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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상의 오지랖] 통합당 ‘막말 논란’ 김대호 제명 의결…“관악갑 1석 포기로 후폭풍 막겠다” 극약처방
통합당 윤리위, ‘세대비하’논란 김 후보 제명 결정
총선 일주일 남기고 제명은 사상 유례없는 조치
“극약처방 안하면 후폭풍 감당 못해” 판단한 듯
민주당도 ‘도종환 후보 발언’ 등에 자체 경계령
일각 “그동안 얻은 표 하루아침에 날릴 수 있어”
총선 코앞 두고 여야 모두 긴급 ‘설화주의보’ 발령
‘세대 비하’ 발언 논란으로 당 윤리위원회에서 제명이 의결된 미래통합당 관악갑 김대호 국회의원 후보가 8일 서울 영등포구 미래통합당사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

미래통합당이 이번 총선(4월15일)에서 서울 관악갑에 출마한 김대호 후보를 제명키로 결정했다. 김 후보가 ‘세대 비하’ 발언 논란을 일으키자, 선거일을 고작 일주일 앞두고 내린 단호한 조치다. 총선 코 앞에서 후보를 제명키로 한 것은 사상 유례없는 일이다. 지역구 한석(관악갑) 포기를 불사하고라도 후폭풍을 재빨리 차단하겠다는 뜻이어서, 통합당으로선 극약 처방인 셈이다.

미래통합당은 8일 중앙윤리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세대 비하’ 발언으로 논란이 된 서울 관악갑 김 후보를 제명키로 결정했다. 윤리위는 제명 결정 사유로 ‘선거 기간 부적절한 발언으로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하였음’을 들었다. 김 후보의 제명은 당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최고위원회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현재로선 제명 결정이 번복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제명이 확정되면 김 후보의 총선 후보직은 박탈 당한다. 통합당이 속전속결로 초유의 조치인 제명을 결정한 것은 김 후보의 발언이 총선 전체 판세에 악영향을 미칠 소지가 크고, 이에 서둘러 후폭풍을 차단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의 발로인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의 ‘막말 논란’이 그 단초를 제공했다. 김 후보는 지난 7일 한 지역 방송국 주최로 열린 ‘서울 관악갑 후보자 초청 방송토론회’에 출연했다. 여기서 김 후보는 ‘장애인 체육시설 건립’에 관한 질문에 “장애인은 다양하다. 1급, 2급, 3급… 나이가 들면 다 장애인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원칙은 모든 시설은 다목적 시설이 돼야 한다”고 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모두 장애인이 된다’고 한 대목이 문제가 됐다. 당장 ‘노인 비하’ 잡음을 일으켰다. 이게 문제가 되자 김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해당 발언에 대해 “노인 폄하는 커녕 노인 공경 발언이었다”며 “악의적 편집”이라고 해명했다. 자신의 뜻이 왜곡돼도 한참 왜곡됐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통합당은 김 후보의 주장과 무관하게 제명키로 한 것이다. 앞서 전날에도 김 후보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회의에 참석해 “30대 중반에서 40대는 논리가 아니다. 그냥 막연한 정서, 거대한 무지와 착각”이라고 한 바 있다. 3040이 통합당에 대해 냉랭하다는 시각에 대한 이유를 그렇게 풀이한 것이다. 곧장 3040 세대 폄하 논쟁으로 번졌다. 3040을 중심으로 한 여론이 싸늘하게 변했다. 통합당 내부에선 “3040 표는 다 날아가게 생겼다”는 한숨이 나왔다. 통합당 지도부는 수습에 바빴다. 김종인 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은 “개인 성격상 문제이지, 당 입장이 아니다”고 했다. 당론이 전혀 아니라고 강조한 것이다. 황교안 대표도 “아주 부적절한 발언으로, 그런 말이 나와선 안된다”고 경계했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날에도 본인은 억울하다고 하지만, ‘망언급 발언 논란’이 불붙자 통합당에선 곧바로 제명카드라는 극약처방을 내놓은 것이다.

이는 앞서 며칠간 설화에 시달려왔던 통합당 분위기와 관련이 크다. 통합당 관계자는 “김 후보의 해명과 관계없이 이틀간의 발언으로 당에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며 “지역구 한 석을 포기하더라도 전체 판에 후폭풍을 차단하기 위해서 제명이라는 긴급 흐름으로 진행된 것”이라고 했다. 상처가 더 번지기 전에 싹을 잘라야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통합당은 이날 발언이 논란이 되자 “당 지도부는 김 후보의 있을 수 없는 발언과 관련해 제명을 하기로 했으며 윤리위원회를 열어 관련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공식 공지를 통해 알리기도 했다. ‘있을 수 없는 발언’이라는 단어까지 동원한 것을 보면 통합당의 긴장 수위와 극단적인 처방의 배경을 짐작케 한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 7일 강원 춘천시 미래통합당 강원도당에서 열린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공동 강원권역 선대위 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

그렇잖아도 통합당은 황 대표의 ‘n번방 호기심’, ‘키작은 사람’ 발언과 인천 연수갑 정승연 후보의 ‘인천 촌구석’ 발언으로 내부적으로 설화주의보가 내려진 상황이었다. 이런 와중에 총선 이슈에서 가장 큰 논쟁거리인 세대문제에 대한 김 후보의 잇단 설화성 발언이 터지면서 통합당은 배수진성의 후폭풍 차단을 위한 초강수를 둘 수 밖에 없었다는 게 중론이다.

