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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눈에 읽는 신간]국난 극복의 상징, '이순신을 찾아서'외 신간다이제스트

▶이순신을 찾아서(최원식 지음, 돌베개)=단재 신채호는 국망의 위기에 이순신을 소환, ‘수군제일위인 이순신’(1908년)을 썼다. 단재가 충무를 근대로 불러온 까닭은 국민 하나하나가 제2의 이순신이 돼 국난을 극복하자는 뜻에서였다. ‘구보씨의 하루’의 작가 박태원도 해방과 분단의 혼란기에 충무공을 호출, ‘이충무공행록’을 썼다. 문학평론가 최원식 인하대 명예교수가 10여년 작업 끝에 ‘이순신 전문가’인 단재와 구보의 이순신을 다시 번역·주석해 내놨다. 책은 해설편과 자료편으로 나뉘며, 해설편에선 단재의 이순신을 축으로 홍명희의 ‘임꺽정’에 등장하는 이순신부터 김훈의 ‘칼의 노래’에 등장하는 이순신까지 서사의 내력을 비판적으로 개관했다. 자료편에선 단재와 구보의 작품을 번역하고 주석을 실었다. ‘수군제일위인 이순신’은 국한문체에 옛 고어를 많이 사용, 번역작들이 혼란스러웠는데 이번에 정확한 교주와 번역작업을 거쳐 정본 텍스트를 확정했다. 구보의 이순신은 지금은 사라져 가는 서울말의 백미를 보여주는 문장으로 원문의 맛을 살렸다.

▶신과 인간의 전쟁, 일리아스 (존 돌런 지음, 정미현 옮김, 문학동네 )=기원전 8세기,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가 쓴 ‘일리아스’는 트로이 전쟁을 그린 서사시로, ‘서양문학의 뿌리’로 불린다. 전쟁과 사랑, 영웅과 신의 역동적인 이야기에도 시적 운율의 긴 흐름과 관용적 표현은 지금의 독자들에게는 다가가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존 돌런의 ‘일리아스’는 고대의 이야기 스타일을 현대의 감각적인 산문으로 바꿨다. 저자는 자신을 이야기 배달꾼으로 자처, 본래 모닥불가에 모여 앉아 함께 나누던 옛이야기로서의 ‘일리아스’의 본질을 제대로 전달하겠다고 나서는데 호언장담한대로다. 현대의 길거리 언어까지 동원, 만담꾼의 기질을 맘껏 드러내는데, 캐릭터의 면면을 꿰뚫은 적확한 묘사가 압권이다. 아가멤논과 아킬레우스의 한바탕 입담싸움 등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전쟁장면에선 전쟁덕후다운 면모가 여실히 드러나는데, .고전은 지루하다는 편견을 단번에 깬 새로운 ‘일리아스’를 만날 수 있다.

▶뉴턴의 아틀리에(김상욱, 유지원 지음, 민음사)=물리학자 김상욱, 타이포그래퍼 유지원, 서로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지만 둘의 관심사가 만나는 지점이 있다. 김상욱은 틈만 나면 미술관을 찾고 유지원은 물리학회까지 참석하며 과학에 열정을 보이는 디자이너다. 과학과 예술의 겹쳐보기 혹은 소통의 경로찾기랄 책은 복잡함과 자연스러움, 상전이, 감각, 가치, 유머 등 26개의 키워드를 놓고 수학적 사고와 창작의 세계가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 서로의 생각을 펼쳐낸다. 저자들은 생명력과 창의력은 소통의 힘에서 온다고 말한다.“세포들도 인간들도, 네트워크를 이루어 서로 의존해야 생존을 유지”하는데 기술과학의 발달로 “인간 사이의 소통은 점점 더 간접적인 것”이 돼가고 있다고 우려한다. 혁신과 독창성 역시 무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낯선 언어와 서로 다른 분야가 소통하고 연결되면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잭슨 폴록의 액션페인팅에서 중력 원칙의 자연스러움을 읽어내는 과학자, 열역학 제2법칙에서 생명력이 보이는 예술적 패턴을 읽어내는 디자이너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가 새로운 시야를 열어준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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