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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유 저장할 곳도 이제 없다…‘마이너스 유가’ 시대 오나
골드만삭스 “저장시설 조만간 고갈”
3대 원유는 20달러 선 겨우 유지
WTI 미드랜드, 캐나다 WCS 가격 한 자릿수로 떨어져
유정 줄폐쇄 기로…수요 회복 시 ‘석유 부족 사태’ 발생 우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원유 수요 감소와 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의 증산경쟁으로 글로벌 원유 공급이 넘쳐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저장시설마저 부족한 현 공급과잉 실태를 경고하며 최근의 저유가 사태가 마이너스 유가 시대로 이어질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사진은 프랑스 마르세유 인근에 정박해 있는 유조선의 모습.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원유가 갈 곳을 잃고 있다.”(미 자산운용사 누버거버먼 분석가)

최근의 유가 폭락 사태가 결국 ‘마이너스 유가’를 촉발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원유 시장이 유례없는 수요 위축을 경험하고 있는 가운데, 주요 산유국(OPEC)의 협조 감산 기한까지 종료되면서 저장고마저 부족할 정도로 원유 공급 과잉이 심각한 수준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20달러 수준을 겨우 유지하고 있는 유가의 추가 하락은 물론, 저장고에 넘쳐나는 원유를 해결하기 위해 원유 생산업체들이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재고처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국제유가는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의 ‘증산경쟁’의 직격탄을 맞으며 끝모를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0.8%(0.17달러) 내린 20.3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는 이날 장중 19.90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6월물 브렌트유는 전나보다 1.61달러 덜어진 24.74달러에 마감됐다.

WTI와 브렌트유, 두바이유 등 3대 원유를 제외한 나머지 원유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생산한 원유들이 전세계적 원유 수요 감소로 ‘배출구’를 잃으면서 저장고에 쌓이고 있는데다, 심지어 이같은 생산분을 수용할 저장시설마저도 포화 직전의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조만간 저장시설과 정유시설, 터미널과 선박, 파이프라인 등 원유를 저장하고 이송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시설의 수용력이 고갈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유가가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다. 실제 최근 캐나다산 원유 가격 기준치인 서부 캐나다 원유(WCS)는 배럴당 4.18달러라는 역대 최저가로 거래됐다.

WCS와 더불어 WTI 미들랜드도 최근 9.75달러로 거래된 가운데, 일부 원유상들은 재고 처리를 위해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원유를 판매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일부 보도에 따르면 에너지 무역 회사인 메르쿠리아는 5월 인도분 WTI 미들랜드 3개 화물분을 마이너스 3.4달러에 판매했고, 트레이딩 회사인 트라피구라는 같은 원유를 마이너스 4.1달러에 판매했다.

마이너스 유가는 저장시설과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내륙산 원유를 중심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골드만삭스는 “유정을 폐쇄하는 데 드는 비용을 감안하면, 생산자는 누군가에게라도 원유를 처분하기 위해 돈을 지불하려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유 시장을 강타한 저유가 충격으로 석유회사들은 생존 기로에 놓였다. 아리스타드에너지는 석유 시장에서 모든 ‘흑자’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4월과 5월에 대규모 원유 생산 중단 사태가 이어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미국의 대형 석유회사들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나섰다. 쉐브론은 지난주 기업 지출을 30% 감축하고, 미 퍼미안 분지의 원유 생산 목표를 20%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세계 최대 글로벌 에너지 기업인 BP는 1분기 실적발표 자리에서 “수십 년만에 석유 시장에 닥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올해 지출을 5분의 1로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와 사우디 간의 ‘증산 경쟁’은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위축이 ‘영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항공 운항이 재기되고 경제활동이 다시 활기를 띠게되면 결국에는 수요는 제자리를 찾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최근의 전례없는 유가 충격이 대량 유정 폐쇄로 이어진다면 오늘날의 공급 과잉 현상이 역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골드만 삭스의 제프리 커리 원자재 리서치 책임자는 “오늘의 공급 과잉이 갑자기 내일의 석유 부족사태로 변질되면서 내년에는 가격이 55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는 석유 공급 충격으로 인한 역사적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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