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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안전은 우리가 함께 가꾸는 정원이다

다음 중 누가 더 전염병에 더 취약할까? 자신은 백신을 맞았지만 미접종자가 많은 곳에 사는 사람일까, 자신은 백신을 맞지 않았지만 접종자가 많은 곳에 사는 사람일까. 답은 전자다.

다수에게 항체가 생겼다면 바이러스 이동이 힘들어져 금세 전파가 멈추기 때문이다. 덕분에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까지 감염을 피할 수 있다. 이를 ‘집단면역’이라고 한다.

1930년대에 처음 쓰인 이 개념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전 세계 감염자가 34만명(23일 기준)을 넘어선 오늘날 다시 주목받는다. 우리의 건강은 사회의 책임이자 사회에 빚지고 있다. 책 ‘면역에 관하여’의 지은이 율라 비스는 집단면역 개념을 소개하며, ‘면역은 우리가 함께 가꾸는 정원’이라고 말한다.

안전 또한 우리가 함께 가꾸는 정원이라 할 수 있다. 안전은 노동자 개개인이 조심한다고 확보되지 않는다. 산업기술은 고도화되고 구조는 복잡화되는 오늘날, 하나의 안전사고에도 직·간접적 원인이 얽혀 있다. 위험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 개인이 조심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안전 또한 사회가 함께 가꾸고 공유하는 것이다.

바이러스 항체는 병원에서 맞는 예방주사의 백신으로 만들어진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병원은 이미 만들어졌다. 바로 28년 만에 전면 개정돼 올해 1월 16일부터 시행된 산업안전보건법이다. 개정 산안법은 위험이 하청의 하청으로 분절돼 목숨을 잃었던 고(故) 김용균 씨와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법적 보호 대상뿐만 아니라 산재 예방 주체의 범위를 확대했고, 예방 책임도 강화했다. 안전 사각지대를 메울 기본적인 토양을 다진 셈이다. 산안법 위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이 안전하고 건강할 권리를 누릴 길이 열렸다.

이제 실천만이 남았다. 우리 공단은 백신으로서 패트롤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백신은 일부러 병을 가볍게 앓도록 만들어 면역 체계를 활성화함으로써 더 큰 병을 예방하는 기법이다. 패트롤 사업은 사고 발생전에 위험 요인들을 집어내 안전 면역을 강화하는 것이다. 즉, 추락이나 끼임 등 사망이 많이 발생하는 사고를 막기 위해 불시에 산업 현장에 찾아가 위험 요인을 점검한다. 중대 재해 사례들을 보면 무수한 문제가 구조적인 원인과 얽혀 발생한다. 패트롤 사업은 위험 요인을 면밀히 살펴 그 원인을 분석하고 잘못된 점을 시정하도록 조치한다.

백신의 부작용 때문에 예방주사를 꺼리는 사람이 있다. 정부의 작업장 안전감독 강화가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하지만 미국 캘리포니아 노동안전청이 1996~2006년 작업장을 무작위로 골라 감독을 한 결과는 이런 우려를 잠재운다. 데이비드 레빈 등은 이를 ‘정부의 작업장 감시활동은 노동자들의 산재를 줄이지만 일자리를 축소시키지 않는다’는 제목의 논문으로 2012년 사이언스에 게재했다. 정부의 감시활동이 재해 발생을 9.4% 줄였지만 기업의 고용 및 매출 증감에는 의미 있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 이는 물론 시대적·환경적 차이는 있겠지만 공동의 안전을 위한 의미 있는 선례다.

우리나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9000명을 넘었다. 개인은 손을 깨끗이 씻고 마스크를 써 감염 경로를 차단해야 한다. 우리 공단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대구·경북 지역에 개인 보호장비 세트와 보호복을 전달한 바 있다. 또 근무 환경이 취약한 전국 콜센터에 칸막이 설치비를 지원한다. 함께 만들어가는 면역이 힘을 발휘한 결과일까, 다행히 격리 해제되는 감염자 수가 확진자 수를 초월했다. 코로나 면역뿐만 아니라 안전 면역을 키우기 위해 공단은 백신 역할을 하고 있다. 코로나19를 하루빨리 극복하고, 일터의 안전도 함께 가꿀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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