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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생충’ 아카데미 캠페인과 마케팅 성공 요인들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역사를 새로 쓰게 한 데에는 영화의 독창성과 보편성이 백인들의 궁금증과 만족도를 제공한 게 가장 크게 작용했다. 뿐만 아니라 ‘기생충’의 투자배급사인 CJ ENM 주도로 진행된 치밀한 아카데미 캠페인과 마케팅 전략도 주효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작품 출품과 초청 형식으로 이뤄지는 여느 영화제와 달리 전 세계 8000여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들의 투표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아카데미 캠페인’은 작품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중요하다. 이와 함께 예산, 인력, 글로벌 영화계 네트워크, 공격적인 프로모션이 결합돼야 하는 복합적인 글로벌 프로모션이다.

지난해 5월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이후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활동이 ‘아카데미 캠페인’의 일환이다. 이 캠페인은 지난 8월 말 ‘기생충’이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국제장편영화상)’ 후보로 확정된 이후부터 본격 전개됐다.

[AP=연합뉴스]

CJ ENM의 캠페인에는 전략 총괄, 예산 수립 및 집행, 현지 프로모션 진행, 관객 및 오피니언 리더 대상 타깃 시사회 개최, 언론 홍보 및 광고 집행, 감독-배우-제작사 프로모션과 ‘기생충’ 북미배급사 네온(NEON)의 북미 프로모션 전략 수립과 진행, 북미 개최 영화제 작품 출품 등이 모두 포함된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캠페인이 성공한 이유로는 ▲평단과 관객을 가리지 않는 작품에 대한 높은 만족도 ▲CJ ENM, 북미 개봉 전 리소스 집중 투입을 통한 초기 이슈화 성공 ▲감독-배우 동반 참여를 통한 캠페인 효과 극대화 ▲봉준호 감독의 매력적인 입담 ▲이재현, 이미경 CJ 회장단의 투트랙 전략 등을 들 수 있다.

‘기생충’은 전 세계 자본주의 국가의 공통 숙제인 ‘빈부격차’ 문제에 대해 북미 관객들 또한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게 했다. 영화 메시지 뿐만 아니라 연출, 각본, 연기, 미장센 등 영화 속 많은 요소들이 주목 받으면서 ‘봉하이브’로 대변되는 팬덤이 생길 정도였다.

평단과 관객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층위에서의 영화 관련 담론들이 쏟아졌다.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이 함축적으로 집약된 작품’과 같은 철학적 담론부터 ‘제시카 송’과 같은 소셜미디어 유희 현상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에서 담론이 촉발됐다.

CJ ENM은 아카데미 캠페인 목표 자체를 ‘한국 최초 외국어 영화상 노미네이션’이 아니라 ‘외국어 영화상을 넘어선 주요 본상 노미네이션’으로 초기에 설정, 일찌감치 준비에 들어갔다. 지난해 10월 11일 북미 개봉 이전부터 공격적 프로모션을 전개했다.

할리우드 리포터, LA 타임즈 등 주요 외신 인터뷰와 아카데미 회원 대상 시사, 봉준호 감독이 참석하는 관객과의 대화, 영화계 오피니언 리더들이 주최하는 리셉션 참석 등이 북미 개봉 전인 9월부터 이미 시작됐다. 봉준호 감독에 더해 출연 배우들도 미국 현지에서 유기적으로 결합해서 활동한 것도 언론의 주목도를 높였다.

“1인치 장벽” “오스카상은 로컬” 등 봉준호 감독의 매력적인 촌철살인 입담도 언론과 대중의 호감도를 상승시켰다. 여기에는 칸 이후 500개 이상 외신 매체 인터뷰를 진행시킨 마케팅도 한몫했다. 인터뷰의 절정은 봉준호 감독의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NBC) 쇼 출연이었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주관하는 헐리우드 외신기자협회와 미국 영화계 주요 직능 단체를 대상으로 하는 시사회와 리셉션 등 이벤트 개최로 오피니언 리더들을 집중 공략했다. 칸 이후부터 아카데미 시상식 전까지, 전 세계 57개 해외 영화제 초청됐고, 총 55개 시상식에서 수상한 것까지 도장깨기 과정이 모두 ‘기생충’ 아카데미 캠페인의 일환이었다.

한편, '기생충'의 선전에는 CJ 이재현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의 투 트랙 지원도 큰 기여를 했다. 그룹 문화사업의 비전과 전략을 수립해 대규모 투자와 지원 결정 등을 총책임지고 있는 이재현 회장은 "좋은 콘텐츠는 세계 어디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다”며 “독보적 콘텐츠를 만드는 데 주력해 전 세계인이 일상에서 한국 문화를 즐기게 하는 것이 나의 꿈이다"라고 말하며 '기생충' 등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직원들을 적극 독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경 CJ 부회장은 글로벌 문화산업 전문가들과의 폭넓은 네트워크와 문화 사업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이 회장의 문화사업 비전을 실행하고 있다. 오랜 시간 글로벌 문화산업에 투자하며 쌓은 이미경 부회장의 인맥과 노하우는 기생충의 글로벌 성공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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