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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J ENM, 남들은 몰라줬던 글로벌 공략 이제 빛 발하다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제 92회 아카데미 4관왕의 주역인 영화 ‘기생충’의 투자배급사인 CJ ENM은 유난히 ‘글로벌’을 좋아한다. 1999년 ‘엠넷 영상 음악 대상’에서 출발한 ‘Mnet Asian Music Awards(MAMA)’를 홍콩, 싱가포르, 마카오 등 아시아에서 개최한다고 했을 때 “정신 나간 것 아니냐”고 말한 사람도 있을 정도다. CJENM이 2012년부터 미국 각지에서 K팝 콘서트와 중소기업을 결합시킨 ‘KCON’을 연 것도 매우 빨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점에 대해 사람들은 처음에는 “외국을 왜 그렇게 좋아해”라고 했지만 결국 문화상품의 글로벌 공략이라는 점에서는 포인트를 제대로 잡았음이 입증됐다. 드라마, K팝, 영화 등 대중문화는 이미 내수 시장의 범위를 벗어났고, 넷플릭스, 디즈니+ 등 OTT의 거세진 확장력으로 로컬과 글로벌의 구분조차 희미해진 상태다. 이런 새로운 환경과 플랫폼에 적응할 수 있는 대중문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에서 CJ는 오래전부터 착실히 준비해온 셈이다.

©A.M.P.A.S.®,

2000년대초 미국에서 한국으로 온 이미경 CJ 부회장의 머리에서 나온 CJ그룹의 문화상품 전략은 모든 콘텐츠를 입체적으로 연결시키는 것이다. 외식업체, 문화공간, 미디어 등이 모두 연관돼 있다. 임원회의도 그렇게 했다. 당시 엠넷(MNET) 간부는 속으로 “내가 왜 여기서 뚜레쥬르 이야기를 들어야 하죠”라고 생각했겠지만, 이제 이런 게 체질이 됐다.

이는 이미경 부회장이 총애했던 노희영 CJ제일제당 부사장(현 YG푸즈 대표)의 스타일이기도 했다. 대기업이 계열사로 각자 떨어져 관리되던 업무와 콘텐츠를 통합적으로 바라봤다. 음식과 패션, 방송, 영화를 통합했다. 그런 생각속에 ‘tvN 즐거움전’ 등 기획물들이 나왔다.

올리브 채널에서는 마스터세프코리아라는 요리프로그램을 개발하고, CGV에 다양한 문화소비공간을 마련해 시너지를 창출했다. “요즘은 영화보러 CGV에 가는 게 아니다. 고객 관점에서 데스티네이션 플레이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노희영 대표의 말에 따르면, 영화관에 빵을 먹으러 갈 수도 있고 책 읽으러 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또 이 부회장은 ‘쇼미더머니’ 시즌1(2012년)이 시작되기 훨씬 전인 2005년쯤 엠넷 임원들에게 힙합에 대한 식견을 보여주었다. 이 부 회장은 “미국에서 래퍼는 시인과 다름 없어요. 그렇게 인정받아요. 귀나 뚫고 레게 머리나 하는 길거리 부랑아가 아니에요”라면서 “우리도 힙합과 래퍼를 기르는 프로그램을 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2000년대 초만 해도 CJ그룹이 가진 케이블 채널은 지상파 채널에 비해 영향력이나 인력 등에서 크게 밀리던 상태였다. 그런 상황속에서 통합된 문화를 만들고 이를 수출하는 글로벌 전략으로 밀어붙인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정확한 그림을 그리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이었다.

물론 CJ가 영화와 음악 등 대중문화 산업을 수직계열화하고 독과점의 주역이라는 비판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글로벌 문화 경쟁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CJ ENM이 ‘기생충’ 글로벌 홍보마케팅을 ‘기생충 캠페인’이라고 할 정도로 장기 프로젝트를 가동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기업문화속에서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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