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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국내 유가증권시장의 밸류에이션이 역대 최저 수준을 경신했다. 기업들의 이익 수준과 비교하면 분명 저평가되고 있다는 계산이다. 다만 미국 증시 하락 폭을 보면 1920~1930년대 대공황과 같은 위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경고가 나온다. '저가 매수'에는 신중하라는 조언이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종가 기준 코스피의 주가순자산비율(PBR, 12개월 선행 기준)은 약 0.72배다. 현재 코스피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1년 뒤 예상 순자산과 비교해 72%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의미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PBR 최저치는 0.82배 수준. 염동찬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절대적인 수준으로만 본다면 현재 상황은 분명 저밸류"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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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문가들은 섣부른 저가매수는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근 미국 증시의 하락폭을 보면, 과거 대공황 때와 같은 추가 폭락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메리츠종금증권 분석에 따르면, 지난 12일(현지시간) 기준 미국 증시는 약 10% 급락해 고점 대비 27%가량의 낙폭을 기록했다. 일주일 간 수익률로는 18% 수준이다. 유사한 낙폭(1일 기준 8% 이상 하락, 1주일 기준 15% 이상 하락)을 기록한 과거 사례는 1929년(2번), 1931년, 1932년, 1933년, 1937년, 1987년 총 7번인데, 1987년 블랙먼데이를 제외하면 모두 대공황 기간이다.
하인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아직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최악의 경우를 가정할 경우 대공황과 같은 사례까지 대비해야 할 수 있다"며 "주가 급락으로 인해 가격이 싼 것처럼 보일 수 있찌만, 저가매수에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그는 "과거 대공황 사례를 보면, 통화정책의 증시 방어 효력은 제한적이었으며 대규모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의 위기가 더 악화된다면 미국의 부동산 가격 급락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주택가격은 17%, 부동산 시가총액도 10% 감소했다. 당시 코스피는 고점 대비 55% 하락했고, 미국 S&P 500 지수도 57%가량 하락했다. 현재 두 지수의 고점 대비 낙폭은 32%, 27%로 당시의 절반 수준이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 13일 미국 정부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고, 이제 오는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어떤 극단적인 처방전을 내놓을 것인가가 중요하다"며 "기준금리 인하 외에도, 회사채 등 새로운 자산을 매입하기로 하는 등 양적완화 정책의 옵션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가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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