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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보도 싫고 보수도 싫고”… ‘캐스팅보트’ 쥔 젊은 그들
18~29세 유권자 중 무당층 53% ‘최다’
‘여당 지지’ 3040·‘견제’ 5060 대결구도
20대 표심이 격전지 승패 가를 수도
대통령 국정평가, 男 28%·女 55% ‘긍정’
20대 남녀간 ‘극과 극’ 정치 성향도 눈길
민주당 청년후보 ‘0명’…정치참여 높은 벽
취업문제 등 근본대책·공약 제시가 중요

2020년 4월 총선을 앞둔 정치판은 여당을 지지하는 30·40대와 견제를 외치는 50·60의 세대 대결 구도가 일찌감치 형성됐다. 이런 정치 구도는 자연스럽게 20대에게 캐스팅보트를 쥐어준다.

하지만 20대는 아직 어느 쪽의 손도 들어주지 않고 있다. 선거구별로 몇백, 몇천 표 차이로 승패가 갈리는 총선에서, 20대의 표심은 향후 4년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됐다.

▶좌도 우도 싫은 20대, 무당층이 대세=한국갤럽이 지난 3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만 18세 이상 29세 이하 연령층의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는 긍정이 35%, 부정이 48%로 나타났다. (이하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여론조사 개요 및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나 한국갤럽 홈페이지 참조). 긍정률 35%는 60대 이상 연령층 29% 다음으로 낮은 수치다. 긍정률이 각각 40%를 넘는 30대, 40대, 50대와는 현 정부를 바라보는 시각이 상이함을 엿볼 수 있다.

정당평가도 마찬가지다. 만 18세 이상 29세 이하 연령층에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26%에 불과했다. 41%의 30대와 45%의 40대, 39%의 50대보다는 24%의 60대 이상 연령층과 더 유사한, 집권여당에 대한 불만감을 보여줬다.

하지만 보수 야당에 대한 지지도도 높지 않았다. 이들 연령층의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10%로, 현 정부에 대한 반감과는 별개로, 보수 정치 세력에 대한 불신도 컸다. 무당층 비중이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53%인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신율 명지대학교 교수는 “20대의 특징은 현재 권력에 매우 민감하고, 맞서는 것”이라며 “그래서 집권 세력이 진보가 되면 보수가 되고, 보수가 집권하면 진보화 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타 세대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대통령, 그리고 여당 지지율도 이런 맥락이다. 신 교수는 “권력에 맞선다는 것은 자신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권의 트레이드마크 정책이 전무하다. 내세울 수 있는게 없고, 20대는 당연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성에서 온 여자, 금성에서 온 남자=20대의 정치적 특징 중 하나는 남녀의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 사이 태어난 이들 20대 남녀는 다른 연령 대에서는 좀처럼 찾기 힘든 극과 극의 정치 성향을 보였다.

한국갤럽이 집계한 1월 통합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에서 만 18세 이상 29세 이하 연령층 중 남성의 긍정률은 28%, 부정률은 53%를 나타냈다. 20대 남성의 긍정률은 60대 이상층보다도 낮은, 전 연령층 남성 중 최하위 수준으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감이 매우 큼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세대 여성들은 180도 다른 모습을 보였다. 만 18세 이상 29세 이하 여성들의 문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률은 55%로 30대(61%)(61%)및 40대(57%)와 유사했다.

정당 지지도도 마찬가지다. 20대 남성의 민주당 지지율은 24%, 여성은 38%로 14%포인트의 차이를 보였다. 한국당 지지율도 각각 14%와 5%로 차이가 컸다. 이는 30대 이상 연령층에서 성별 차이 없이 비슷한 정치 성향을 보이는 것과 매우 다른, 특이한 현상이다.

이런 20대 남녀의 차이는 현 정부 출범 후 부각된 것도 특징이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5월에는 20대 남녀의 대통령 지지율 차이는 7%포인트에 불과했지만 2018년 11월에는 22%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지난해 11월 조사에서는 그 격차가 다시 26%포인트로 더 커졌다.

다만 이런 차이는 현 정부 초중기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는 분석이다. 기본적으로 ‘반 집권세력’ 성향을 20대의 정치적 특징으로 꼽은 신 교수는 “남녀 차이는 20대 여성들이 집권당으로부터 떨어지며 점점 줄고 있다”며 “단지 시간 차이가 있을 뿐, 수렴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20대 여성의 지지율 하락이 컸던 이번 조사를 실시한 한국갤럽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2015년 5월 한 달간 40% 내외였던 박근혜 대통령 직무 긍정률은 6월 셋째 주 29%까지 하락했다”며 “그때도 여성에서 변화 폭이 컸다”고 강조했다.

지금의 남녀 차이는 총선과 대선에서 다시 원래 수준으로 돌아갈 개연성이 높다는 의미다.

▶2020 총선 캐스팅보트 쥔 20대, 출마는 제한적=이번 총선의 승패는 20대가 쥐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당 쏠림이 큰 30대와 40대, 반대로 보수 야권 지지세가 강한 50대 및 60대 이상 연령층이 호각세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20대의 선택이 몇백, 몇천표 차이로 당락을 좌우하는 총선의 결과를 결정지을 가능성이 높다.

각 당이 이번 총선을 앞두고 앞다퉈 20대를 위한 공약을 쏟아내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민주당은 총선 공약 1, 2호로 공공 와이파이 확대와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육성을 내놨다. 3호 공약으로는 ‘청년·신혼 맞춤형 도시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수도권 3기 신도시 택지개발지구 내 지하철·GTX 역세권 등 대중교통 중심지에 청년벤처타운과 신혼부부특화단지를 조성하고 청년·신혼주택 5만호를 공급한다는 내용이다.

한국당은 대학교 총학생회장 출신 청년 20명으로 구성된 ‘사회통합 청년정책연구소’를 설립했다. 이 연구소는 청년들이 직접 일자리·국방·주거·교육·공정사회 등과 관련한 청년 정책을 연구한다.

하지만 20대들의 2020 총선 도전은 여전히 높은 벽이다.

238개 지역구에 나설 후보자로 475명이 신청을 한 민주당에서 20대는 단 한명도 없었다. 전략 공천이 유력했던 20대 몇몇도 이런저런 이유로 일찌감치 중도 탈락했다. 25%의 경선 가산점, 그리고 경선 비용 전액 지원을 약속했지만, 20대는 여전히 유권자, 주변인으로 남을 수 밖에 없는 정치 환경이다.

20대에게 유달리 척박한 이런 정치 환경은, 각 당이 그 어느 때 보다도 20대를 강조하고 있는 이번 총선에서도 결코 나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신 교수는 “20대 표심 잡겠다며 몇 명 영입한다고 찍지는 않을 것”이라며 취업대책 같은 20대가 관심있는 분야의 근본적인 대책과 공약 제시가 필요한 시점임을 강조했다.

최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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