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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산산책] 대한민국의 맷집

정말 어렵고도 힘든 숙제를 최선의 답을 찾아가며 풀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바로 턱밑 옆 나라 중국에서 퍼져나온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국민 대부분이 불안과 공포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대한민국의 일상은 다행스럽게도 ‘통제 가능한’ 영역에 있어 보인다.

만약 우리가 일본이나 미국 또는 개인의 자유를 부르짖는 유럽처럼 코로나19를 안일하게 바라봤다면 지금 상황은 어땠을까.

중국 우한에서 발발한 바이러스를 피해 많은 중국인이 한국으로 건너왔을 때, 신천지예배 사태로 인한 확진자가 폭증했을 때 많은 국민은 두려움에 빠졌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 약국에 긴 줄을 서야 할 때도 그랬다. 하지만 두 달여가 지난 지금, 우리의 코로나19 대응은 전 세계에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적절했고, 국민을 안도케 했다. 신기할 만큼 안정된 한국의 상황을 주시하던 해외 언론들은 설마 했던 선거까지 안전하게 치러내자 혀를 내둘렀다.

국민도 국가와 지자체, 방역기관의 지침을 철저히 따르면서 협조했다. 귀국한 자녀를 얼굴조차 보지 않고 완벽하게 격리했던 아버지와, 역시 해외에서 돌아온 여동생을 김장비닐에 싸서 데려온 오빠의 일화는 감탄과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온라인에는 ‘한국은 국난극복이 취미인 나라’라며 현 상황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무수한 외침, 전쟁, 끔찍한 독재정권도 이겨낸 나라라는 것이다.

가장 일선에서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의료진과 봉사자, 질병관리본부 등 관계공무원들의 헌신은 어떤 경의를 표하더라도 부족하다. 돈도 명예도 아니고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는 생각에 사지(死地)로 달려갔다. 의료진을 위해 숙소를 내놓거나 식사를 제공한 이도 많았다. 사람들이 외부 출입을 자제하면서 업무량이 폭증했지만 최선을 다하는 택배 종사자들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수익이 급감해 어려움에 처한 식당 등 자영업자들을 위해 임대료를 깎아준 건물주도 많다. 작은 식당을 돕자며 배달 주문을 독려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작지만 따뜻한 배려였다.

물론 어쩔 수 없이 극단적인 어려움에 부닥친 사람도 많다. 경제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관광·제조업·요식업 등 종사자들은 무급휴직은 물론 해고를 당하기도 했다. 실업급여 신청자가 급증했다. 초기에 넋놓고 있었던 미국·유럽의 실업 규모는 훨씬 더 크다. 백신이 나오기 전에는 획기적인 반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하지만 더한 어려움도 이겨내고 지금의 자리까지 온 것이 대한민국의 저력이다. 지난해 일본의 아베 정권이 ‘잽으로 코피만 나게 하려 했었다’는 망발을 하며 반도체 소재의 한국 수출을 금지했을 때도 위기였지만 국민은 ‘보이콧 재팬’운동으로 일본에 반격했고, 기업들 역시 지나치게 일본에 의존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기술 자립을 이뤄냈다.

해외에 거주하는 필자의 지인은 “매일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하지만 마스크를 구할 수도 없다”며 “지금 뉴스로 전해 듣는 한국의 상황은 놀랍기만 하다”고 혀를 내둘렀다.

많은 전문가가 “이제 전 세계는 코로나 이전으로 절대 돌아갈 수 없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역시 가을 무렵 또다시 유행할 수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2020년 봄을 견뎌낸 한국인들의 힘은 위기에서 또다시 발휘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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