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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권, 키코배상 “항전이냐 항복이냐”
금감원 분조위案 수용 여부 고심
받으면 배임위험, 거부땐 ‘눈밖에’
금융당국, 회신기한 한달 연장해도
은행권 뾰족한 대책없어 더 고민

우리은행을 제외한 시중 은행들이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의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배상 조정안 수용 여부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받아들이면 배임 위험에 노출되고, 거부하면 자칫 금융당국의 ‘눈 밖에’ 날 수 있어서다.

현재 우리은행을 제외한 은행권은 금감원 분조위의 조정안에 대한 입장을 정하지 못했다. 신한은행은 4일 이사회를 열고 수용 여부를 논의했지만 추가적인 법률 검토 등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정식 안건으로 부의하지 않았다. 지난 3일 이사회에서 결론을 내지 못한 하나은행은 재논의를 위해 회신 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입장만 정리됐다.

일단 금감원도 당초 7일로 예정됐던 회신기간을 한달 가량 연장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5일 “은행들이 연장 요청을 해온다면 들어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더 논의한다고 해도 뾰족한 묘책이 나오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미 대법원 판결까지 난 상황에서 분쟁조정 결과를 받아들여 배상해주면 은행의 순이익이 주는 것이고 그럼 이사들에 대한 배임 위험이 제기될 수 있다”며 “금감원이 배임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고 하지만 법원도 아닌 당국의 해석일 뿐 여전히 배임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즉시연금 일괄지급과 관련해 배임 위험을 이유로 금감원 분쟁조정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현재 보험계약자와 채무부존재소송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번 키코 건의 경우 은행들이 분쟁조정 결과를 수용하지 않아도 금감원과 직접 법정다툼을 벌일 가능성은 낮다. 이미 키코와 관련된 대법원 판결이 나와 있어 피해기업들이 민사소송을 제기하기 어려워서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키코가 ‘사기’인가는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대법원에서 아닌 것으로 판결이 났고, 불완전판매 문제는 소송을 걸더라도 시효가 소멸돼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키코 사건은 윤석헌 금감원장이 직접 추진한 사안이어서 자칫 ‘심기’를 건드릴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우리은행은 은행권에서 유일하게 키코 분쟁조정안을 선제적으로 수용했지만, 이후 이뤄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제재에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받았다.

이승환·한희라·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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