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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트럼프의 ‘기생충’ 비난 자충수 되나?

미국 대통령 재선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영화 ‘기생충’을 기생충 취급하며 깎아내리고 있다.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이어 라스베이거스 유세에서도 ‘빌어먹을(freaking)’이라는 속어까지 사용하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유세에서 “그들(한국)은 무역과 관련해 우리를 죽이고 있다. 무역에서 우리를 때리고 빌어먹을(freaking) 영화로 아카데미상을 탔다”고 비판했다. 그는 전날 콜로라도주 스프링스 유세에서도 “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이 얼마나 형편없었느냐”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나 ‘선셋 대로’와 같은 미국 영화가 오스카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영화를 깔아뭉개면서, 이른바 ‘아메리카 퍼스트’를 부추겨 ‘표’를 늘리려는 속셈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원색적인 비난으로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선거 전략이다. ‘미국 우선주의’로 대통령에 당선됐던 그는 과거에도 이같은 전략을 쓰기도 했다. 대통령 탄핵의 코너에 몰리기 시작한 2년 전, 그는 아이티와 아프리카 국가들을 겨냥해 ‘쉿홀(shithole)’이라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적이 있다. 그는 백악관에서 열린 이민 정책 관련 회의에서 “왜 우리가 노르웨이 같은 나라가 아니라 ‘거지소굴(shithole)’ 나라에서 온 이주민을 받아줘야 하냐”고 한 것. ‘쉿홀’은 ‘거지같은 소굴’이라고 번역됐지만, 직역을 하면 ‘×구멍’, ‘×구덩이’라는 뜻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이전에도 “아이티 이민자들은 전부 에이즈를 가지고 있다”, “나이지리아 사람들은 (일단 미국에 들어오면) 자기네 오두막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등의 막말을 한 적 있었다. 그래서인지, ‘인종차별 논란’이 거세게 일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충수(自充手)를 둔 것 같다. 당장 미국 언론들이 발끈했다. CNN의 크리스 실리자 선임기자는 “다양한 관점을 존중하는 미국의 건국 원칙과 상충한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모린 다우드는 ‘미국의 기생충’이란 제목의 칼럼으로 ‘트럼프의 외국인 혐오적 영화 비판’을 문제 삼았다. 골든글로브상을 수상했던 미국 배우 벳 미들러도 자신의 트위터에 “백악관에 기생충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 더 화가 난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트럼프 대통령의 ‘기생충’ 비판은 빈부격차와 금권정치 혁파를 열망하는 미국인의 마음을 외면하는 처사다.

미국인들이 영화 ‘기생충’에 열광한 이유는 빈부격차라는 전 세계적인 문제에 대해 공감했다는 데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뉴욕 월가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백만장자가 탄생하지만 미국 서민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한때 제조업의 심장으로 불렸던 미국 중서부와 남부에서는 공동화 현상이 만연하고 실업자가 속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성공에 앞서 현재 미국 대통령으로서 자본주의 심장인 미국에서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버니 샌더스 민주당 상원의원을 지지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미국의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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