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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데이터 중심의 국가 R&D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지난해 말 캐나다의 AI 스타트업 ‘블루닷(BlueDOT)’은 중국 우한에서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가 발병한 뒤 서울 도쿄 홍콩 등으로 확산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이는 CDC(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나 WHO(세계보건기구)보다 열흘이나 빠른 예고였다.

직원 수가 불과 40명 남짓한 기업이 국제기구보다 빠르게 예측할 수 있었던 것은 블루닷 AI의 데이터 분석기술 덕분이다.

블루닷의 AI는 15분마다 65개 언어의 질병 관련 뉴스와 발표 자료, 항공사 발권 데이터 등을 수집 및 분석해 전염병 발생 확률을 계산했다.

이처럼 데이터의 영향력이 확대되자 많은 글로벌 기업이 ‘데이터 중심의 의사결정 기업(Data Driven Enterprise)’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데이터 드리븐 비즈니스의 잠재력은 상당히 크다. 이는 데이터 기반의 플랫폼 기업이 세계 10대 기업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환경 변화를 인지하고 적극적인 데이터 개방 정책과 데이터 3법을 시행하며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해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가트너의 조사에 따르면 조직 내에서 활용되지 않는 데이터의 비율은 97%에 달하며 87%의 조직은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활용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한다. 쌓여 있는 데이터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미래 먹거리 예측과 비즈니스 성공을 좌우하는 시대지만 아직 많은 기업이 그 가치를 알지 못하거나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연간 24조원에 달하는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원 영역에도 적극적인 데이터 활용을 고민해볼 때가 됐다. 지금까지 기술 개발 과제를 신청하거나 연구비를 집행하는 분야의 전산화는 꾸준히 진행돼왔다. 그러나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지원 분야를 발굴하거나 과제를 선정하는 분야의 ‘데이터 드리븐’ 업무는 이제 막 첫걸음을 떼는 수준이다.

우수한 과제를 선정하기 위해서는 기존 지원 사례를 분석해 기술 동향이나 시장 수요 등을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정부의 R&D 지원 방식은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하기보다는 소수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위원회에 의존하고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의 수요를 신속하게 담아 발 빠른 투자로 연결해야 하는 R&D 분야에서는 한계가 있는 접근법이다.

이젠 정부 R&D 투자에 데이터 분석을 적용해 과제 지원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먼저, 국내외 특허 출원 현황, 품목별 수출입 통계, 해외 R&D 동향 등을 수집하고 과제 기획 과정에 반영해 사업화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또 초연결 인프라를 활용해 위원회 참석이 어려웠던 국내외 전문가를 온라인으로 불러들이고, 사전에 분석한 데이터를 제공해 평가 과정에서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높여 나가야 한다. 데이터 중심의 디지털 평가위원회(Data Driven Digital Committee)를 만들어 가야 한다.

동시에 언택트 방식의 디지털 평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술 보호나 보안 등의 이슈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안정적인 시스템을 바탕으로 보안과 편의성을 모두 갖춘 디지털 플랫폼이 필요하다.

우리 기업들은 미-중 무역전쟁과 일본의 수출 규제, 코로나19 등 여러 악조건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젠 정부 R&D 지원의 효율성을 높여 기업의 성과 향상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더욱 과감하고 도전적인 자세로 미래를 위한 변화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데이터 중심의 국가 R&D 시스템 구축으로 R&D 생태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기를 기대한다.

정양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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