 당연한 얘기일지도 모른다. 코로나19 여파로 가격이 폭락한 상품들의 반등에 베팅하는 것이 유일한 성공 기회처럼 보일 수도 있다.

결국 원유 ETN 광풍은 대상만 달라질 뿐 언제든 재연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젊은 투자자들이 차근차근 성공하는 재테크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증권사·자산운용사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 보인다. 금융 당국도 건전한 투자 환경을 조성해야 할 의무가 있다. 특히 무조건 ‘한방’을 노리는 맹목적 투자를 뿌리 뽑고 건강한 투자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도록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하다.

어릴 때부터 직접 투자를 통해 금융의 중요성을 배우는 유대인 교육을 벤치마킹하는 방법도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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