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소병철 고향 순천봉서마을 가보니…“투표못해 마음아파”
순천시 해룡면 봉서마을 전경. /박대성기자

[헤럴드경제(순천)=박대성 기자] “광양 후보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투표를 해야할지 고민이에요.”(해룡면민 이주현씨). “동네 사람들은 시방 투표를 안하고 가만히 있겠다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봉서마을 주민)

더불어민주당 전남 순천시 지역구에 전략공천을 받은 소병철 전 검사장의 고향인 해룡면 봉서마을 주민들의 심기가 복잡하다.

고향사람이 유력정당인 민주당 공천자로 확정됐음에도 선거구가 인근 광양지역구에 편입돼 ‘딱히’ 도움을 줄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인구 28만150명(2019년1월말 기준)의 순천시는 중앙선관위 선거구획정위로부터는 분구대상지로 발표됐으나, 지역구 이해관계가 걸린 여야3당이 막판 협상에 의해 28만명을 초과하지 않고 일부 읍면지역을 떼어내 인근 지역구로 편입시키는 방안에 타협했다.

순천의 경우 해룡면(인구 5만5170명)이 근처 ‘광양·곡성·구례’ 지역구에 편입되는 바람이 면민들이 참정권 훼손사례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 가운데 소병철 예비후보의 고향 해룡 봉서마을 주민들은 더욱 착잡한 마음을 가눌길 없다.

이 곳은 경남 ‘진주소씨(晉州 蘇氏)’ 집성촌으로 마을 35가구 주민 80명 가운데 ⅔ 정도가 소씨 일가들이다. 족보 계통이 흐트러지긴 했지만, 희귀성씨인 ‘진주소가’들은 단본(단일본관)이라는 자부심이 있다고 한다.

소 예비후보는 이 마을에서 어려서 이사를 나와 해룡면사무소 앞 월전리에 새터를 잡아 지금은 소씨 종친들만 봉서마을을 지키고 있다.

순천의 외곽에 속하던 이 마을에서 민주당 공천자가 나왔다는 소식에 마을과 소씨 친척들은 기뻐하면서도 ‘표’를 보태줄 수 없다는 점에서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14일 마을회관을 가봐도 코로나19 감염 우려때문에 폐쇄돼 주민들을 만나기 어려웠고, 마을 분위기도 분구로 인한 민심만큼이나 냉랭했다.

봉서마을 이장 소주권씨는 “동네 사람들은 고향을 떼어내준거 같다면서 투표를 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고향사람 공천은 부차적인 문제이고, 해룡면을 통째로 인근 ‘광양·곡성·구례’ 지역구에 편입시킨 결정이 첫째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진주소씨 ‘능성공파(綾城公派)’ 순천종친회장을 2년째 맡고 있는 소순영(69)씨는 “조카(소병철)가 어려서 공부를 잘해 시내로 이사를 가버렸고, 대종회 시제모실 때나 가끔 반갑게 보는 사이로 공직에 있었고 시간이 없으니까 우린 받아들인다”고 했다.

그는 “선거구가 분리돼 소 후보와 같이 투표로 협력할수 없어 마음부터가 아프다. 지금 상황이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줄 수가 없잖냐. 선거사무소가 개소하면 종친회에서 격려차 한 번 가볼까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폐쇄돼 인적이 드문 해룡면 봉서마을 회관. /박대성 기자

봉서마을 옆에 신도시(신대지구)가 조성돼 지금은 상수도가 공급되는 등 혜택을 보고 있지만, 예전에는 레미콘차도 들어오지 못할 정도로 교통이 불편한 오지였다고 한다.

개편된 선거구에 따라 기존 순천시 원도심 지역은 ‘순천·광양·곡성·구례갑’ 지역구이고, 해룡면을 광양지역에 편입시켜 ‘순천·광양·곡성·구례을(乙)’ 지역으로 재편됐다.

해룡면의 2월말 기준 주민등록상 인구는 5만5170명으로, 순천시 1개읍10개면 가운데 가장 인구가 많고 도시화가 진행돼 향후 읍 승격이 예상되는 곳이다.

‘순천.광양.곡성.구례갑’ 지역구에는 소병철 예비후보가 당의 전략공천을 받은 상태이고, 오랜기간 선거를 준비해온 서갑원·노관규·장만채 예비후보가 ‘컷오프’ 된 뒤 순천시민의 반발여론을 등에 업고 일부는 탈당 후 무소속 출마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현역 이정현 국회의원은 서울영등포 출마로 선회했고, 미래통합당에서는 대구에서 이사왔다는 천하람 예비후보(변호사)가 등록했으며, 민생당은 기도서·장성배 후보가 단일화를 준비 중이고, 민중당은 김선동 전 국회의원이 명예회복을 벼르며 3선에 도전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지난 12일 선관위에 등록한 소병철 예비후보는 “고향 해룡면이 광양에 편입되는 바람에 나 역시 분구에 분개하고 있고 6만명 가까이 되는 고향표가 없어져 실리적으로는 내가 가장 큰 피해자 아니냐”고 반문한 뒤 “지역구는 아니지만, 선거기간 해룡면에 꼭 들러 국회에 입성하면 고향(해룡)을 반드시 되찾아오겠다는 약속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광양·곡성·구례’ 지역구에 예속된 해룡면의 인구는 곡성(2만8696)과 구례군 인구(2만6314명)를 합한 숫자(5만5010명)보다도 많다.

이 지역구 역시 혼돈에 휩싸이고 있는데 더민주당에서는 서동용 변호사를 선출했으나, 경선에서 탈락한 권향엽 후보가 “해룡면 당원과 면민 표심을 뺀 경선은 불공정하다”며 뒤늦게 중앙당에 재심을 청구해 놓은 상태다. 이 지역구 현역 국회의원은 정인화(무소속) 의원이다.

parkd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