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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상의 오지랖] ‘임미리 교수 고발’로 이틀새 ‘몇년치 욕’ 먹은 민주당
검찰 고발후 비난여론 들끓자 취하, 후폭풍 여전
SNS서 ‘#민주당만_빼고’ 해시태그 글들 쏟아져
“표현의 자유 재갈 물리는 독재적 행태” 비판도
민주당 내부서도 “이해찬 대표가 자충수 뒀다”
정 총리 발언도 논란…여권, 실책줄이기 고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민주당은 당에 비판적 칼럼을 기고한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를 이해찬 대표 명의로 검찰에 고발, 부적절했다는 비판을 받고 이날 뒤늦게 고발을 취하했다. [연합]

“이틀간 먹은 욕 합치면, 아마 그동안의 몇년치보다 더 먹었을 겁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에 대한 검찰 고발과 관련해 여권 인사는 15일 이렇게 말했다. 고발 한번 잘못해 비판여론이 들끓었고, 여권 전체가 동네북처럼 두들겨 맞았다는 것이다.

이 말엔 여권의 현재 고민과 난감한 처지가 녹아 있다. 고민의 배경은 정확히 두달 남은 총선(4월15일)을 앞두고 임 교수 고발 사태는 치명적인 자살골이 될 수 있다는 것이고, 난감한 처지는 이를 수습할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점에 있다.

임 교수는 지난달 28일 경향신문에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그는 칼럼에서 “촛불 정권을 자임하면서도 국민의 열망보다 정권의 이해에 골몰하고 있다”며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고 썼다. 이에 격앙한 민주당은 지난주 이해찬 대표의 명의로 임 교수와 해당칼럼을 실은 경향신문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이 사실이 13일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이 사실이 보도되면서 민주당은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렸다. 집권 여당이 자유주의의 기본인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횡포를 부렸다는 비판여론이 주류를 이뤘다.

네티즌 사이에서 일단 부글부글 끓는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마치 벌집을 쑤신듯한 엄청난 기세로 소셜미디어에는 ‘#민주당만_빼고’라는 해시태그 글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비판의 입 자체를 막겠다는 민주당의 독재 행태와 옹졸한 모습을 비꼬는 글도 계속 달렸다. SNS 상에는 ‘나도 고발하라’ 등의 표현도 확산됐다. 민주당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야권 역시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꼬투리를 잡았다는 듯, 자유한국당은 당장 총공세로 나섰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반민주적 민주당’으로 규정하고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독재적 행태로, 이름에만 ‘민주’가 들어있다”고 비꼬았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특정 정당이 신문 칼럼 내용을 이유로 필자를 고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폭력적인 행위”라고 날을 세웠다. 대안신당 김정현 대변인은 “칼럼을 문제 삼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것은 오만한 것”이라며 “힘 있는 집권 여당이 표현의 자유와 국민 알권리를 보호하지 않는다면 누가 보호한다는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4일 세종시의 한 식당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정치권 안팎의 내로라하는 논객들이 이 문제에서 빠질리 없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라디오방송에서 “학자들의 평론은 모든 얘기를 할 수 있다”며 “칼럼은 신문 논조하고는 다른데, 경향신문 관계자들까지 고발했다는 것은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민주당의 고발 조치는 아무리 봐도 지나쳤다는 것이다. 문재인정부와 최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죠. 낙선운동으로 재미 봤던 분들이 권력을 쥐더니 시민의 입을 틀어막으려 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절대 찍지 말자. 나도 임 교수와 같이 고발당하겠다”고까지 했다.

주목된 것은 여권 내에서도 민주당의 고발에 대해 우려의 시선이 강했다는 점이다. 여당 내에선 “여기저기 우수수 표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는 한숨소리가 나왔다. 일부 여당 의원은 “이 대표가 단단히 뭔가 착각한 것 같다. 선거를 앞둔 민감한 상황에서 이런 후폭풍을 예상하지 못했나”라는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서울 동작을 예비후보인 허영일 전 부대변인은 페이스북에 “너무 옹졸한 모습이다. 즉시 취소하기를 요청한다. 아무리 선거 시기이고 칼럼 내용이 불편하더라도 법적 대응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임 교수와 언론사에 대한 검찰 고발은 총선에서의 대형 악재가 될 것임을 예감한 여당 내부의 위기감은 이같이 팽배해진 것이다.

