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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 수주 30% 급감, 저가수주 시대는 끝나고 기술수주 시대 왔다”[건설업 ver. 2.0]
-中 가격경쟁력에 日 기술력에 밀리던 과거와 달라
-‘메이드인 차이나’ 선호않는 고급 건설, 기술 건설로
-긴 시간 공들이고, 저가대신 기술로 승부해야
-무리한 해외 진출 말고, 내실 갖춘 수익성 해외 수주로

[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선 거의 1년이 걸린다고 보면 됩니다. 사업수행능력평가(PQ) 통과를 위해선 사전설계·시공(pre-construction) 서비스만 1~2년이 걸리기도 하고요. 현장 소장 이력까지 제출해서, 어떤 프로젝트를 성공한 ‘팀’이 오는 지도 살펴볼 정도입니다.”

# “가격 경쟁력이 높았던 중국 기업들이 기술 경쟁력까지 갖추면서, 해외 수주에서 경쟁이 치열해졌어요. 특히 수주 규모로 평가하는 글로벌 순위에서 내수 규모가 다른 중국 업체들의 수주액이 크기 때문에 한국 기업이 불리합니다. 때문에 최근엔 ‘메이드인 차이나’를 선호하지 않는, 보다 정교한 기술이나 고급화가 필요한 분야로 차별화를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건설업계의 해외 수주액이 223억 달러로, 전년 대비 30%가 급감하면서 해외에서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한 목소리가 높았다. 다만 해외 사업을 활발히 하는 주요 건설사 임직원의 이야기에선 희망의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 외형을 키우는 수주 말고, 내실을 다지는 수주로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림산업이 지난해 말 브루나이에서 준공한 템부롱 대교. 브루나이에서 가장 긴 대교로 일본·중국 기업과 입찰 경쟁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써냈음에도 기술력을 인정받가 수주했다. [대림산업]

▶가격 비싸게 써내도, 기술으로 승부=해외 프로젝트를 따내는 확실한 방법은 ‘가격을 가장 싸게’ 써내는 것이다. 과거에 한국 건설사도 이 같은 전략이 많이 통했다. 그러나 최근엔 중국 건설사들이 가격에 기술력까지 갖추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차별화는 이제 기술로 이뤄지고 있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11월 브루나이의 템부롱 대교를 준공했다. 총 사업비 2조원 규모로, 브루나이에서 가장 긴 다리다. 템부롱대교 입찰 당시, 대림산업은 가장 높은 공사비를 써냈으나, 발주처가 강조한 공기 단축에 특수공법과 차별화된 설계라는 대안으로 수주에 성공했다. 현재 세계 특수교량시장은 한국과 중국, 일본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대림은 최근 싱가포르 도시철도 환승역 프로젝트에서도 일본업체와 1년간 입찰경쟁 끝에 수주를 따냈다.

쌍용건설과 대우건설이 지난 2018년 따낸 싱가포르의 WHC 병원 역시, 기술력으로 따낸 프로젝트다. 총 8000억원 규모의 해당 프로젝트에서 쌍용과 대우는 가격은 3등으로 써냈다. 반전은 기술심사에서 1등을 하며 이뤄졌다. 특히 이 시장을 꽉 잡고 있는 일본 건설사를 밀어내고 수주해 의미가 컸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병원은 주택시장과 달리 굉장히 까다롭게 기술심사를 거친다. 오차가 있으면 첨단의료기기가 작동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최근 가격 경쟁력이 치열해지면서 기술심사가 따로 포함된 수주에 선별해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과 쌍용건설이 2018년 수주한 싱가포르의 WHC 병원. 미래형 병원이라 불리는 이 곳은 국내 컨소시엄이 가격 면에서 비싸게 써냈음에도 기술평가에서 1등을 차지하며 프로젝트를 따냈다. [쌍용건설·대우건설]

▶따로 또 같이, ‘컨소시엄’으로 시너지=현대건설은 지난 5일 포스코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과 협업해 파나마의 수도 파나마시티의 25㎞ 모노레일을 연결하는 공사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역사 25개소 및 차량기지 1개소의 초대형 메트로 사업인 이번 프로젝트의 수주 규모는 3조3000억원에 달한다.

3개사 컨소시엄은 중국과 스페인 등 세계 유수 업체와 경쟁했다. 한국 회사 세 곳이 모인 것은 뜻밖의 효과도 있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지에서 한국 기업 이미지가 좋은 데다가, 한류붐으로 한국 기업 3개사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좋은 전략이 됐다”고 귀띔했다.

현대건설과 포스코건설·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이 파나마시티에서 수주한 3조3000억원 규모의 지하철 3호선 모노레일 공사 조감도. 한국 기업만으로 이뤄진 시너지가 발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현지 업체나 제 3국가 기업과 손을 잡는 경우도 있다. 기술적 노하우는 한국 건설사가, 공사비는 제 3국가 기업 자금으로 협력하는 것이다. 기술력이 필요한 시장에 가격과 기술 모두를 갖추고 가기 위한 또 하나의 트렌드다.

수익이 남지 않더라도 무리해서 해외 진출을 하던 관행에서 수익이 남는 해외 프로젝트로 선별 수주에 나선 것도 달라진 모습이다. 해외 수주 외형이 줄어든 것 이면에 수익성 측면에서 또다른 평가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정책적으로는 어려움이 있다. 정창구 해외건설협회 정책지원센터장은 “주52시간제의 영향으로 공기 준수가 예민한 해외 현장에서 국내 건설사들이 불리해진 측면도 있다”면서 “최근 특별연장근로 제도가 개정돼 시행되고 있으나 단위 기간이 3개월이라 너무 짧다”고 말했다.

그는 “각 국가별로 겨울이 긴 중앙아시아는 여름에 길게 일하는 등 탄력적 운영이 필요해 1년 정도로 단이 시간을 늘릴 필요가 있다”면서 “해외 기업과 컨소시엄으로 수주했는데 준공 앞두고 한국 근로자만 먼저 퇴근할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전했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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