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1명이 발생한 충북 증평 소재 모 육군부대의 간부 생활시설. 이 부대는 문을 굳게 닫고,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연합]

민간의 코로나19 확진자 증가 추세와는 다르게 오랜 시간 확진자 ‘0’을 기록했던 군부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함에 따라 국방부가 초비상에 걸렸다.

특히 20일과 21일 육·해·공군 부대에서 1명씩 확진자가 나오면서 육해공군의 방역망이 단 한 번의 침투에 무력화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육군부대가 있는 충북 증평, 해군부대가 있는 제주, 공군부대가 있는 충남 계룡대는 모두 이들 확진자 발생 전까지 ‘코로나 청정지역’이었다는 점에서 더 큰 충격과 허탈감을 준다.

국방부는 육·해·공군에서 각각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가 모두 최근 대구를 다녀왔다는 공통점을 발견하고, 지난 10일 이후 대구·경북 지역에서 휴가나 외출·외박을 한 장병 규모 파악에 집중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21일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신천지 대구교회 관련자인 31번 확진자가 발열 증상을 보인 지난 10일이 기준”이라며 “지난 10일 이후 대구·경북 지역에서 휴가, 외출, 외박을 한 장병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군 내부에서는 해당 기간에 대구·경북 지역을 다녀온 장병 수가 1000명을 상회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군의 한 관계자는 “특정군에서 1차 전수조사를 한 결과, 지난 10일 이후 대구·경북지역으로 휴가를 갔다온 장병이 1000명을 넘은 것으로 안다”면서 “육·해·공군을 모두 합치면 그 규모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경북 인근에는 육군 제2작전사령부와 예하 부대, 공군 군수사령부와 제11전투비행단, 주한미군기지 등 규모가 큰 부대가 많아 근무 장병도 상당하다. 이들은 외박이나 외출 때 부대 인근 대도시인 대구를 주로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부대 최초 코로나19 확진자 판정을 받은 제주 해군부대 소속 A상병은 20일 도내 병원 등에서 실시한 1·2차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고, 이날 새벽 질병관리본부의 검사 결과 최종 확진 판정을 받았다. A 상병은 확진 판정을 받은 최초 제주 거주자이기도 하다.

취사병으로 근무 중인 A상병은 지난 13일부터 18일까지 휴가를 받아 고향인 대구를 다녀왔다.

군부대 두 번째 확진 판정을 받은 충북 증평 소재 육군부대 소속 B장교는 이날 오전 4시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됐다.

B장교는 휴가 중 대구에서 신천지교회에 다니는 여자친구를 만나고 복귀한 것으로 전해졌다. B장교는 충북에서 발생한 첫 코로나19 확진자다.

군부대 세 번째 확진 판정을 받은 군인은 충남 계룡대 공군기상단에 파견된 공군 C중위다. 역시 이날 새벽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됐다.

어학병 시험문제 출제관인 C중위는 지난 17일 대구에서 계룡대 공군기상단에 파견됐다.

국방부는 향후 각급 부대에서 감염자가 속출할 경우 군사대비태세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감염 차단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20일 오후 9시 육·해·공군참모총장, 국방부 주요 직위자들과 ‘국방부 확대 방역대책본부 회의’를 열어 오는 22일부터 전 장병의 휴가·외출·외박·면회를 통제하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확진자 발생지역 부대 장병 이동 제한 조치를 군 전체로 격상한 것이다.

국방부는 3월 초 예정된 한미연합훈련 시행방안도 고심하고 있다.

한미연합훈련 시행에 적극적이었던 주한미군 측도 코로나19 여파로 위험 단계를 ‘낮음’에서 ‘중간’으로 격상, 대구 미군기지를 사실상 ‘준폐쇄’한 상태다.

국방부는 연합훈련 시행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히고 있으나, 향후 미국 측과 훈련 연기 등을 협의하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