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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매각 퇴로 열어준’ 다주택자 집 강남·노원에만 5만채
정부가 팔라고 한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 10년 이상 보유물량
다주택자 매물 4채 중 1채는 강남3구에, 노원구에도 1만4000여채
자치구별 세부 물량 공개는 처음
전문가들 “10%만 나와도 성공”
매각 말고도 버티기·증여·임사 등록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정부가 지난해 ‘12·16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에서 다주택자에게 매각 가능한 퇴로를 마련해주며 “팔라”고 압박한 물량의 4채 중 1채가 강남3구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치구별 세부 내역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정부는 적지 않은 물량이 시장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시장 분위기는 다르다. 전문가들은 “이 물량의 10%만 시장에 나와도 ‘성공’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버티기나 증여, 임대사업자 등록 때문에 나올 물량이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 강남 3구에만 30%가량, 노원구에도 1만4000여채 = 19일 헤럴드경제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주평화당 정동영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가 10년 이상 보유한 서울 주택은 12만8199호(해당 다주택자수 12만1357명)로 파악됐다. 이는 6월까지 보유주택을 처분하면, 양도소득세 중과 적용이 배제되고 장기보유 특별공제가 적용되는 물량의 세부적인 수치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16 부동산대책에서 보유세 부담이 가중되는 다주택자에게 퇴로를 열어주고자 이 같은 당근책을 내놨다. 각종 규제로 매수세가 위축된 상태에서 다주택자 매물이 시장에 쏟아지면 자연스럽게 집값 하락도 유도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해당 물량은 강남3구에만 3만4254호(26%)가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강남구(1만3794호), 송파구(1만1211호), 서초구(9249호) 등의 순이었다. 요즘 매수세가 몰리는 노원구(1만3628호)에도 전체의 10%에 달하는 물량이 쏠렸다. 강남3구와 노원구만 합쳐도 5만여채에 이른다.

이 외에 양천구(7227호), 강서구(6244호), 영등포구(5677호), 도봉구(5607호), 구로구(5492호), 마포구(4865호), 성북구(4494호), 성동구(4070호), 강동구(4039호), 용산구(3960호) 등의 순으로 많았다.

서울 송파구의 아파트 밀집지역 [헤럴드경제DB]

▶ “정부 기대에도 실제 매도 물량 제한적일 것…”= 매년 서울의 입주물량이 4만호 정도임을 고려할 때 적지 않은 물량이 시장에 나올 것으로 국토부는 기대하고 있다. 6월 말까지 혜택을 보려면 실질적으로 3~4월 안에 매도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시장의 시각은 엇갈린다. 전문가들은 임대사업자 등록을 할 수 없는 대형 주택형 보유자나 보유세 부담을 감당할 수 없는 은퇴자 위주로만 일부 매물을 던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VIP 부동산 자산관리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문의는 오지만 실제로 하겠다는 사람은 별로 없다”며 “이미 자금력을 갖춘 강남권 다주택자는 당장 매물을 팔아서 현금을 쥐어야 할 만큼 자금이 급하지 않을뿐더러 세금도 어느 수준까지는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부동산 관련 세법이 자주 변하는 탓에 어떻게든 보유하면 유리해지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보는 다주택자도 적지 않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현 시장만 보더라도 늘어난 유동성 탓에 풍선효과가 진정되지 않고 있다”며 “정부 대책 수위가 더 세지고 보유세 부담이 커진다면 일부에서는 내놓겠지만, 또 마땅한 투자 대안이 없어 버티려는 심리도 작동하고 있다”고 봤다.

또 다른 변수는 임대사업자 물량이다. 국토부는 다주택자 장기보유 주택에 임대사업자 물량이 일부 포함돼 있다고 인정했으나, 구체적으로 얼마나 포함돼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10년 이상 보유하고도 임대사업자를 뒤늦게 등록해 임대 의무기간(4~8년)을 채우지 못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임대등록주택으로 묶여 있다면, 당장 매물로 나올 가능성도 작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임대사업자로 빠져나갈 수 있는 물량이 있고 풍선효과 때문에 9억원 이하가 오르는 상황에서 매각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6월까진 촉박…중과배제기간 더 늘려야= 시장에서는 매각을 원치 않는 다주택자가 증여나 임대사업자 등록 등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조정대상지역에서 2018년 9·13대책 이전에 취득한 주택(전용 84㎡ 이하, 10년 이상 보유)이라면 지금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더라도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받을 수 있다. 국토부가 다주택자의 퇴로를 마련해놓고도 정확한 효과 예측은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12만호의 주택이 실제 시장에 풀릴 지 의문인 상황”이라며 “당초 다주택자들이 과도하게 보유한 물량을 시장에 풀어 주변 집값을 낮추겠다는 취지도 있었지만, 임대사업자 보유 물량이 뒤섞여 주변 시세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봤다.

일각에서는 매도를 원하더라도 처분 시간이 촉박하다는 지적도 있다. 대출 규제 탓에 매매심리가 얼어붙었고, 임대차 계약상황 등을 고려하면 매매계약 성사가 단기간 내 이뤄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호가 자체도 크게 떨어지지 않아 수요자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이때문에 정책효과를 위해선 양도세 중과 배제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온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양도세 중과 배제 기간을 늘리거나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공언했다. 정부가 다주택자가 내놓는 매물을 공급과 집값 안정의 한 부분으로 생각해왔던 만큼 실제 출회 물량에 따라 공급 등 추가적인 대책도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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