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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누라 빼고 다 바꾸는 롯데, "향후 2~3년 태풍 몰아친다"
월세도 못버는 매장 200개 폐점
마트·슈퍼 임차매장 대폭 정리될 듯

온라인 사업 전환 ‘스피드 업’
오프라인은 ‘하이브리드 매장’으로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연합제공]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향후 2~3년간 롯데에 혁신의 광풍이 몰아 칠 것 같다” 롯데쇼핑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롯데가 ‘유통업’을 버리고, 수익이 안나는 200개 점포는 문을 닫는다는 구조조정 계획은 롯데 대수술의 첫 단추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 롯데는 변화의 한 가운데에 놓일 전망이다.

롯데가 처음으로 구조조정 카드까지 꺼낸 것은 반백년 유통업계를 호령하던 것에서 지금은 내일조차 내다볼 수 없는 천길 낭떠러지 앞에 섰기 때문이다. ‘당기 순손실 8500억원’이란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지난해 성적표를 통해 도태되고 있는 롯데의 현실을 제대로 실감하게 된 것이다. 연초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지속 성장이 아니라 기업 생존이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한 신동빈 롯데 회장의 질책이 기업 오너 특유의 조바심이 아니라 롯데의 민낯에 대한 뼈아픈 질책이었던 셈이다.

끝도 없는 수렁에 빠지지 않기 위해 롯데가 선택한 것은 강도 높은 ‘다운사이징(Downsizing)’. 이와 함께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고객 중심의 매장과 빠른 온라인 전환 등으로 유통 회사가 아닌 서비스 회사로 변신하는 혁신도 함께 진행된다.

▶월세 못내는 임차 매장 200개 정리=우선 오프라인 매장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비효율 점포를 대폭 정리한다.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 등 700여개 점포 중 약 30%인 200여개 점포를 3년 내에 폐점시킬 계획이다. 자산을 효율적으로 경량화하고 영업손실 규모를 축소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업계에서는 우선적으로 수익을 못내는 임차점포가 구조조정 1순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부회장)도 지난 13일 오후에 열린 컨퍼런스 콜에서 “부실 점포 중 80% 이상이 임차 점포”라며 “임차료 대비 에비타(EBITDA, 상각 전 영업이익)가 부족한 경우 업태에 관계없이 (구조조정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즉 월세도 못내는 임차 매장은 과감히 정리한다는 것이다.

특히 매출이 떨어지고 임차 매장 비중이 높은 마트와 슈퍼, 롭스 등이 구조조정의 주요 대상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마트와 슈퍼는 영업이익 적자는 물론, 매출액도 각각 3.1%와 5.8% 역성장하며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롭스가 포함된 기타 사업부는 매출은 1.7% 늘었지만, 적자폭은 전년보다 3배 이상 급증했다. 임차 매장 비중도 슈퍼(89%)와 롭스(100%)가 전체 사업부 평균 비중(81%) 보다 높다.

▶‘유통’이 아닌 ‘서비스’ 회사로 변신=구조조정에서 살아남은 매장도 과감한 혁신을 통해 재탄생한다. 고객이 원하는 물건이나 서비스가 있다면 업태 구분 없는 통합 MD(상품 기획)로 구성한 ‘하이브리드형 매장’으로 거듭난다.

예를 들면 규모가 작아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소형 백화점의 식품관은 신선식품 경쟁력이 강한 롯데슈퍼로 대체해 백화점 고객 뿐아니라 슈퍼 고객까지 유입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마트에서 인기가 떨어진 패션상품 존(zone)은 다양한 브랜드를 취급해 바잉 파워(Buying Power·구매력)가 있는 백화점 바이어에게 맡겨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즉 사업부 간 경계를 허물어 시너지 효과를 보겠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유통명가로서 롯데의 강점인 100만평의 매장공간과 40여년 간 축적된 MD 노하우, 3900만명에 이르는 고객 데이터 등은 새로운 미래의 사업에 활용된다. 단순히 좋은 물건을 사다가 진열만 하는 ‘유통 회사’가 아니라 고객에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서비스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롯데의 인프라를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사업의 온라인 전환도 빨라져=사업의 온라인 전환도 지금보다 빠른 속도로 이뤄진다. 그간 신 회장이 사업 뿐아니라 일하는 방식까지도 바꾸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를 강조해 왔지만, 계열사간 이해충돌로 경쟁사보다 뒤쳐진 게 사실이다. 특히 오프라인 매장의 대규모 축소로 인한 매출 감소분을 온라인 사업에서 메워주지 않으면 롯데쇼핑 전체의 생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사업의 온라인 전환은 어느 때보다 절박하다.

롯데쇼핑은 오는 3월 말께 유통 계열사를 아우르는 온라인몰 ‘롯데온(On)’ 론칭을 시작으로 온라인 전환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롯데온 사업은 강 부회장이 시작부터 진두지휘해 온 핵심 프로젝트로, 2년 전 부터 3조원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왔다. 롯데는 롯데온을 통해 2023년까지 온라인 취급액을 지금의 3배인 20조원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새롭게 선보일 통합 롯데온은 롯데가 보유한 고객 3900만명 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활용해 고객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게 목적이다. 또 상품 검색을 할 때도 계열사 별 온라인몰에 따로 들어가서 하는게 아니라 하나의 플랫폼에서 모든 계열사의 제품을 한 번에 검색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롯데 플랫폼을 개인·법인 판매자에게 개방하는 오픈마켓 방식으로 운영해 상품 구성도 다양화할 예정이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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