설화주의보는 통합당의 얘기만은 아니다. 여론조사상 전체적 판세에서 우세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막말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후보(충북 청주 흥덕구)는 지난 6일 총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논란을 빚을만한 발언을 내놨다. 그는 “(북한이 미사일 쏘는 것은) 한미군사합동훈련과 F-35 전투기의 청주비행장 반입에 대한 반발”이라면서 “서른여덟 발 쐈다고 하는데, 실제로 우리가 더 많이 쏘고 있다. 여기까지만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상대진영인 정우택 통합당 후보가 “MB 정부 때 북한이 미사일 12번 쐈고, 박근혜 정부 때 5번 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미사일을 38번 쐈는데, 평화의 물꼬가 아니라 미사일 물꼬를 튼 것 아니냐”고 하자 나온 대응성 발언이었다. ‘실제로 우리가 더 많이 쏘고 있다’는 말에 논쟁의 불이 붙었다. 통합당은 “어느나라 후보냐”고 작심 비판했다. 태영호 미래통합당 후보(서울 강남갑)는 “도 후보가 ‘우리(한국)가 북한보다 미사일을 더 많이 쏜다”고 말한 것은 매우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7일 아예 이와 관련한 성명을 내고 “상대를 정확하게 꿰뚫지 못하는 안이한 안보의식보다 북한의 행태를 정당화하는 흐름이 더 심각한 문제”라며 “국민 앞에 사죄하고 망언의 재발 금지를 약속하라”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에서의 말 실수는 후보들만 한 것은 아니다. 이해찬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 역시 최근 ‘지역 폄하’ 논란을 빚었다. 그는 지난 6일 부산에서 열린 더시민과의 합동 선거대책위원회의 도중 경부선 철로 지하화 공약을 거론하면서 “부산을 올 때마다 왜 교통체증이 많을까, 도시가 왜 이렇게 초라할까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고 했다. 부산 발전이 더뎌 아쉽다는 뜻이었지만, ‘초라’라는 단어가 문제가 됐다. 앞서 이 위원장은 내부적으로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말실수를 하지 말라”고 경계령을 내린 상태였다. 이런 그가 정작 실언 논란에 휩싸이자 민주당 내부에선 “부산 표가 상당수 날아갔다”는 자조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대한 전문가의 평가는 냉정하다. 뉴시스에 따르면,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통합당 입장에서는 젊은 표가 절실한 데 김대호 후보 논란이 30~40대에게 기름을 부었고, 최근 부산에서 민주당이 분위기가 좋은데 이해찬 대표의 발언은 찬물을 끼얹었다”며 “공략해야 되는 표에 대한 실수는 약점을 드러내는 것이라 더욱 치명적”이라고 했다.

6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선거대책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중앙당 상임선대위원장인 이해찬 당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총선 막판에 막말이 쏟아지는 것은 후보들이 한표라도 더 얻기 위해 무리한 발언을 하게 되는 심리와 관련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상대 지지층에 한표를 호소하기 위해 자극적인 말을 계속 던지다보면 어느새 감당할 수 없는 말까지 나오게 되고, 이에 후회를 해봤자 늦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즉, 특정 현안에 철학이 없는 상태에서 오로지 한표만을 위해 발언을 하다보면 실수가 뒤따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무리수 발언’이 총선 막판에 회복 불능의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당의 전체적 총선판에 악영향을 끼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는 것이다.

정확히 일주일 남은 총선, 선거 D-7에서 민주당과 통합당이 설화주의보를 긴급 발령한 이유는 이래서다. 막판에 감당못할 설화가 나온다면 여태까지의 노력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실장은 지난 7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총선 막판의 변수로 ‘막말’을 꼽았다. 그는 “여야 할 것 없이 총선의 마지막 변수 중 하나가 바로 막말 논란”이라고 했다. 그는 ‘막말이 왜 자꾸 나오나’라는 진행자 질문에 “그냥 이른바 개념이 없어서 막말이 나오는 것, 그리고 상대를 공격하려고 하는데 과한 표현이나 혐오성 발언을 하는 경우. 크게 봐서 두 가지 때문”이라고 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총선을 코앞에 둔 시기는 축구로 따지면 마지막 5분과 같다”며 “점수를 따왔던, 잃어왔던 남은 5분간 ‘막말’로 자책골을 넣는 상황은 절대로 안된다는 점에서 민주당이나 통합당은 계속해서 투표날까지 막말경계령을 거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총선까지 남은 날은 정확히 일주일. 말을 조심하라. 지금부터 역대급 막말이나 망언이 나오면 시간상 수습이 불가능하고, 애써 쌓아왔던 ‘공든탑’은 일시에 무너질 수 있다. 여야는 모두 각 후보 진영에 이런 ‘말조심’ 메시지를 하달했다.

〈헤럴드경제 기자, 마케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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