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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상의 오지랖] ‘李黃 종로전쟁’ 개막 지켜본 이정현 “종로출마 접겠다”
뒤늦은 황교안 대표 출마 선언에 장고끝 결단
‘문재인정권 심판론’ 겹치며 보수표 분산 우려
한국당 “분열은 이낙연에 꽃길 깔아주는 것”
이 의원 “대선판 된 것엔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잡초 인생’ 이 의원 결심에 정치권 시선집중
자유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 대표를 지낸 무소속 이정현 의원이 지난 4일 청와대 앞에서 4·15 총선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이낙연 전 국무총리에 이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뒤늦게 ‘종로 출마’를 선언하면서 종로가 총선을 넘어 대선대결장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대선후보 선호도 1, 2위라는 진보진영의 대표선수와 보수진영의 대표선수가 총선에서 맞붙은 이상 이는 향후 대권주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측면에서 대선전초전을 방불케 하는 사생결단의 전쟁 속으로 들어갔다.

당장 이 전 총리와 황 대표는 지난 9일 종로 일대를 한바퀴 누비는 홍보전에 나섬으로써 종로 일대의 열기를 끌어올렸다. 총선이 두달 이상 남았는데도 본격적인 표밭 다지기에 돌입한 것이다.

이 전 총리는 이날 종로의 한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청년이 돌아오는 종로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등의 네가지 공약을 내놨다. 그는 이날 도시환경정비구역 사직2구역을 둘러보면서 ‘전통·현대의 조화 및 삶의 질 제고가 있는 종로’ 구상에 착수했다.

이에 질세라 황 대표도 종로를 찾았다. 그는 이날 종로 ‘젊음의 거리’를 맨처음 방문했다. 그는 젠트리피케이션(도심 지역의 임대료 급등으로 나타나는 공동화 현상)을 걱정하며 상권의 공실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종로 경제를 살려보겠다고 했다. 황 대표는 종로를 돌면서 하루종일 종로에 짙은 러브콜을 보냈다.

이 전 총리와 황 대표의 총선 전략은 미래론과 심판론으로 요약된다. 이 전 총리는 국무총리 시절의 정책경험을 바탕으로 “종로가 미래로 출발해야 한다. 미래의 종로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외치고 있고, 황 대표는 “황폐해진 종로, 그 원인이 무엇이겠는가.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쪽으로 민심잡기에 화력을 퍼부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당장 여론은 종로 쪽으로 시선이 갑자기 선회했다. 실제로 지난 주말, 주요 정치뉴스에는 이같은 이 전 총리와 황 대표의 ‘종로 대전 서막’ 기사와 함께 두 후보의 동선과 행보를 자세히 조명하는 기사로 도배됐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종로 출마를 선언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지난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직동을 방문, 재개발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

두 거물이 이렇게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이, 고민하는 이가 생겼다. 바로 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 대표를 지낸 이정현 의원(무소속)이었다. 이 의원은 지난 4일 “문재인 정권의 심판에 앞장서겠다”며 종로 출마를 선언했다. 바로 사흘뒤 황 대표가 좌고우면 끝에 종로 출마 결단을 내리면서 보수 쪽에선 두 사람이 종로 총선에 뛰어들게 된 것이다. 이낙연이라는 거물급에 ‘진보 대 보수’ 1:1대결도 승리를 장담키 어려운 상황에서 보수 표의 분산이 이뤄질시 그 결과는 뻔해보인다는 점에서 이 의원은 장고에 들어갔던 것으로 보인다. 종로 출마 선언은 황 대표보다 일찍 했건만, 상념에 빠진 쪽은 이 의원이 된 것이다.

이에 이 의원은 10일 종로 출마의 뜻을 접었다. 이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 입장문을 보내 “제1야당 대표가 종로에 출마하겠다고 나선 상황에서 전임 당 대표를 지낸 제가 양보를 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해 저의 출마 선언을 거둬들이겠다는 말씀을 국민께 올린다”고 했다. 그는 “문재인 정권을 끝장내기 위해 모든 정당, 모든 정파가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저의 제안에 저부터 먼저 모범을 보이고자 한다”며 “오늘 저의 이 작은 결단이 좌편향 급진 집권세력을 무너뜨리는 큰 흐름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이 의원은 이에 이번 총선과 관련해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다른 험지 출마의 뜻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이 의원은 이날 아침까지 숙고에 숙고를 거듭한 것으로 보인다. 아침까지만해도 그는 종로 출마 뜻을 접을지 말지 고민중이라고 했다. 이 의원과 이날 아침에 통화를 했다.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그는 고민하고 있으며 여러가지를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역개발을 위한 총선경쟁이 돼야지, 하루아침에 대선경쟁으로 돌변한 종로선거에 우려를 표했다.

다음은 그와의 간단 인터뷰 내용이다. 그가 종로 출마 뜻을 접을 결심을 한 시점은 인터뷰 후일 것이다. 인터뷰때까지만해도 고민 중이라고 했다. 그 결단의 배경을 인터뷰 행간에서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황 대표 출마 선언으로)종로 상황이 복잡해졌는데. 계속 완주할 것인가.

▷아, 말씀대로 머리가 복잡하다. 고민 중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고민된다.

-드롭(자진 하차)하겠다는 것인가.

▷아직까지는 결정을 못했다.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본인의 입장 또는 하실 말씀이 있을까.

▷다른 것은 몰라도 한가지 확실히 해둘게 있다. 불과 일주일 전 쯤으로 돌아가보자. 민주당 쪽에선 거물인 이낙연 전 총리가 나온다고 했는데, 보수 쪽에선 아무도 나서겠다는 이가 없었다. 이래선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정권심판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내가)그래서 비장한 결심으로 종로에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황 대표가 나온다고 하더라. 사실 황 대표가 나올 것으로 보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황 대표가 나온다고 하니 고민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황 대표 개인을 비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갑자기 종로 총선이 대선판이 됐는데.

