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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혜진 국장이 바라보는 ‘미스터트롯’ 히트비결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인 ‘미스터트롯’ 기획자인 TV조선 제작본부 서혜진 국장(팀장)은 훨씬 여유가 있어 보였다. 지난 12일 종편 사상 최고 시청률인 35.7%를 기록하며 종영한 프로그램의 선장이다. 이 기록은 당분간 깨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 국장은 방송가에서 추진력이 강한 연출자, 시청률을 내는 연출자로 이름 나 있다.

“시청률이 27%가 나오고 바로 30%대로 올랐다. 어디까지 가지? 좋으면서도 무서웠다. 부담도 많았다. 누구를 밀어주냐는 말까지 나왔다. 공정에 대해 더 많은 신경을 썼다.”

서 국장은 “방송은 끝나고 나면 털고 바로 돌아선다. 그런데 ‘미스터트롯’은 이야기도 많고, 이 분들이 활동하는 것도 여전히 관심거리다”고 했다. 서 국장에게 ‘미스터트롯’의 기획 배경에 대해 물어봤다.

“남자트롯은, 태진아 송대관 설운도의 레전드 시대가 오래됐다. 적체 아닌 적체다. 그런데 새로운 젊은 남자가수들이 의외로 댄스트롯으로 활동을 많이 하고 있었다. 이 점은 ‘미스트롯’을 하면서 확실하게 알게됐다. 임영웅도 발라드를 부르면 잘 안되고 트롯을 하면 잘한다고 했다. 그들은 장이 없을 뿐이지, 지방을 돌며 활동하고 있었다. 그래서 남자편을 하면 다양한 트롯, 다양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리라 생각했다.”

이어 자연히 성공비결, 인기요인에 대한 질문으로 옮겨갔다.

“‘미스터트롯’은 남자 특유의 경쟁의식이 반영돼 있다. 경쟁을 하지만 경쟁을 창피하게 여기는 점도 있었다. ‘미스트롯’의 여성들은 텐션이 강한데, 남자는 그런 것보다 '으샤으샤' 하는 분위기였다. 남자는 ‘내가 센 놈과 붙으면 뭔가 인정받을 것’이라는, 그 허세가 불가능한 매치를 탄생시켰고 프로그램을 살렸다. 팀 분위기가 좋아지고 브로맨스도 나왔다.”

아닌 게 아니라 류지관은 임영웅을 데스매치 상대로 지목했고, 김수찬도 임영웅을 지목했다. 신인선은 2위였던 영탁을 지명했다.

서 국장은 볼거리도 한몫했다고 했다. “본인들이 퍼포먼스 아이디어를 낸다. 남자 특유의 ‘무데뽀(막무가내) 도전 정신이 있다. 봉춤은 단시일에 숙련이 되지 않는데, 끝내 해내더라. 퍼포먼스의 끝판왕이었다.”

서 국장은 “‘미스터트롯’은 ‘쇼‘다. 보여주는 걸 배제하고 방송할 수 없다. 우리의 지향점도 트롯을 다양하게 보여주는 게 핵심이었다. 그게 기획의도에 맞다고 생각한다. 물론 비판적으로 보시는 분도 있었지만 비판을 우리 철학으로 수용했다”고 전했다.

서 국장은 ‘미스터트롯’이 ‘미스트롯’보다 잘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은 일종의 자기암시였다”면서 “하지만 팬덤이 안붙으면 망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국민의 반은 잃고 가는 게 아닌가? 팬덤을 끌고가는 게 관건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팬덤이 빨리 붙었다”고 설명했다.

“SNS 등에 미스터트롯의 화제성 ‘짤’들이 올라올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이번에는 무수한 그림과 이야기가 올라와 자기들끼리 커뮤니케이션했다. 녹화장에 관객으로 오신 분들의 연령층이 낮아졌다. 외연이 확장되고 다양성에 기여했다고 자부한다.”

유치한 자막도 인기비결이 됐느냐고 물어봤다. 이에 대해 서 국장은 “자막에 대한 칭찬 많이 들었다”면서 “SNS에서 팬들이 쓴 얘기를 많이 가져다 썼다. ‘갓찬또’ ‘영웅이 영웅했다’ 등이 그런 거다. SNS 캐릭터라이징이다. 팬들의 느낌을 반영하면서, 우리가 다양하게 소통한다는 사인이었다. 남자들은 오글거릴 수 있다. 그걸 쓴 사람은 여자피디다”고 답했다. 이어 “하지만 아무리 우리가 ‘트롯 코인’의 길을 열어도 퀄리티가 보장돼야 성공한다”고 덧붙였다.

서 국장은 참가자 외에 MC 김성주와 마스터 장윤정의 역할에 대해서도 고마움을 표했다.우성주-좌윤정이라고까지 했다.

“김성주는 프런트에서 진행했다. 결승 결과 발표를 못할때 발군의 실력으로 막아내고, 우리가 잘하겠다는 다짐까지 대신해줬다. 장윤정은 하나하나의 멘트를 신경쓰며 감성적인 멘트를 해 편집하지 않고 최대한 살렸다. 정동원에게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마음을 대중의 사랑으로 극복해나갔으면 한다’고 한 말은 장윤정만이 할 수 있는 주옥같은 멘트다. 사람마다 애정으로 멘트를 치는 감성은 장윤정을 따라갈 수 없다.”

서 국장은 기술적인 바로메타 역할을 한 조영수 마스터의 역할도 컸다고 했다. “음정이 안맞을 때에는 조영수의 표정을 보면 된다. 재밌을 때는 환하게 웃지는 못하는데 하하하 하는 표정이다. 그의 얼굴은 리트머스이고, 기술적인 바로메타다. 임영웅이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부르면서 ‘곱고 희던 그 손으로’로 시작하자마자 ‘곱’이 다했다고 하지 않았나.”

서 국장은 “임영웅과 영탁은 절대강자였고, 실력있는 참가자가 많은 신동부에 있던 이찬원은 잘 몰랐다. 이찬원은 순진한 것 같은데 노래는 장인처럼 잘 부른다. 이찬원은 대중, 팬덤과 케미가 잘 맞았다. 정동원은 어리지만 좋은 의미의 경쟁심, 승부욕이 강했다. 자신의 조(組) 대표인 김호중이 부담을 가져 약간 실수하자 얼굴이 사색이 되더라. 장민호가 1등으로 치고 올라가 담당작가를 만나자 울고 있는데, 정동원이 뒤에 영탁, 영웅이 형이 있어 라고 말한다. 동원이는 냉정하다. 애기 눈이라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동원이는 백스테이지 심사위원이다. 명확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서 국장은 “젊은 사람들이 트롯을 듣는다. 전율을 느꼈다. 고맙기도 하다. 트롯 시장이 취약한데, 시장의 외연을 확장시킨 자부심이 있다”면서 “다음에는 남자를 할지, 여자를 할지 고민이다. 다다음달부터 세팅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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