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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신천지 이어 일반인 확진자까지 인권위 진정…‘동선 공개’ 후폭풍?
“동선 공개 과정서 사생활 침해”…부산인권위사무소, 조사 착수
신천지 예수교회 신도 이어 일반인 확진자 진정 사례 처음 확인
지자체별 통일되지 않은 동선 공개 방식도 피해 근거 자료될 수도 있어
국가인권위원회 전경.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확진자의 구체적인 동선을 공개하는 등 전방위적 대응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이 과정에서 일반인들이 인권 침해를 당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5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최근 인권위 산하 조직인 부산인권사무소는 코로나19 확진자의 진정을 제기받고 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진정인은 당국의 동선 공개 과정에서 사생활이 침해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에는 이날 오전 10시 기준 92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으며, 이들의 동선은 부산시 홈페이지를 통해 분 단위별로 구체적으로 공개되고 있다. 부산시는 ‘확진자가 자택에 있다 도보로 오후 2시부터 20분간 ○○빌딩 △층에 머문뒤, 다시 도보 이동을 통해 오후 3시55분에서 오후 4시5분까지 □□식당에 ◇◇분간 머물렀다’고 밝히는 등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이 같은 확진자의 동선 공개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제34조의 2에 따른 것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국민 건강에 위해가 되는 감염병 확산 시 감염병 환자의 이동 경로, 이동 수단, 진료 의료기관, 접촉자 현황 등은 신속히 공개돼야 한다. 그러나 당국이 이처럼 확진자의 이동 경로를 매우 세밀하게 공개하면서 인권 침해의 소지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부산인권사무소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확진자의 직함, 직장 등의 공개로 진정인의 인권이 침해당했는지 현재 조사 중에 있다”며 “이번 건의 경우 빨리 조사를 진행하려고 한다. 조사 기간은 한 달 정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인권사무소가 자체 조사를 마치면 인권위는 전원회의를 열어 인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인권위의 판단에 따라 정부의 동선 공개 기준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당국의 대응에 맞선 인권위 진정은 신천지 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교인들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신천지 총회 측이 지난달 27일 지시 사항을 통해 “차별 대우 등에 대한 증거 자료가 있을 시 경찰서, 인권위에 신고하기 바란다”고 구체적 지침을 내리면서다. 인권위 인권상담조정센터 관계자는 “현재까지 인권위에 접수된 진정은 2~3건 정도”라고 말했다.

지역 인권사무소에서도 ‘신천지’라는 것이 알려져 피해를 당했다는 내용의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개인 간 인권 침해는 인권위 조사 대상이 아니어서 정식 접수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전인권사무소 관계자는 “일반 회사에서 신천지라는 것이 밝혀지며 모욕을 받았다는 민원 접수의 경우, 정식 진정 접수 대상이 아니다”며 “인권위의 조사 대상은 정부기관에 의한 인권 침해”라고 했다. 대구인권사무소도 코로나19가 대구에서 확산된 이후 최근까지 2건의 민원이 접수됐지만 자체 종결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5000명을 넘어면서 신천지 교인외에도 정부의 대응 과정에서 인권 침해를 당했다고 호소를 하는 사례들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별로 다른 확진자의 동선 공개 수준은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의 근거 자료가 될 수도 있다. 부산의 경우는 확진자의 동선이 상호명을 포함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만, 구체적으로 공개가 되지 않는 지자체도 있다. 지자체가 확진자가 속한 상권이 받을 경제적인 피해와 확진자와 같은 생활권 주민들의 건강권 사이에서, 공통된 동선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면서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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