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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1조 사업 물거품…7년 이어온 8000억 법인세 소송이 남긴 것은…
용산개발 파행후 코레일-국세청 법적공방
법무법인 ‘태평양’ 조세그룹, 3심까지 완승

‘단군이래 최대 개발프로젝트’라 불렸던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 물거품이 된 후 코레일과 국세청, 민간개발사간 벌어진 치열한 소송전은 지난달 30일 대법원 판결로 7년만에 막을 내렸다. 1조원이 걸린 대형 사건으로 이목을 끌었던 사안이다.

31조원대 사업이 불발됨에 따라 분 후폭풍이 사그라들기까지 걸린 시간이기도 했다. 용산개발사업은 사업이 무산된 직후 매매계약에서 법인세 환급까지 가지를 친 소송들이 줄을 이었다.

사업 자문부터 소송 대리를 주도했던 법무법인 태평양 조세그룹은 “사업규모가 30조원이 넘을 정도로 규모가 워낙 컸다”며 “프로젝트를 맡을 특수회사를 설립한 후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이 출자하는 부동산사업모델인 공모형 PF사업의 선례가 될 수 있는 사건이다보니 대법원까지 시간이 오래걸렸다”고 설명한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용산역 일대를 국제업무지구와 상업지로 조성하겠다며 2006년부터 추진한 사업비 31조원대의 대형프로젝트였다. 2007년 코레일이 보유한 땅이 사업부지로 선정되면서, 사업시행사인 드림허브pfv는 코레일의 땅을 8조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이때 코레일은 국세청에 토지를 매매하면서 7조 2000억 원의 양도차익을 얻었다며 9700억원(국세 8800억 원 지방세 880억원)을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간 나눠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드림허브pfv 등이 자금문제를 겪었고, 코레일이 받은 토지대금은 2조 4000억원에 그쳤다. 6년간 사업이 부진하자 코레일은 드림허브 측에 매각대금 2조 4000억 원을 반환하고 사업협약과 토지매매 계약을 해제했다. 그렇게 용산개발사업은 첫 삽도 뜨지 못한채 계약이 해지됐다.

진행된 소송은 총 10여건으로, 핵심소송으로는 코레일이 드림허브를 상대로 제기한 토지반환소송과 드림허브 및 출자사가 코레일을 상대로 사업무산 책임 소재를 다투는 채무부존재확인소송, 그리고 코레일이 국세청을 상대로 제기한 법인세환급소송 등이 있었다. 태평양의 한 관계자는 “2012년 가을 무렵 드림허브가 자금조달에 실패해 부도가능성이 예상됐던 상황”이었다며 “파트너 변호사 1명을 코레일에 파견해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대비해 자문을 했고, 사업협약 해제시한이 임박한 상황까지 비상대기를 하면서 전략을 짰다”고 했다.

코레일과 국세청의 소송전은 국세청이 사업무산에 따라 “이미 낸 세금을 돌려달라”고 한 코레일의 요청을 거부하면서 시작됐다. 코레일 입장에서는 토지매매계약이 해제됐고, 땅을 사간다는 측이 돈을 다 주지 않았을뿐더러, 사업도 없던 일이 돼 세금도 돌려받는 게 맞았다. 하지만 과세관청은 매매계약의 해제에 따라 발생하는 손익은 계약이 해제된 2013년 사업연도에 반영되어야 하므로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코레일 측의 손을 들어줬다. 국세청은 처음엔 요구가 후발적 경정청구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다퉜다가 2심부터는 코레일의 계약해제 여부가 적법한지 재판 결과를 보고 세금을 돌려줄 수 있는지 따져야 한다는 주장을 추가했다.

용산개발사업 계약해제의 여부와 그 시점은 국세청이 코레일에 돌려줘야 할 세금 원금과 이자를 계산할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했다. 코레일은 법인세를 납부한 2008~2011년을 기준으로 돌려받아야 할 법인세 원금의 이자(환급가산금)를 계산해야 한다고 봤다. 코레일이 잡은 이자금액은 1000억원에 달했다. 반면 국세청은 조세법적으로 드림허브와 코레일 사이 해제가 확정된 것은 2018년이기 때문에 법인세 원금에 대한 이자는 2018년부터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의 핵심 역할을 수행한 태평양 조세그룹 조일영 변호사는 “매 순간 마음을 졸였다”며 “법인세 환급소송에서 민사소송 결과가 주요 쟁점이 되는 구조가 되다보니, 여러 민사소송의 진행과정에서도 신경쓸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국세청을 대리했던 김권우 법무법인 새로 변호사는 “매매계약 해제로 인한 법인세 경정청구의 경우는 당사자의 일방이 해제 통보를 해도 상대방이 효력을 다툰다면 국세청이 스스로 매매계약이 해제됐다고 판단하기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를 거치며 조세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조일영 변호사는 2013년 태평양으로 자리를 옮긴 후 이 분야 주력으로 활동하고 있다.

코레일과 국세청의 기싸움은 코레일과 사업시행사가 무산 책임소재를 다투는 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국세청은 2016년 4월 코레일과 드림허브 등이 벌이고 있는 채무부존재확인소송에 ‘보조참가인’ 자격으로 참석해 사업무산의 책임이 코레일 측에 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기도 했다.

법원은 모든 소송에서 코레일의 손을 들어줬다. 국세청은 지난 2018년 법인세 원금반환금액에 해당하는 7060억원을 코레일 측에 돌려줬지만, 남은 이자 약 1600억원를 지급해야 한다. 조 변호사는 “환급규모가 커 코레일의 재무건전성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사건”이었다며 “관련 소송이 확정판결 전이라도 후발적 경정청구(이미 낸 세금을 돌려달라는 요청) 사유가 인정될 수 있다고 해석한 최초의 판결”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조세팀장을 순차적으로 역임한 조일영, 강석규, 심규찬 변호사 모두 태평양 조세그룹에 소속돼 있다. 최근 10년간 대법원 재판연구관 조세팀장을 거친 변호사가 3명씩이나 소속되어 있는 로펌은 법무법인 태평양이 유일하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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