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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코로나19 승자와 패자
정순식 산업부 재계팀장

최근 영국인이 쓴 ‘코로나19로 배운 것들’이란 제목의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이 화제가 됐다. 글은 총 15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그 중 일부를 소개하면 이렇다. “1. 중국은 미사일 한 방 안쏘고 3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했고, 2. 유럽인들이 보이는 것 만큼 배운 사람들은 아니었다. 3. 부자들이 실제론 가난한 사람보다 면역이 좋은 것은 아니고…” 이밖에 종교 지도자, 축구 스타, 미디어, 배우 등을 비꼬는 내용도 담겼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세계를 지배해 오던 기존의 기득권 질서가 실제론 허무할 정도로 취약했다는 분석이다.

일견 솔깃해 보이는 해석이다. 하지만 동의는 쉽지 않다. 코로나19는 분명 기존 관념과 질서의 대변혁을 촉진하고 있다. 전 세계를 호령하던 미국과 유럽의 서구 사회가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우리는 목도한다. 유력 정치인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마저도 피해가지 못할 정도로 코로나19의 기세는 부와 권력 앞에 평등하다.

하지만 이 해석은 한계가 명확하다. 전파 과정 만을 따진 분석에 불과해서다. 결과적으로 코로나19는 오히려 양극화와 차별의 촉진자다. 코로나19의 경제적 피해는 약한 고리를 파고 든다. 미국과 유럽 금융시장은 중앙은행의 강력한 화력 지원에 빠르게 안정을 찾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를 기록 중인 미국의 주식 시장은 수직 낙하를 거듭하더니 이내 강력한 ‘V자 반등’을 이뤄냈다.

반면 이 기간 주요 신흥국들의 경제는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이 대규모 자본유출과 외화 부족, 부채부담 증가 문제에 직면했다”며 선진국 그룹에 신흥국 위기 지원을 호소했다. 환자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선진국이 도리어 조력자의 위치에 섰다.

수직 반등 중인 미국 주식 시장 안에서도 차별의 지형이 그려진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지수를 대변하는 S&P500과 러셀2000 지수의 움직임은 상이하다. 코로나19 기간 S&P500은 저점 대비 28.8% 반등했다. 반면 러셀2000은 25.5% 회복에 그치며 상대적으로 약한 흐름을 보인다. 중앙은행의 금융 지원이 대기업들에 보다 우호적이었기 때문이다.

전통산업과 혁신산업 간의 경쟁에서도 코로나19는 철저히 혁신산업에 우호적이었다. 오프라인의 제조업은 휘청였고, 연결과 가상의 공간에서 혁신산업은 승승장구했다.

시선을 주변 현실로 돌려봐도 다르지 않다. 모두가 매출과 실적이 급전직하하는 어려운 시기다. 다만 항공과 여행업을 제외한다면 대기업들은 아직은 버텨낼 여력이 충분해 보인다. 반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하루가 다르게 폐업이 속출한다. 외부 충격을 버틸 체력과 정부 지원의 집중도 차이가 생사를 가른다.

위기를 넘어서려는 중앙은행들의 화폐 공급량은 과거 미국의 서브프라임 금융위기를 능가한다. 더욱 빠른 속도로 보다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 10년 간 자산 시장 만의 나홀로 버블을 불렀던 통화정책이 더욱 ‘쎈놈’으로 돌아왔다.

낮아진 금리, 풀려진 돈은 또 다시 쏠림 현상을 낳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더 큰 양극화의 촉매제가 될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발(發) 판의 재편은 이미 시작됐다. 위너(Winner)의 거센 환성과 루저(Loser)들의 안타까운 탄식이 벌써부터 눈에 선하다. 눈 앞의 위기에서 한 발 앞선 미래로 시선을 돌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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