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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비즈] 좋은 정책은 쉽지 않고, 쉬운 정책은 좋지 않다
“신언불미(信言不美), 미언불신(美言不信).” ‘믿을 수 있는 말은 아름답지 않고, 아름다운 말은 믿을 수 없다.’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에 나오는 이 명언은 새기고 또 새겨야 할 경구(警句)다.

이제 현 문재인 정부가 게양해온 경제 정책 표어를 상기해보자. 사람 중심 경제, 포용적 성장, 함께 잘사는 경제…. 역대 정부의 것 중 가장 아름답다. 그러나 그런 만큼 우리는 미언불신의 교훈을 더 떠올려야 한다!

공교롭게도 현 정부가 추진해온 대표적인 경제 정책들은 모두 ‘아름답지만 믿을 수는 없는 정책’에 해당한다.

무엇보다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요체로 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그렇다. 생산성 향상 없이 공연(空然)히 인건비만 상승시키는 그 정책은 한편으로는 고용의 감소를 초래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소비· 투자·순수출의 동반 부진에 따른 경기침체를 야기했다.

이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현 정부는 국채를 더 많이 발행해 재정지출을 더 많이 하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대규모로 시행해왔다. 아, 그런데 이를 어쩌나? 하필이면 이 정책 또한 ‘아름답지만 믿을 수 없는 정책’에 해당하니 말이다.

케인스 이래 기존 경제학자들은 일제히 이렇게 인식하고 있다.

“국민생산물에 대한 총수요는 소비·투자·정부 지출 및 순수출로 구성되기 때문에, 총수요가 과소해져 경기가 침체될 때 확장적 재정 정책으로 정부 지출을 증가시키면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경기를 부양할 수 있다.”

이것이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확장적 재정 정책은 대부분의 경우에 한계와 부작용을 수반한다. 그중에서 정치인과 경제관료는 물론이고 경제학자들조차 간과하거나 경시하고 있는 것들 일부를 거론하고자 한다.

한계부터 살펴보자. 확장적 재정 정책은 민간투자와 순수출을 구축(驅逐·crowd out)한다. 그래서 이 정책이 총수요를 증가시키는 효과는 그만큼 상쇄된다. 재정자금을 한껏 퍼부었는데도 경기부양 효과가 기대만큼 나오지는 않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는데, 그것은 이 같은 한계 때문이다.

확장적 재정 정책의 부작용으로는 흔히 ‘재정적자 누적에 의한 국가채무 증가’가 거론된다. 하지만 우리는 그 이상의 부작용에도 주목해야 한다. 이전에도 언급했지만 재정지출은 가능한 한 투자효율(투입비용 대비 국민경제적 생산성 향상 효과)이 높은 부문에 쓰여야 한다.

그러나 확장적 재정 정책에 따른 지출 증가분은 원래대로였다면 투자 우선순위가 낮아 선정될 수 없었을 사업이나 선심성 사업 등에 쓰이고, 공공지출 속성상 민간지출에 비해 비효율적으로 쓰이게 마련이다. 게다가 그 지출증가분 중에 근로자층을 겨냥한 시혜성 지출분이 들어 있다면 그것은 근로의욕까지 저상(沮喪)시킬 것이다. 이에 따라 국민경제의 한정된 자원 중 적지 않은 부분이 투자효율이 낮거나 마이너스 수치를 취하는 부문에 사용될 것이다. 국민경제의 생산성 향상에 크게 기여하는 방향으로 사용될 수도 있었을 귀중한 자원이 낭비되는 것이다.

이 같은 메커니즘으로 확장적 재정 정책은 그 경제의 국가경쟁력을 저하시킨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 중 경기를 부양하겠다며 엄청난 규모의 확장적 재정 정책을 계속 집행했지만 경기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한 주된 이유도 사실은 여기에 있다.

현 정부의 확장적 재정 정책은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더불어 국가경쟁력을 저하시킴으로써 일본형 장기 침체 쪽으로 한국 경제를 몰아갈 것이다.

정부가 헤프게 돈을 쓰는 정책은 누구나 쉽게 고안할 수 있는 정책이다. 그러나 좋은 정책은 아니다. 아래의 구절은 저자가 지어 본 경구다.

“양책불이(良策不易), 이책불량(易策不良).” ‘좋은 정책은 쉽지 않고, 쉬운 정책은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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