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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사모펀드 사태…IB들 ‘모순’의 상술
금융위기 초래한 '탐욕'
겉으론 이해상충 방지
속으론 자사이익 최우선
‘만리장성’ 기능엔 함정

달에서도 보인다고 알려진 중국의 만리장성. 실제 우주 공간에서 관측해보면 맨 눈으로는 볼 수 없다. 또 만리장성은 한번에 만들어지 않았다. 전국시대 조(趙), 연(燕), 진(秦) 장성의 합체(合體)다. 이처럼 만리장성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착각들이 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만리장성이 방벽(防壁)이라기 보다는 농경과 유목의 경제적 경계(境界)의 성격이 강했는 점이다. 중국 북방 민족은 수없이 장성을 넘었고, 남북조 때엔 아예 장성 안쪽에 터를 잡는다. 1차 대전 때 ‘마지노선’의 교훈처럼 역사상 그 어떤 장벽도 완벽하게 안팎을 차단하지는 못했다.

1980년 이후 약 30년간은 헤지펀드의 전성시대다. 이때 가장 실속을 챙긴 게 대형 투자은행(IB)의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다. IB들은 투자자로부터 돈을 모으는 역할과 동시에, 펀드 운용과 관련된 각종 서비스를 제공했다. 특히 헤지펀드의 차입(leverage) 투자를 위해 돈을 빌려주는 사업은 IB들에게 가장 짭짤한 수익을 안겨줬다. 이해상충 우려가 나왔지만, PBS와 상품 판매 부서 사이엔 정보교류가 차단되는 ‘만리장성(Chinese wall)’이 존재한다며 항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주범이 꼽힌 게 무리한 차입 투자를 부추긴 IB들이다. 이들의 근거지를 직역하면 ‘벽 거리(Wall street)’다. 이들과 공생관계인 헤지펀드도 금융위기 이후 인기가 시들하다. 헤지펀드는 변동성을 관리해 안정적 수익을 내는 게 특징인데, 최근 미국 증시는 사상 최장의 상승세다. 인덱스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가 수익률은 더 높고, 비용은 더 저렴하다. 헤지펀드는 사회책임투자(ESG)와 상충하는 경우도 많다. 최대 투자자였던 대학 재단과 연기금 등이 최근 빠르게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미국에서 헤지펀드 인기가 시들해지던 때 국내에서는 본격적으로 사모펀드 육성정책이 펼쳐진다. 완화된 규제 주목할 2가지는 하나가 투자최소금액 하향, 또다른 하나가 ‘차이니스 월’의 차단기능 인정이다. 금융위기로 몰락했던 공모펀드에 대한 실망이 사모펀드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가면서 막대한 자금이 이동했다. IB들은 엄청난 투자금을 모으며 수수료를 챙겼고, 그렇게 만들어진 펀드에 PBS를 제공하며 또 돈을 벌었다. 총수익맞교환(TRS)도 이 과정에서 널리 활용된다.

최근 국내 IB들이 사모펀드들에 PBS로 제공했던 차입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이들 IB들이 영업창구에서 판매한 펀드들도 포함됐다. ‘차이니스 월’의 완벽차단 기능을 인정한다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과연 한 회사에 근무하는 두 부서간 정보교류가 완벽히 차단될까? 만약 두 부서를 모두 관할하는 최고경영자(CEO)나 이사회 구성원, 또는 최대주주라면 어떨까?

IB의 금융상품 수익은 판매시 발생된다. 팔고 나면 그 뿐이다. 펀드에 돈을 빌려줄 때도 수수료를 받지만, 자칫 회수 타이밍을 놓치면 손실이 발생한다. 만약 대출금이 발행어음으로 모집한 돈이라면 손실이 발생할 경우 다음 자금 모집에까지 영향을 준다. IB들이 회수에 주저함이 없는 이유다.

‘차이니스 월’은 사실 IB들의 수익극대화를 위한 방어기제 성격이 강하다. 세상 그 어떤 창도 뚫지 못하는 방패와, 그 어떤 방패도 다 뚫는 창을 모두 팔려는 상술이 바로 IB의 전략이 아닐까.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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