종로 출마 선언과 함께 지역 표밭갈이에 쉴 틈이 없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도 시간을 쪼개 이같은 우려를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이 전 총리는 지난 13일 오후에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에게 “임 교수 건은 고발을 취소하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의 뜻을 전했다고 한다. 이 전 총리는 민주당의 고발 조치와 관련해선 구체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좋지 않은 모습”이라는 견해를 밝혔다고 한다.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으로서 임 교수에 대한 고발이 자칫 총선 전체판을 흐트러뜨릴 수 있음을 경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 안팎의 심상찮은 역풍 기류에 화들짝놀란 민주당은 이에따라 14일 별도 공지를 내놓고 이 교수와 경향신문에 대한 고발을 취하키로 했다. 민주당은 “임 교수는 안철수의 싱크탱크 ‘내일’의 실행위원 출신으로 경향신문에 게재한 칼럼이 단순한 의견 개진을 넘어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고발을 진행하게 됐던 것”이라면서도 “우리의 고발조치가 과도했음을 인정하고, 이에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사안의 폭발성을 감안한, 어찌보면 발빠른 대응을 한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임 교수 고발 조치 취소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른 후폭풍이 쉽게 가라앉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게 민주당의 고민이다.

여권 관계자는 “어쨌든 당 지도부가 결정적인 자충수를 둔 것은 사실”이라며 “총선을 앞두고 더이상의 실책이 나와선 안된다는 게 전체적인 분위기”라고 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이 참에 4월 총선을 앞두고 무엇보다 실수를 줄이는 전략의 공감대를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표를 갉아먹는 행위에 대한 경계령을 발령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총선에서는 상대방을 쓰러뜨릴 수 있는 유효타를 작렬시키는 게 좋겠지만, 무엇보다 실책을 줄여야 승산이 있다는 선거전략과 관련이 커 보인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신1동 일대 시장에서 국수를 먹고 계산하고 있다. [연합]

이런 가운데 정세균 국무총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장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인들을 위로하는 차원에서 건넨 발언으로 논란의 중앙에 섰다. 여권으로보면 설상가상이다. 정 총리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고객 감소로 힘들어하는 소상공인의 애로를 청취하기 위해 지난 13일 신촌 명물거리를 방문했는데, 한 음식점을 들렀을때 “요새는 (손님이) 적으시니까 좀 (일하기) 편하시겠네요’라고 말했다. 돌아온 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다. 이 말이 알려지자 그렇잖아도 힘든 소상공인들을 조롱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야당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야당들은 논평을 통해 ‘무개념 발언’, ‘달나라 총리’, ‘민생 막장쇼’ 등의 단어를 동원하며 정 총리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이같은 논란이 뒤따르자 정 총리는 다음날 세종시에서 출입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를 통해 “(현재는 코로나19 때문에)조금 장사가 되지 않더라도 곧 바빠질 테니까 걱정 말고 편하게 생각하시라는 뜻에서 농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실 국정운영의 핵심 책임자 중 하나인 총리가 장사가 안돼 고생하는 소상공인을 조롱하는 말을 의도적으로 던졌을리는 없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발언이 정제되지 못한 것은 분명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치권 관계자는 “총선 등 선거 정국에서는 정부든, 여야든 책임있는 인사들의 현장방문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데 본의 아니게 말실수를 할 수 있고, 또 꼬투리가 잡힐만한 행동도 많아지는 게 사실”이라며 “이를 최대한 줄이는 게 관건”이라고 했다.

한편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최근 모교인 성균관대학교 인근 분식집을 찾아 주인과 대화를 나눌때 “1980년 그때 하여튼 무슨 사태가 있었죠. 그래서 학교가 휴교됐던 기억이 (있다)”고 해 논란의 당사자가 됐었다. 민주당 등 여권은 황 대표의 ‘무슨 사태’는 광주 5·18민주화운동을 뜻하는 것이며 그것을 ‘사태’라고 표현했다며 야당 대표의 역사인식에 큰 문제가 있다고 공세를 퍼부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확실한 것은 민주당의 임 교수 고발과 취하, 정 총리의 음식점 발언, 황 대표의 ‘무슨 사태’ 발언 등은 ‘밀리면 끝’이라는 정치권의 총선 정국 승리에 대한 조급함과 결부돼 있어 보인다는 점이다. 실책을 줄여라. 특히 자충수 내지 자살골을 줄여라. 정치권은 당장 이 숙제풀기에 분주해졌다.

〈헤럴드경제 기자, 마케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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