▷그것은 정말 지적하고 싶다. 이 전 총리, 황 대표 둘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종로가 어디인가. 대통령이 유권자로 있는 정치1번지 아닌가. 현정부 국무총리를 역임한 이 전 총리의 종로 출마는 이번 종로 총선이 대선전초전으로 갈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신중했어야 한다. 저쪽이 대표주자가 나오는데, 이쪽도 대표주자를 내세워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황 대표는 그걸 망설였고, 제가 그 총대를 메겠다고 한 것이다. 암튼 두 사람의 출마로 종로 총선이 갑자기 대선전으로 비화했다. 이 전 총리가 되든, 황 대표가 되든 종로선거 이후 둘중의 하나는 대선주자 소리를 들으면서 무게중심은 결국 대선주자 쪽으로 가게 돼있다. 정치 공학상 대선주자가 뜨면 모든 권력이 그쪽으로 붙으려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2년이나 남아있는 데 대선주자가 부상하면서 정국은 레임덕에 빠질 게 뻔하다. 결과 여부를 떠나 국민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총선후 곧바로 대선판으로 돌입할 것이 분명한데, 나라를 위해 이게 좋겠는가.

-그런 점에서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뭔가.

▷총선은 어디까지나 총선이다.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할 사람, 지역발전을 위해 온몸을 던질 일꾼을 뽑는 게 총선이다. 이 전 총리든, 황 대표든 지금이야 종로가 급하니까 종로 선거전을 하지만 총선 전체를 관장할 사람들인데 제대로 디테일한 종로 발전에 주력할 수 있겠는가. 아니라고 본다. 이 전 총리나 황 대표나 좀더 큰 정치를 하려면 이러면 안된다.

-고민의 최종 지점은 무엇인가.

▷(보수 쪽에서)진정 정권심판론을 불붙일 수 있는 이가 누군지 그게 중요하다. 황 대표가 끝까지 가느냐도 솔직히 확신이 안선다. 사실 (대선주자 면에서 이 전 총리는)저 쪽은 ‘원 오브 뎀’인데 (보수 쪽에선 황 대표가)하나 아닌가. 게다가 황 대표는 선거때까지 과제가 산적해 있다. 선거까지 보수 통합 등 할일이 수두룩한데 종로에 올인할 수 있겠나. 그런 점에서 여러가지 (나 자신의) 생각과 고민이 많다는 것이다.

이 의원과의 인터뷰에선 그의 고민의 근원이 명확히 엿보였다. 다른 것은 몰라도 보수 표의 분산은 있어선 안된다는 뜻은 분명해 보인다.

21대 총선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9일 오후 서울 성균관대학교 인근 분식점을 찾아 떡볶이를 먹고 있다. [연합]

앞서 정치권에선 이 의원이 결국 황 대표에게 ‘정권심판론’의 종로 공격수 역할을 양보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강했고, 결국 이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둘다 표방하는 정권심판론이 먹힌다 해도 표가 분산되면 필패가 예정돼 있다는 점을 이 의원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에, 종로 뜻을 접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앞서 종로 출마 선언을 통해 “문재인 정권을 끝장내는데 뜻을 같이하는 모든 정당·정파가 하나로 뭉칠 것을 제안한다”고 한 바 있다. 표의 분산은 염두에 두지 않은 것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앞서 “이 의원은 누구보다도 선거에 대해 열정적인 사람”이라며 “종로 출마의 뜻은 진정성이 있는 것이었고, 정권심판에 아무도 나서지 않기에 목숨을 걸고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황 대표가 나서기로 한 이상 표가 겹치는 두 사람의 교통정리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 의원이 가끔 지나친 열정을 보이지만, 합리적인 성품이라 조만간 양보의 뜻을 밝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의 예측이 맞은 셈이다.

앞서 한국당 일각에서도 종로 선거와 관련해서 이 의원이 양보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종로에서의 보수 분열은 이 전 총리에 꽃길만 깔아주는 것”이라는 견해가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낙연 vs 황교안’ 대결 축에서 한참 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이 의원의 저력상 선거에 임하면 의외의 선전을 할 수 있어 ‘황교안 표’의 분산만은 막아야 한다는 논리였다. 결국 이 의원은 자신의 출마 강행은 보수세력 정치의 당위성을 해칠 수 있음을 인식하고 그 뜻을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

알다시피 이 의원은 호남 출신이지만, 보수 정당에서 정치를 추구해온 이다. 이에 무수한 시련을 겪었다. 한마디로 ‘잡초 인생’이다. 이 의원은 지난 2004년때 광주에서 불과 1.03% 표를 얻는 수모를 겪었지만, 2014년 7월 보궐선거에서 고향인 전남 순천 곡성에서 당당히 당선되며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호남에 보수의 깃발을 꽂은 것이다. 2016년 치러진 20대 총선에서는 재선에 성공함으로써 정치적 중량감을 확보했고, 이런 힘으로 새누리당 대표까지 역임했다. 물론 박근혜 전 대통령의 뒷배가 작용하긴 했지만, 모진 정치적 풍파를 겪은 그이기에 내공은 만많치 않다는 것은 정치권 대부분이 인정하는 게 사실이다.

암튼 ‘이낙연 vs 황교안’의 종로 총선전쟁은 이렇듯 양강구도로 출발하게 됐다. 보수 표의 분산을 막기위해 ‘종로 버스’에서 자진 하차한 이 의원의 결심이 어떤 결과물로 반영될지는 한동안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헤럴드경제 기자, 마케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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