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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박종구 초당대 총장] 재정 포퓰리즘이 곳간을 허문다

최근 ‘재정 포퓰리즘’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재난 극복을 위한 긴급재난지원금이 재정 포퓰리즘에 불을 질렀다. 경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충정에서 시작된 지원금 지급이 정치권의 정쟁을 겪으며 애초 취지가 변질됐다.

정부가 소득하위 70% 가구에 최대 100만원을 지급하자는 방안을 내놓자 미래통합당은 전 국민 1인당 50만원 지급으로 맞불을 놨다. 여당도 전 국민 지급 수정안을 내놨고 정의당과 민생당도 논쟁에 뛰어들었다. 울산시교육감도 지역 내 학생 15만명에게 10만원씩 교육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나서 논란을 키웠다.

지난 수년간 현금 복지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출산장려금이 대표적이다. 강원도는 아이를 둔 모든 집에 육아기본수당 명목으로 월 30만원씩 48개월간 지급한다. 경북 봉화군은 첫아이 출산 시 700만원을 준다.

경기도는 모든 시·군이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한다. 유일하게 버티던 경기 남양주시도 지역민 반발로 생각을 바꿨다. 성남시는 3년 전부터 지역상품권을 주는 청년배당을 실시했고 경기도도 동참했다. 전남도가 연 60만원 농민수당을 지급하기로 한 후 여러 지자체가 유사한 제도를 채택했다.

‘현금 복지’는 한 번 도입하면 중단하기가 쉽지 않다. 중독성이 매우 강한 정책이다. 남미 재정위기 뒤에는 과도한 현금 복지가 있다.

문제는 재정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2019 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부채는 1700조원을 넘어섰다. 중앙·지방정부가 갚아야 할 국가채무는 728조원이다. 국가채무비율은 38.1%로 사상 최고치이고 국민 1인당 채무는 1409만원에 달한다. 통합재정수지는 12조원 적자, 4대연금을 포함한 관리재정수지는 54조4000억원 적자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43조2000억원을 넘어섰다.

올해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재정이 ‘시계 제로’ 상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3% 역성장 전망치를 내놓았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5.1% 이후 최초의 마이너스 성장이다. 노무라증권 -6.7%, 모건스탠리 -1%, UBS -0.9% 등 주요 예측기관이 하나같이 우리나라의 역성장을 예측한다. 이런 비관적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재정적자는 100조원, 국가채무비율은 43%를 넘길 확률이 높다.

다행히 국가채무비율은 미국 일본 등과 비교할 때 아직 위기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재정적자 증가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 정부의 확장적 재정 정책의 여파로 재정건전성에 적신호가 울렸다. 재정수지는 한 번 적자로 돌아서면 흑자 반전이 쉽지 않다. 국가채무비율이 70% 선인 미국도 1960년 이후 1969년과 1998~2001년 5개 연도를 제외하고는 재정적자를 기록했다.

일본도 잃어버린 20년을 겪으면서 부채 비율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만성적 적자국의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코로나19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한 적극적 재정 운용은 불가피하다. 2차 추경 편성 논의가 무성하다. 그러나 성장과 수출이 급락하면서 ‘실업대란’이 우려된다. 올 3월 실업급여 지급액은 사상 최대 규모인 8982억원이다.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는 15만6000여명으로, 전년 대비 25% 급증했다. 경제 기초체력이 허약해진 상황에서 코로나 사태가 고용시장에 직격탄을 가했다.

취약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취약계층, 영세상인, 소상공인에 대한 실효성 있는 재정 지원이 불가피하다.

한국지방세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 영향으로 지방세수가 최대 5조6000억원 줄어들 전망이다. 입소스 여론조사에서 모든 국민에 대한 지원금 지급을 찬성하는 응답률은 40.1%에 그쳤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우리나라는 재정건전성이 마지막 보루다. 재정 포퓰리즘은 나라의 곳간을 무너뜨리는 바이러스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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